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광객 피살' 갈등 고조..금강산 관광 존폐 기로

2008. 7. 12.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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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구정모 기자 = 금강산에서 남측 관광객이 피격 사망한 사고에 대해 북측이 강경 대응 입장을 보이면서 남북간 대립양상으로 치닫자 금강산 관광 중단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강산 특구내 해수욕장 인근에서 남측 관광객 박왕자(53.여)씨가 북측 초병의 총격을 받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한국정부는 강한 유감 표명과 함께 진상규명 노력에 북한이 협조할 것을 요청했지만 북측은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사고 책임을 남측에 돌리면서 남측이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울 때까지 남측 관광객을 받지 않겠다고 밝혀 남북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국간 접촉이 중단된 상황에서 남북이 모두 금강산 관광을 중단하겠다며 자존심 대결 양상을 보임에 따라 극적인 상황변화가 없는 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 금강산 관광중단 장기화 될 듯= 남측 관광객 피살 사고 이후 북측의 성의있는 자세를 기대했던 현대아산은 예상보다 강경한 북측 입장으로 적잖은 충격을 받은 상황이다.

현대아산 내부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왔다"면서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당초 현대아산은 북측이 유감 표시와 함께 재발 방지 약속을 하면서 잠정 중단된 금강산 관광사업이 다시 풀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히려 북측이 남측에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공세를 보임에 따라 장기간 금강산 관광 중단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북측은 "우리는 남측이 이번 사건에 대해 올바로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울 때까지 남측 관광객을 받지 않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혀, 금강산 뿐 아니라 개성관광마저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아산측은 "개성관광에 대해서는 아직 북측으로부터 별다른 통보를 받은바 없다"면서 "향후 추이를 보면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아산은 올 상반기에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관광객 19만명, 개성 관광객 6만명을 유치해 기존 목표보다 20% 이상 초과 달성해 분위기가 고조된 상황이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되면 금강산의 경우 올해 목표인 40만명을 초과 달성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이번에 남측 관광객 피살 사고로 금강산 관광이 잠정 중단됨에 따라 지난해 수준인 32만명 달성도 어렵게 됐다.

특히 현대아산은 이달 말께 내금강 비로봉을 개방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는데 이번 사고로 이것마저 물건너가게 됐다.

◇ 관광 중단 과거에는 어땠나 = 여지껏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것은 총 네차례다.

1999년 6월에는 관광객 민영미씨가 북측에 억류되는 사건이 발생해 40여일간, 2002년 9월에는 태풍으로 10여일간, 2003년 4월에는 북한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해 두 달간 관광이 중단됐다.

또 2003년 8월에는 정몽헌 회장의 자살로 1주일간 관광이 중단됐었다.

이 가운데 북측이 남측 관광객을 받지 않겠다고 한 경우는 2003년 4월 북한에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했을 당시로 전염을 우려해 두 달간 관광을 중단시켰다.

하지만 이는 북측이 질병 문제로 이유로 남측 관광객을 받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남측 관광객의 피격 사망에 대한 책임 소재 공방으로 북측이 남측 관광객을 거부하기로 해 문제의 심각성이 매우 크다.

1998년 시작한 금강산 관광이 지금까지 10년을 이어오는 동안 남북관계는 크고 작은 정치적, 군사적 사건들로 부침을 겪었지만 북한이 이런 이유로 스스로 금강산 관광의 중단을 시도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남측 관광객의 피격 사망이 이제는 남북 당국간에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 그동안 남북 대화의 통로였던 대북 관광 사업 자체가 막힐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대북 관광 사업자로서 이제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제 남북 당국간에 문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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