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로 집 장만한 40대 家長, 소득의 40% 이상 빚 갚는데 써

방현철 기자 banghc@chosun.com 2011. 5. 2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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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차장 홍모(40)씨는 2009년 7월 주택담보대출 2억500만원을 받아 서울 영등포의 32평 아파트를 5억원에 샀다. 지난 1년9개월 동안 연 4%대 금리로 이자만 매달 65만원씩 냈다. 홍씨는 혼자 500만원쯤 벌지만, 초등학교 2학년과 세 살짜리 아이의 학원비 및 어린이집 비용으로 100만원, 아파트 관리비 30만원을 내면 생활비마저 빠듯하다. 지난달엔 가계부가 적자 났다. 문제는 내년 7월부터 이자만 내던 기간이 끝나 매달 140만원씩 원금까지 갚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홍씨는 "집값은 그대로인데 대출 상환 부담만 점점 커지고 있어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말했다.

아파트값 상승기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한 30~40대 수도권 중산층이 가계부채 문제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금리가 오르거나 혹시 직장이라도 잃게 되면 이들에겐 가계부채 상환액이 생계를 위협하는 뇌관이 된다.

이미 이들은 가계가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세금 뺀 소득)의 40% 넘게 원금과 이자 상환에 쓰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무리하게 대출받아 집을 사서 원리금 상환 때문에 생계에 고통받는 30~40대 가구가 69만2000가구에 달한다. 집 가진 전체 30~40대 가구(432만2000가구)의 16%에 해당한다. 이들 가운데 40대의 경우 월평균 273만7000원의 가처분소득 중 42.1%(115만1000원)를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었다.

게다가 이자만 내는 가구가 많다는 게 문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중 이자만 내는 대출 비중은 84%에 달한다. 10~15년 만기 주택대출이라도 3년 정도는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이 있다. 이자만 내는 기간이 끝나면 원금까지 더해 갚아야 하기 때문에 원리금 부담이 급증한다. 또 무리한 대출을 받아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가구 중에서 대출 상환 기간 내 갚을 수 있는 가구는 61.2%에 그친다. 10가구 중 4가구는 상환기간을 연장해야 빚을 갚을 수 있다.

25일 한국은행은 "지난 3월 말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 800조원을 넘겨 801조39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가계부채는 1분기 중 6조원이 늘었고, 작년 같은 기간보다 61조7652억원(8.3%)이 증가했다.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을 G7(주요 7개국)과 비교하면 한국(153%·작년 9월 기준)보다 높은 국가는 영국(161%)에 불과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집값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은행들이 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리는 것은 문제"라며 "명확한 경고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가계부채 문제에서 가장 큰 뇌관은 30~40대인데, 이들이 지난 4·27 재·보선 때 분당 지역에서 현 정부에 불만을 표시했다"며 "가계부채가 느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올라 빚을 감당 못하게 되면 이들이 사회 불만 세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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