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에 몰린 중소기업..연쇄부도 위기감 고조

2009. 10. 1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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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산업부 변이철 기자]

최근 정부의 중소기업 구조조정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중소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특히 내년부터는 중소기업지원을 위한 각종 정부예산이 대폭 줄어들고, 대출자금 상환부담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연쇄 부도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 하반기부터 정부지원 뚝 끊겨...중소기업 '아우성'

서울 옥수동에서 기계부품을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의 사장 A씨는 요즘 자금융통이 안돼 하루 하루 피를 말리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정부의 공공 발주를 따내 계약을 체결하면 전체 납품대금의 50~70%를 선금으로 받아 자금을 회전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하반기들어 이같은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거의 사라져 자금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다.

경기도 용인의 한 레미콘 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정부의 SOC(사회간접자본) 사업물량이 자취를 감추면서 이 회사의 가동률은 27%대로 뚝 떨어졌다. 하반기부터 적자폭도 크게 늘어나 올해 8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사장 B씨는 "정부가 내년부터 중소기업 대출의 보증 한도마저 대폭 축소하면 자금사정 악화로 대규모 부도사태가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의 한 가구제조업체 사장 C씨는 정부의 새해 중소기업지원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는 소식에 요즘 좌불안석이다. 이 업체는 관공서와 학교 등 공공기관에 책상과 의자 등 가구를 100% 납품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정부가 예산을 상반기에 조기집행하는 바람에 하반기에는 거의 매출이 없었는데 내년에는 또 어떻게 버틸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 2010년 중소기업지원 정부예산안 23.7% 감소

실제로 정부는 상반기에 예산정을 조기집행하면서 하반기들어 경기부양능력이 현격히 떨어지고 있다.

SOC사업의 경우 연간계획치인 42조9000억원 가운데 26조5000억원을 상반기에 쓰면서 72.5%가 이미 집행됐다. 특히 정부의 시설공사 발주는 상반기에 연간계획의 79.5%(9조3000억원)가 이뤄졌으며, 중소기업 제품구매도 87.9%(55조7000억원)의 집행률을 나타내고 있다.

다시말하면 심각한 내수부진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에 대한 하반기 정부지원은 이제 거의 한계에 달했다는 것.

내년에도 중소기업 지원예산은 올해보다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중소기업청은 지난 1일 내년도 중소기업지원을 위한 정부예산안이 올해보다 1조8557억원(23.7%) 감소한 5조9752억원으로 편성됐다고 밝혔다.

정책자금의 경우 경영안정자금과 소상공인자금 등이 줄면서 올해보다 1조5000억원 가량이 삭감됐고, 중소기업의 긴급 유동성 지원을 위해 확대됐던 신용보증지원 규모도 올해보다 1조3000억원 줄었다.

중기청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중소기업 지원예산이 올해 한시적으로 크게 늘어났다"면서 "이를 내년에 다시 원상회복시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 기업은행, '2010년 부실중소기업 크게 늘어날 것'

이처럼 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이 올 하반기부터 크게 줄어들면서 앞으로 중소기업의 경영상황도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11일 기업은행 경제연구소의 '2010년 중소기업 경기전망'에 따르면, 올해는 각종 정부지원으로 부도기업이 크게 감소했지만 내년부터는 자금사정이 악화되는 부실중소기업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내년에는 은행대출의 만기연장이 종료되고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자비용도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소제조업의 자금사정은 급속히 악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다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도 축소되면서 중소기업의 영업이익 감소와 생산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은경제연구소는 성장률도 2010년 국내경제는 3.8%를 예상한 반면 중소제조업은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2.9%로 전망했다. 특히 2010년 중소제조업의 총생산 규모는 2008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내년부터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보증규모가 대폭 축소되고 대출금리 마저 오르게 된다면 자금압박으로 도산하는 한계기업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중소기업 구조조정작업에 '가속도'

정부와 금융권도 중소기업의 옥석을 정확히 가려 기술력이 있는 있는 기업은 적극 육성하고 자본력과 기술력이 없는 한계기업들은 선제적으로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채권은행들이 여신규모 30억원 이상 외부감사법인 1461개사를 대상으로 2차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한 결과, 174개사(11.9%)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했다고 5일 밝혔다. 이 가운데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가는 C등급은 108개, 퇴출 절차를 밟는 D등급은 66개이다.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도 여신규모 50억원 이상 외감법인을 대상으로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해 C등급 77개, D등급 36개 등 총 113개사를 구조조정 기업으로 분류했다.

채권은행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음달 말까지 여신규모 10억원 이상 외감법인과 30억원 이상 비외감법인에 대한 3차 신용위험평가도 추진할 계획이다.

금감원 정우현 수석조사역은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올해 크게 확대하면서 실물경기 회복에 도움이 됐지만 중소기업의 잠재부실도 그만큼 확대됐다는 부정적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각종 지원으로 퇴출대상 중소기업이 연명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산업 전체의 활력과 효율성을 떨어뜨려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경제체질 개선 계기" VS "충격 최대한 줄여야"

정부와 금융권의 '중소기업 지원규모 축소'와 '선제적인 구조조정 착수'에 대한 반응은 찬반양론으로 엇갈린다.

금융권의 한 인사는 "중소기업도 더 이상 정부의 과보호에 의존해서 생존할 수 없는 시대인 만큼 이번 기회에 자금력이 부족하고 생산성도 낮은 한계 중소기업들은 과감하게 퇴출시키는 계기로 삼아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일부 중소기업들은 정책자금을 지원받아 부동산 투기에 나서는 등 도덕적 해이도 심각하다"며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전략으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금융지원을 갑자기 축소할 경우 기업심리가 급속히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의 보다 신중한 행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한도를 급격히 축소할 경우 운영자금에 대한 가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여러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규모는 앞으로 정부가 탄력적으로 운용하더라도 보증여력은 일단 늘려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대기업의 횡포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정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대기업의 일방적인 납품가격 후려치기와 중소기업 영역 침범 등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해서만 밀어붙이기식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서 "우리나라 전체 고용의 88%를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이 크게 흔들릴 경우 고용불안으로 이어져 우리사회에 적지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2iron@cbs.co.kr

중소기업 66곳 퇴출…워크아웃 108곳 추가 선정 금감원장, 구조조정 추진 현황은?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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