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 리더십 위기 맞나

백종훈 기자 iam100@chosun.com 2011. 5. 1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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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현안들과 관련해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리더십이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저축은행 부실화와 영업정지, 그 과정에서 불거진 감독 소홀 문제, 감독권 분산 문제, 론스타의 은행 대주주 적격성 판단유보 등이 꼬이면서 김 위원장의 정책수행 동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과 산은금융 민영화, 자본시장법 개편, 가계부채 대책 마련 등 김 위원장의 남은 과제들이 제대로 열매를 맺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저축은행·론스타… 김 위원장 스텝 엉켜

김 위원장은 올해 초 취임하자 마자 저축은행 문제에 대한 속전속결을 기치로 내걸었다. 지난해 G20 정상회의 등을 앞두고 덮어뒀던 곪은 상처를 도려내고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떨쳐내려는 의도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옛 삼화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를 내렸고 지난 2월17일부터 불과 1주일새 부산저축은행 계열 등 총 7개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를 단행했다. 그리고 나머지 100여개 저축은행은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면서 저축은행에 대한 고객과 시장 불신을 진화해 나갔다.

초기엔 김 위원장의 이러한 시도가 효과를 보는 듯 했다. 그러나 저축은행 피해 예금자들의 반발이 예상외로 커 사회 문제로 점차 비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지난 2월19일 부산저축은행 계열 3개사와 보해저축은행 등 4개사를 영업정지시키면서 "더 이상 저축은행 영업정지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가 이틀 후인 22일 강원도 도민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결정을 내리자 시장의 불신은 커졌다.

또 영업정지 저축은행이 일부 예금자들에게 특혜성 인출을 해준 점, 저축은행 대주주들의 비리와 부실투자를 감독당국이 잡아내지 못한 점 등이 불거지면서 사태는 장기화됐다.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이 부산저축은행의 임직원 비리를 묵인 내지 비호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금융당국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저축은행 불똥은 금감원 개혁 내지 금융감독권 분산 문제로 번졌다. 저축은행 감독과 관련한 국민들의 금감원 불신이 감독권을 분산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과 맞물린 것이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일 금감원을 예고 없이 방문해 금감원 개혁을 위한 테스크포스(TF) 팀을 금융당국 외부에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감독권을 아무 기관에나 줄 수는 없다"고 밝혀 감독권 논란을 한층 키웠다. 그는 이 발언 때문에 감독 소홀에 대한 반성 보다 밥그릇 싸움에 몰두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이 대통령의 유럽 순방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을 소개하면서 "관계기관끼리 소관 문제를 다투는 건 저축은행 문제 해결의 우선순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석동 위원장이 금감원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비쳐져 이 대통령이 불쾌하게 생각한다는 관측도 나왔다.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은행의 대주주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금융당국의 갈지자 행보도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줬다. 김 위원장은 올해 초부터 론스타 적격성 문제에 대해 조만간 빠른 입장표명을 하겠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17일 브리핑에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이 계류 중임에도 불구하고 법무법인의 법률 검토를 거쳐 결론을 낼 것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난 이달 12일 금융당국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법원 결정 전에 론스타 문제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면서 적격성 판단을 유보했다. 이?날 하나금융 주가는 하한가로 떨어졌고 금융당국의 애매한 판단연기 결정에 대한 시장의 비판이 쏟아졌다. A금융지주회사 고위관계자는 "금융당국자의 말 바꾸기 때문에 시장이 혼선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 산은의 우리금융 민영화 참여 '부정적 기류'

김 위원장이 속도를 내려던 주요 현안이 표류하면서 우리금융 민영화 문제도 과연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과 물밑 교감 아래 산은금융이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해 자산 500조원 이상의 소위 '메가뱅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시장과 전문가들의 반응은 차갑다. 정부가 우리금융을 매각하는데 정부 소속인 산은금융이 뛰어드는 것이 과연 민영화 취지에 부합하느냐, 민영화가 아니라 국영화 아니냐는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또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우리금융 민영화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이는 두 금융지주사가 경쟁입찰의 모양새를 갖춰주기 위해 산은금융의 들러리를 서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향후 일정상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인수 추진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작년에 실패했던 우리금융 민영화 입찰의 경우 지난해 7월 입찰 조건이 발표되고 12월에 중단되기까지 5개월 이상 시간이 걸렸다. 따라서 이달 우리금융 입찰 공고를 낸다 하더라도 올 10월 내지 11월은 돼야 우선협상자 선정이 가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오는 9~10월 국정감사 때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이 이같은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인수방안에 브레이크를 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B은행 임원은 "올 국정감사 때 김 위원장이 저축은행 문제와 론스타 문제 등으로 집중 포화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 와중에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인수를 관철시키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C금융지주사 고위관계자는 "올 하반기만 돼도 김석동 위원장의 정책수행 동력이 올해 초와 판이하게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노조의 반대도 심상치 않다. 금융노조는 "정부의 메가뱅크 추진에 반대한다"며 "금융지주사가 다른 금융지주사를 인수할 때 지분 95% 이상을 인수해야 한다는 금융지주사법 시행령을 완화할 경우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자본시장법 개편의 경우 관련 현안이 많아 김 위원장이 국회 의원들의 협조를 이끌어 내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상반기 내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뾰족한 대책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 재탕 정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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