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나쁜 협상'.. 쇠고기 협상 때와 닮은 꼴

2010. 11. 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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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이전' 시한 못박고 美 요구대로

'美笑' 우려되는 '미소 협상'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 대표(오른쪽)가 8일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회의실에서 통상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한·미 양국이 진행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과 관련, 자동차공업협회가 업계 차원의 대응을 위해 정부에 협상 상황을 문의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협회 관계자는 8일 "정부 협상안에 대한 내용 파악이 힘들다"면서 "FTA 내용에 대한 업계의 유불리를 따져보기 위해 정부에 내용을 문의했지만 전혀 설명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FTA 추가협상은 국내 통상협상에서 '나쁜 협상'의 대표적인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대방이 정한 시한을 맞추느라 이해당사자나 국민의 의견수렴 없이, '밀실'에서 상대방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협상이기 때문이다. 2008년 촛불시위로 번진 한·미 쇠고기 협상에 비해서도 정부의 태도가 더 후퇴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밀실협상'은 이번 협상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협상내용에 대해 철저히 함구해오던 정부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간 통상장관 회담이 열린 8일에야 뒤늦게 협상 브리핑에 나섰다. 김 본부장은 브리핑에서 미국 측이 요구하고 있는 자동차 안전·환경기준 완화를 수용할 뜻을 공식 시사했다.

하지만 넉달여 물밑접촉과 지난 4~7일 고위급 협상으로 윤곽이 거의 마무리된 시점이지만 이날 브리핑에서도 김 본부장은 이미 언론에 숱하게 보도된 쟁점들의 일부만을 모호한 어법으로 확인하는 선에 그쳤다. 브리핑룸을 가득 메운 기자들 사이에서 "이게 뭐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첫 통상장관 회담과 관련해 장소는 물론 시간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2008년 쇠고기 협상이 촛불시위로 번지자 김종훈 본부장이 30개월 이상 수입 제한을 협의하기 위해 미국에서 추가협상을 벌였을 때는 시간과 장소를 공개한 바 있다.

협상시한이 정해지면서 졸속협상 우려가 커지는 것은 2007년 본협상이나 2008년 쇠고기 협상과 닮은 꼴이다. 양국은 이번 추가협상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전까지 타결짓기로 미리 못을 박았다. 이후 협상은 정해진 시한내에 미국의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지가 핵심이 돼 버렸다. 2007년 한·미 FTA 본협상 때도 정부는 미 의회가 행정부에 위임한 '무역촉진권한' 시한을 지키느라 양보를 거듭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가 자동차업계 등 이해당사자와 국회의 의견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은 의회가 업계와 노동계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면서 무역대표부의 협상을 사실상 감독하고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참여정부 때는 그래도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완전한 비밀주의로 가고 있다"며 "이번 FTA 추가협상이 정부의 통상협상 관행에 나쁜 선례를 남길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김지환·박재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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