日 지진에.. 한국 밥상도 '흔들'

서귀포=정성진 기자 sjchung@chosun.com 2011. 3. 26.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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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가락동농수산물시장 생태도매점 '자매수산'. 사장 지모씨에게 "생태 있느냐"고 묻자 구석에 한 박스 놓여 있던 생태를 꺼내 보이며 "일본 지진 전엔 6000원에 팔던 걸 3000원에 팔겠다"고 말했다. 근처 '왕산물산' 주인은 "생태 네 마리를 1만원에 줄 테니 가져가라"고 했다.

후쿠시마 원전(原電) 사고로 일본산 식품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일본 수입식품 기피 현상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일본산 생태를 파는 재래시장에서부터 일본산 횟감과 성게알 등 고급 음식을 판매하는 특급호텔까지 '탈(脫)일본 식품'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일본산 생태는 공급이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가격은 오히려 반값으로 떨어졌다. 반대로 국내산 갈치 등 대체 수산물은 가격이 오르는 추세다. 유통 전문가들은 "서민 생선인 생태 수요가 갈치, 고등어 등으로 옮겨간 데다 이들 생선의 어황(漁況)도 좋지 않아 가격 상승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 식품 파동이 가뜩이나 불안한 국내 식품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생태 수요가 갈치·고등어로 옮겨가 가격 오를 것 불가피

2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K생태전문점 앞에는 '우리는 동해안에서 잡은 생선만 쓰고 있다'는 안내문을 붙여 놨다. 특급호텔들도 일본산 재료를 받지 않고 있다. 롯데호텔 일식당 주방장은 "참치 뱃살이나 홋카이도산 성게알 같은 고급 재료는 일본산만 한 품질의 다른 상품을 찾기 어려워 아예 다른 메뉴로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호텔 일식당측도 "일본에서 직송한 횟감이 최고급 메뉴였는데 이제는 아예 들여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탈(脫)일본 식품' 바람은 다른 생선의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롯데마트의 고등어(450g 내외) 가격은 지난해 9월 3980원에서 지금은 7980원으로 두 배로 올랐다. 같은 기간 갈치(300g 내외·냉장) 가격도 5980원에서 7980원으로 크게 올랐다.

◆어황 나쁜데 방사능 걱정까지

수산물 가격 상승세는 산지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25일 오전 7시 30분 제주도 서귀포항의 수협 경매장. 갈치잡이 배가 단 한 척 들어왔다. 원래 10여척 정도 들어와야 정상이지만 만선을 하지 못한 배들이 조업을 계속해야 해 입항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배 한 척이 잡아온 300g짜리 냉동갈치 2180㎏은 10㎏당 14만4100원에 중간 상인에게 낙찰됐다. 3개월 전엔 10만원도 안 했다. 제주도에서 30여년 동안 수산물을 거래한 청룡수산의 문영섭 대표는 "3월 들어 가격이 매일 오르는 추세"라며 "어황도 좋지 않은데 일본 방사능 누출사태까지 겹쳐 시황이 매우 불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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