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계·부품 수입 價 2년 전의 두 배.."석 달새 1년 수익 다 까먹어"

2010. 8. 27.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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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엔高에 속 타는 中企2~3년전 엔화 대출받은 업체들"자고나면 원금 불어나" 한숨달러로 결제 부랴부랴 바꾸기도

인쇄기계에 쓰이는 고무롤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K사장은 요즘 엔화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 이 회사는 2~3개월 단위로 일본에서 고무롤러의 원재료인 우레탄액을 수입한다. 100엔당 1170원대였던 연초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버틸만 했지만 5월부터 100엔당 1300~1400원대로 환율이 오르면서 결제대금이 10% 이상 가중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K사장은 "현재 일본에서 들여오는 원재료비 비중이 전체 매출의 35% 정도인데 40%가 넘으면 회사 꾸려나가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매일 직원들과 대책회의를 열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안 보인다"고 하소연했다.

원 · 엔 환율이 100엔당 1400원대로 치솟으면서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일본에 제품을 수출하거나 부품 · 소재를 수입하지 않는 일부 중소기업은 '슈퍼 엔고'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지만 상당수 기업은 환율 변동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는 원 · 달러 환율이 상승하고는 있지만 엔고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중소기업들의 경영사정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기계,부품 분야 피해 심각

26일 원 · 엔 환율은 100엔당 1408원48전을 기록했다. 올 들어 최저치였던 지난 4월26일 1172원33전보다 230원 이상 올랐다. 이처럼 원 · 엔 환율이 급등하면서 기계 · 부품 · 인쇄 등 일본에서 부품이나 소재를 수입해 들여오는 비중이 큰 중소기업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서울에 있는 인쇄업체 B사는 일본에서 매년 1억~2억엔어치의 인쇄기계를 수입해왔는데 최근 기계 수입을 줄이기로 했다. 2008년 100엔당 800원대였던 때에 비해 기계 수입가격이 두 배가량 뛰어 추가로 기계를 구입하기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공작기계 업계도 울상이다. 현재 국내 공작기계 제조업체들은 일본에서 상당수 부품을 수입한다. 공작기계 원가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컨트롤러는 일본에서 거의 전량을 들여온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공작기계 수주가 급감했던 작년과 달리 올 들어 경기 회복에 힘입어 수요가 다시 늘어나면서 호황을 타고 있는데 엔고 탓에 수익이 줄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부품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기 반월공단에 있는 한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는 전체 원재료비의 20%가량을 일본에서 수입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5~6년 전 70~80%의 재료와 약품을 일본에서 들여왔던 것에 비하면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원 · 엔 환율이 오르면 수익이 줄 수밖에 없다"며 "약품 등 일부 원재료를 엔화 대신 달러화로 결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부품 국산화율이 많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일본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다"며 "중소기업에는 원 · 달러 환율 상승이란 호재가 엔고로 희석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엔화대출 기업도 전전긍긍

원 · 엔 환율 급등은 과거 2~3년 전 엔화대출을 받았던 중소기업들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인천 남동공단과 경기 반월 · 시화공단 등 지방 산업단지 입주 업체들이 2006,2007년 원 · 엔 환율이 낮은 수준일 때 엔화를 많이 빌렸다"며 "최근 환율 급등으로 이들 기업이 갚아야 할 원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남동공단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K사장은 원 · 엔 환율이 100엔당 798원이던 2006년 9월 2억4500만엔을 대출받았다. 원화로 환산하면 19억5000만원 정도.하지만 K사장이 갚아야 할 돈은 지금 환율로 환산하면 35억1500만원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시화공단에 있는 휴대폰 부품업체 B사도 2007년 5월 운전자금용으로 2억7000만엔을 빌렸는데,당시 100엔당 780원이던 환율이 급등하면서 갚아야 할 원금이 껑충 뛰었다.

김태환 중기중앙회 통상진흥부장은 "수출을 많이 하는 중소기업 입장에선 환율이 올라 가격경쟁력이 좋아지는 것보다 급격한 변동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게 가장 낫다"며 "지금처럼 한 달에 달러화,엔화 환율이 급등락하면 기업들이 경영계획을 세우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엔고에 시름하는 반면 일부 기업은 수익 개선을 이루는 반사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김해에 있는 동아화성은 원 · 엔 환율이 1400원대로 오르면서 수익이 3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히타치 도시바 등 일본 전자회사 5곳이 만드는 드럼세탁기용 고무부품을 100% 납품하기 때문이다. 일본에 센터링 머신을 수출하는 서울 구로디지털밸리의 씨앤엠로보틱스도 엔화 강세 덕에 올해 수출 규모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태명/남윤선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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