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대금 돌려막기도 한계.. 쪽박은 시간문제"

2008. 11. 13.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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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건설현장… 경기 화성시 아파트 공사장에 가다시행사 부도로 돈줄 막히자 하도급 업체들 현장 점거까지 임금·자재비 체불에 야반도주도

"공사대금 돌려막기를 하던 단종업체 사장이 야반도주를 하지 않나, 여기에 밀린 일용직 근로자들의 임금투쟁과 공사 중단사태 등 요즘 지방 건설현장은 그야말로 살얼음판 입니다."(전문건설업자)

12일 오후 경기 화성시 송산면 '궁전사강 슐로스빌' 아파트 현장. 당초 15층으로 지을 예정이었으나, 골조가 8층까지만 올라간 상태에서 3개월째 공사가 중단됐다. 칸막이로 차단된 을씨년스러운 골조 앞에는 '공사비 체납으로 각 업체들이 점거하고 있다'는 유치권자 일동 명의의 플래카드가 나부낀다. 분양률 저조로 시행사가 공사대금을 지불하지 못해 부도가 난 것이다.

인근 주민은 "시행사의 부도로 시공사가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지불하지 못하자, 자재 납품 등 하도급 업체들이 아예 건물을 점거하고 나섰다"면서 "공사가 중단된 상태로 오랜 기간 방치돼 옆에 있는 송산고 학생들의 우범지역으로 전락할까 두렵다"고 했다.

아파트 미분양 문제가 장기화하면서 전국 공사 현장에서 부도와 공사 중단이 속출하고 있다. 미분양 증가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대형 건설사가 하도급 업체에 대금 지급을 미루고, 하도급 업체는 다시 일용 근로자의 임금을 체불하면서 공사 파행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금력이 취약한 하도급 업체들은 '돈을 만들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며 다른 공사를 최저가에 수주해 돌려막기를 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최근 실물경기 침체로 공사 발주마저 급감하면서 파산하거나 야반도주하는 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건축자재를 납품하는 현대종합자재 박종복(54) 사장은 요즘 중소 건설사에서 4억5,000여 만원의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해 파산 직전에 몰려 있다. 박 사장은 "창고와 사무실을 담보로 받은 대출금 이자만 월 400만~500만원인데, 지난달엔 이마저도 내지 못했다"며 "쪽박차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근 건설 현장에 하루 30~40명의 일용직 근로자를 파견하는 동탄인력소개소 홍성우(56) 사장은 "현장에 돈의 씨가 말랐다"고 하소연했다. 홍 사장에 따르면 평소 30~40일이던 일일결제가 50~60일로 늘어나더니, 최근에는 100일짜리까지 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마이너스통장으로 땜질하며 연명했지만 이마저 한도에 찼다"며 "더욱이 업체 부도로 임금 900만원도 떼일 상황이라 앞길이 막막하다"고 한숨 지었다. 인력 공급이 중단되면 현장 공사가 멈추는 것은 자명한 수순이다. 정부가 금융위기 이후 '대마불사'의 보호막에 안주한 대형 건설사의 유동성 공급에만 관심을 두는 사이, 정작 공사 현장에선 이처럼 영세 건설업체들이 맥없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철근콘크리트 업체를 운영하는 한 전문건설사 대표는 "대형 건설사들이 공사대금을 제때 주지 않아도 하도급 업체들은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그냥 끌려갈 수밖에 없다"며 "최근에는 억지로 낮은 가격에 공사한 하도급 업체에 건설사가 대금을 아파트 같은 대물로 가져가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털어놓았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71개였던 전문건설업체 부도 숫자가 올해는 9월 말 현재 190개에 달했다. 또 원도급 낙찰금액 대비 하도급 낙찰금액 비율도 공공공사 70.8%, 민간공사 71.6%로 예전보다 크게 낮아졌다. 공공공사 최저가 낙찰제의 경우 하도급 낙찰률 50% 미만인 경우가 27.2%에 달한다. 대형 건설사가 수주한 공사비의 절반만 받고 하는 하도급 공사가 전체 4개 중 1개가 넘는다는 뜻이다.

건국대 손재영 부동산대학원장은 "중소 건설업체들이 급등한 원자재 가격에 저가 수주, 대금 체납 등으로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며 "일자리의 상당 부분을 이들 중소 업체들이 담당하고 있는 만큼 약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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