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패닉] 키코 가입 中企 "이러다 줄도산.."

2008. 9. 2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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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하게 누구 탓 할때 아냐" 피말리는 하루상당수 기업 영업익으로 환차손도 감당못해은행도 해당기업 부도땐 대지급 처지 내몰려

키코(KIKO)에 가입한 중견업체 A사의 박모 사장은 29일 아침 일찍부터 회사를 찾아온 주주들을 만나 회사 사정을 설명하고 은행 측과 전화통화를 하느라 진땀을 흘러야 했다. 그는 환율이 900원대일 때 키코에 가입했으니 오늘 환율로 따져보면 손실액은 지난 6월에 비해 3배를 훌쩍 넘어섰다"면서 "지금은 한가하게 누구 탓인지를 일일이 따질 때가 아니라 최소한 줄도산 사태는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원ㆍ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200원까지 치솟자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은 시시각각 시장상황을 점검하며 피 말리는 하루를 보내야 했다.

이날 금융시장에서는 자신들의 수출물량 이상으로 키코에 가입한 기업 가운데 재무구조가 취약한 업체들이 조만간 태산LCD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돌았다.

그나마 당국 개입으로 폭등세가 다소 주춤해지기는 했지만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키코 피해 기업들은 일단 회사는 살려놓고 봐야 한다며 정부와 은행 등에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은행들도 대부분 키코를 직접 만들어 판매한 게 아니라 중개해주고 수수료만 받는 형식이기 때문에 해당 기업이 부도로 쓰러질 경우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대지급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태산LCD와 거래한 하나은행의 경우 이미 2,800억원의 키코 손실을 대지급할 처지에 내몰렸다.

금융권에서는 환율이 1,200원 가까이 치솟으면 상당수 기업들이 영업이익으로 환차손도 감당 못하는 한계상황까지 내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환율이 920원대 안팎일 때 가입해 8월 말 현재(달러당 1,089원 기준) 키코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는 471개사, 1조2,846억원(평가손 포함)에 이르고 있다.

특히 수출물량보다 더 많은 금액을 키코에 가입한 오버헤지 기업 71개사는 은행이 환손실에 대해 대출을 지원해주지 않으면 정상적인 영업이 힘든 상황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예를 들어 연 수출이 1억달러인 기업이 환율 900원에 2억달러 규모의 키코에 가입했고 환율이 1,200원으로 올랐다고 가정하면 이 기업은 계약 환율과 현재 환율의 차이인 300원에다 오버헤지 물량 1억달러를 곱해 300억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 환율 상승에 따라 피해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셈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날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나라당과 피해 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B기업 대표는 "언론이나 은행권에서 중소기업들이 환투기를 하려다 손실을 봤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기업들이 환율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들이 왜곡한 부분을 조사해 중소기업인들을 살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반대로 은행이 기업을 상대로 투기를 했다고도 볼 수 있다"며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은행들이 키코를 도입한 배경과 기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이 얼마나 외국으로 넘어갔는지 국부유출 차원에서 조사해달라"고 덧붙였다.

C기업 대표도 "금융감독원ㆍ은행ㆍ기술보증기금 등에서 도덕적 해이 운운하면서 피해업체에 대한 선별 지원을 얘기하는데 심히 우려된다"며 "오버헤지(수출액의 100% 이상으로 계약한 것)는 은행이 유도한 측면이 크며 기업이 환투기를 위해 그런 무리수를 둘 리가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이밖에 D업체 대표는 "키코는 기업들의 담보여력과 상관없이 사인 하나로 계약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성이 커진 것"이라며 은행의 불완전 판매를 비난했으며 E업체 대표는 "영문계약서의 용어를 몰라 얼떨결에 은행과 사인한 경우가 많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피해 기업들은 환율이 안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외화대출을 허용해줄 것과 거래대금 결제의 유보 또는 정부의 긴급구제금융 투입을 통한 거래대금 규모만큼의 무담보 장기대출 지원을 주장했다.

한기석기자 hanks@sed.co.kr이병관기자 come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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