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제재' 본격화 이후 한·이란 무역 올스톱

홍인표·김준기 기자 2010. 8. 6.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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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라 현지 무역관장 "아무 일도 못하는 상황"

미국의 이란 제재가 본격화된 뒤 우리나라의 대이란 무역이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우리의 이란 독자 제재방안이 가시화되면 4번째 원유수입국인 이란에서의 원유 도입도 전면 봉쇄될 것으로 예상돼 원유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에 따른 우리나라의 피해규모가 예상을 훨씬 웃돌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코트라 임인택 테헤란 무역관장은 6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 이후 금융이 막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임 관장은 "금융은 경제활동의 혈맥이나 마찬가지"라며 "피가 막히는데 몸이 온전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일부 제3국을 통해 결제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은행 거래를 못하게 막았으니 모든 대외 경제활동은 사실상 전면 중단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란산 석유 도입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이란산 원유를 들여간다고 해도 돈을 전해줄 방법이 없다"며 "돈을 안 주는데 이란이 원유를 주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란산 원유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가 이란에서 도입하는 원유는 연간 47억달러 규모로 전체 원유 수입량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임 관장은 "현지 진출한 대부분의 종합상사들은 신규사업은 엄두도 못낸 채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을 뿐"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이란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6% 증가한 25억6000만달러, 수입은 64.4% 늘어난 40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중동특수로 우리 기업의 플랜트 및 건설 수주가 늘고 있는 추세여서 이번 이란 제재는 우리나라 무역이나 수출에 치명상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박부규 무역협회 정책협력실장은 "죽어가던 시장이 문을 닫으면 충격이 크지 않지만 이란 시장은 급성장해온 시장이라 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 충격이 엄청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독자적인 이란 제재안을 마련하되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감안해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구체적 제재방안은 미국의 강화된 이란 제재가 공식적으로 시행되는 10월쯤이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 측은 최대한 일찍 이란 제재에 동참해주기를 요청했지만 정부는 국익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시기와 내용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란과의 수출·입 대금 결제 통로인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을 통한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해짐에 따라 대체 결제 통로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외교통상부, 국토해양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란 제재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었다. 금융감독원은 6월부터 벌여온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한 정기검사를 마무리하고 검사 결과를 분석 중이다.

<홍인표·김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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