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듯 야근.. 해도 해도 끝이 없어" "가정·자아성취 멀어져"
[2012 한국사회에 묻다] ● 워커홀릭 4명이 말하는 일"10% 해내면 또 10%… 회사 목표 너무 높아누가 먼저 나자빠지나 폭탄돌리기 하는 꼴업무량 수준 적당해야 성취감도 느낄 수 있어존경스럽고 부럽지만 자기 생활이 앞서는 '칼 퇴근' 후배 얄미워"
"해도 해도 끝없는 일, 뫼비우스의 띠 같아요!" "일에 치여 마흔이 되도록 결혼도 못했어요"
구랍 21일 저녁 8시 서울 명동의 한 술집. 워커홀릭을 자임하는 직장인 4명이 모였다. 도대체 왜 우리는 밤낮 없이 일을 해야 하는 건지, 술자리를 빌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모두 초면이었지만 2시간 넘게 대화가 이어지면서 공감대도 깊어졌다. 참석자는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업체에 다니는 조모(41) 수석, 중소 연구기관에 근무하는 송모(38) 차장, 대기업 계열 전자회사에 몸 담고 있는 양모(36) 차장, 그리고 유일한 여성으로 금융 공기업에 종사하는 유모(28) 대리. 주제가 주제인 터라 회사와 이름은 익명으로 했다.
◆야근, 또 야근
첫 잔을 부딪친 뒤(딸이 있는 유 대리는 임신 9개월이라 음료로 대신했다) 근무환경 얘기부터 시작했다. 다들 업무량에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였다.
유 = "모든 부서원이 1주일에 4~5일은 야근을 하죠. 주말에 나올 때도 있고요. 딸 아이가 어제 너무 아파 밤에 한 숨도 못 자서 오늘 정말 휴가를 쓰고 싶었는데 결국 못 했어요. 다들 한계치까지 일을 하는 데 제 사정을 봐달라고 하기 힘들잖아요."
송 = "직원 한 명은 '특근 대휴(代休)'가 한 달 가량이나 밀려 있어요. 주말에 계속 일을 했다는 얘기죠. 주중에 대휴를 써야 되는데 일에 치이다 보니 쓸 타이밍을 계속 놓치는 겁니다."
양 = "부서 전체가 금요일 빼고는 거의 야근입니다. 동료 산모는 그나마 일찍 퇴근하는 편이지만, 일이 많을 때는 애를 남편에게 맡겨놓고 다시 회사로 나오기도 하죠."
조 = "IT서비스는 노동집약적일 수밖에 없는 업종이에요. IT 인력을 파견 받아 서비스를 받는 쪽에선 적은 인력으로 많은 일을 시키려고 하는 게 당연하죠. 노동시간이 곧 가격경쟁력이니 일 자체가 많을 수밖에 없어요."
◆회사의 쥐어짜기
살인적 업무량에 대한 공통된 진단은 회사의 쥐어짜기. 직장인들은 팍팍한 근로여건이 '뫼비우스의 띠' 같다고도 했고, '폭탄 돌리기'라고도 했다.
유 = "제일 힘들게 하는 건 과도하게 상향 지향인 회사 목표에요. 정말 힘들게 목표를 달성했는데, 내년에 또 목표를 10% 올리죠. 내년에도 달성한다면 내후년에 또 10%를 높이겠죠. 이렇게 쥐어 짜는 끝이 어디인지 모르겠어요."
조 = "일종의 폭탄 돌리기에요. 누군가는 못 하겠다고 나자빠져야 하는데, 아무도 내 앞에서 폭탄이 터지길 원치 않죠. 안 그래도 시장에는 내 대신 일하겠다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그렇게 폭탄은 계속 돌아가는 거죠."
양 = "맞아요. 어쩌면 '뫼비우스 띠'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가도가도 끝이 없고, 해도해도 끝이 없는."
◆멀어지는 가정
야근에 휴일근무까지. 이들에게 가정은, 또 개인생활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 걸까.
양 = "3월에 결혼해서 9개월 됐으니 아직 신혼이죠. 와이프가 전업 주부인데 남편이 회사 생활 때문에 바쁘다는 건 받아들여요. 다만, 개인 약속까지 용납해달라고 할 수 없으니, 친구며 뭐며 하나 둘 포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송 = "가정과 일을 놓고 보자면 3대 7 정도 비중을 두는 듯해요. 2012년에 우리 나이로 마흔이 되는데 아직 미혼이에요. 젊을 땐 일이 너무 좋아서, 지금은 일이 너무 많아서 사람을 만날 있는 시간이 별로 없죠."
그렇다면 이들은 혹시 가정에서의 만족감보다 업무 성취감을 더 즐기는 건 아닐까.
양 = "처음에는 자기 성취도 있긴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상황이 변해 선택의 여지가 생긴다면, 굳이 지금의 생활을 택할 사람이 있을까요?"
유 = "일로 행복감을 느끼려면 일의 수준이 적당할 때 얘기인 것 같아요. 지금처럼 업무 속에 파묻혀 있는 상황에서는 자아 성취를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거죠."
◆길들여지기
유 대리를 제외하곤 모두 중간관리자급. 10년 이상 격무를 당연시하는 조직문화에 길들여진 탓일까. 그들 스스로도 정시 퇴근하는 후배를 너그럽게 받아들일 여유가 없는 듯했다. 결국 서로서로 족쇄를 채우는 것이다.
조 = "내 밑에 조금이라도 자기를 희생할 수 있는 후배가 오길 바라죠.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정시 퇴근하는 후배를 누가 원하겠어요? 학생도 밤 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이 더 공부 잘하잖아요."
양 = "최근에 외국에서 일한 친구들을 많이 뽑았어요. 그런데 본인 것인 휴가를 왜 회사 일정에 맞춰 써야 하는지, 왜 퇴근시간으로 능력을 평가하는지 불만을 토로해요. 참 존경스럽고 부러우면서도, 우리 조직문화에는 맞지 않다고 또 얄밉다고 생각이 드는 거죠."
◆마무리
밤 10시가 넘어 술자리를 파할 시간. 막내인 유 대리가 하소연하듯 깊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그럼 해법은 없는 건가요?" 하지만 역시 답을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양 = "미국이나 프랑스가 노동시간이 길어서 우리보다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 기업들이 직원들 근무시간을 늘려서 일을 시키는 가장 편한 방법을 택하는 거겠죠. 다른 시도를 해서 성공하는 기업들이 많이 나와야 기업문화도 바뀌지 않을까 싶어요."
조 = "위를 봐도 너무나 뛰어난 인력들이 너무도 뻔한 일을 너무나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이러니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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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태기자 ytlee@hk.co.kr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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