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객 "매장이 너무 조용.. 무서워요"

2009. 4. 10. 11: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보증금 500만원 월세 30만원에도 입점희망자 '전무'오픈예정 쇼핑몰 분양일정 차질…대다수 '개점휴업'

10일 대형 쇼핑몰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 동대문은 요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4월을 맞아 봄바람이 불고 있지만 동대문 일대 쇼핑몰들은 매장마다 한겨울의 냉기가 흘렀다.

두타나 밀리오레 등 일부 유명 쇼핑몰만 쇼핑객이 북적일 뿐, 대다수 상가는 썰렁했다. 일부 쇼핑몰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엔고 특수로 즐거운 비명을 쏟아내는 남대문 주변 쇼핑몰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실제 동대문에 있는 K쇼핑몰은 매장 곳곳에 이날 '세일'이란 팻말을 써 붙였지만 매장을 찾은 쇼핑객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화장품과 잡화용품을 취급하는 1층 매장엔 외국인 관광객 10여명이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아이쇼핑하는 게 전부였다.

K쇼핑몰의 지하 1층은 매출 부진을 견디다 못해 문을 닫은 상점이 즐비했다. 불황 때문에 의류 매장을 음식점으로 업종 변경한 곳도 있다. 3층 매장은 몇몇 상점에만 쇼핑객이 간간이 눈에 띄었을 뿐, 대다수 상점은 개점휴업 중이거나 문을 닫았다.

'발렌시아가' 가게를 운영하는 김창옥(여ㆍ43) 사장은 "점포들이 매출 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바람에 다른 층 점포를 2층으로 몰아놨다"며 "5층 스타숍도 불황 때문에 입점 희망자가 없어 개점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던 쇼핑객들은 "뭐야, 다들 문 닫은 거야? 쇼핑몰이 왜 이래"라며 입구에서 발길을 돌렸다. 쇼핑객 중 일부는 매장을 지키는 안전요원에게 "○○○매장 없어졌나요?"라며 묻는 모습도 목격됐다.

인근에 있는 G쇼핑몰은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G쇼핑몰은 밀리오레나 헬로우apm 등 기존 상가보다 1.5~2배가량 덩치가 크지만, 내부에는 빈 상점들이 즐비했다. 쇼핑몰을 오픈한 지 반년이 가깝지만 글로벌 불황 때문인지 상점 입주율은 50%를 밑돌았다.

최고 입지라는 1층 에스컬레이터 주변조차 빈 상점들이 눈에 띄었다. '제이엘인터내셔널'의 정미선(여ㆍ42) 사장은 "처음 계약했던 점주들 상당수가 취소하고 빠졌다"면서 "처음에 보증금 1700만원에 월세 250만원이던 임대료가 보증금 1000만원, 월세 7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지하 1층은 80%, 1층은 45%, 2층은 70%가량 채워졌지만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상황은 심각했다. 통로를 따라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점포 벽에는 '임대 문의'라고 쓰인 흰 종이만 여기저기 나붙어 불황의 깊이를 가늠케 했다.

G쇼핑몰 2층에서 'Zock' 매장을 운영하는 황재호(34) 사장은 "불황 때문인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이면 입점할 수 있다"며 "하루에 20만~30만원밖에 못 벌지만 앞으로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하루하루 견디고 있다"고 덧붙였다.

20대로 보이는 여성 쇼핑객 김효진 씨는 "쇼핑몰이 북적여야 쇼핑할 맛이 나는데 이상할 정도로 너무 조용해서 매장을 돌아다니기가 겁이 난다"며 "조금 돌아본 뒤 다른 의류 상점으로 갈 생각"이라고 말한 뒤 발걸음을 재촉했다.

G쇼핑몰을 나와 인근에 위치한 A쇼핑몰로 갔다. 이 쇼핑몰도 사정은 비슷했다. 간간이 엔고를 등에 업고 쇼핑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찾고 있지만 정작 상품 구매로 연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동대문 일대 쇼핑몰이 불황으로 신음하면서 신규 오픈 예정인 쇼핑몰도 분양과 오픈 일정이 차질을 빚는 등 후유증을 앓고 있다. 실제 P쇼핑몰은 지난해 9월 오픈 예정이었으나 분양률 저조로 올해 2월로 오픈을 연기했다가 4월로 재차 연기한 상태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m.com)- '대중종합경제지'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