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는 진행형' 올해 만기 회사채 53조
기업들 자금확보 비상…빚내 빚 갚는 비율 50% 넘어
(서울=연합뉴스) 고유권 기자 = 기업들이 올해 들어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신용경색을 피하고자 무더기로 발행했던 회사채의 만기가 올해 집중됐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에 힘입어 재무상태가 개선된 대기업들은 현금상환에 문제없지만, 상당수 중소기업은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자 차환용 회사채를 발행해 만기가 된 채무를 갚는 사례가 최근 부쩍 늘어났다.
발 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고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임시변통을 쓴 것이다.
11일 금융투자협회의 통계를 보면 이달부터 올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금융채ㆍABS 제외) 규모는 37조9천18억원에 달한다.
1분기 만기 물량까지 합치면 올 전체 회사채 만기 규모는 53조568억원에 이른다.
2007년 22조586억원, 2008년 21조8천997억원, 2009년 24조6천974억원에 그쳤던 연간 회사채 만기 규모는 지난해 41조9천761억원으로 대폭 늘더니 올해는 50조원을 넘어섰다.
기업들이 2년 또는 3년 만기의 회사채를 주로 발행하는 것을 고려할 때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2008년 말 이후 회사채 발행이 크게 늘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2007년 27조5천691억원에 불과했던 회사채 발행 규모는 2008년 38조3천462억원으로 크게 늘었고, 2009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56조3천368억원과 51조5천684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는 2008년 10월 세계 4위의 투자은행(IB)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영향이 컸다.
리먼사태로 신용경색이 확산하자 국내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기업 대출을 꺼린 탓에 업체들이 비싼 금리를 감수하면서까지 회사채 시장으로 몰린 것이다.
리먼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월별 회사채 발행 규모는 2조원 안팎에 그쳤지만, 신용경색이 심화한 2008년 12월 7조4천859억원을 기록하고서 이듬해 5월까지 매월 5조원을 넘었다.
2009년 2, 3월에는 월평균 8조원의 넘는 회사채가 발행되기도 했다.
당시 2년 만기로 발행됐던 회사채의 만기가 올초부터 돌아오자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 규모를 다시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 1월 5조6천628억원, 2월 6조4천183억원, 3월 5조2천76억원 등 올해 1분기에만 총 17조2천887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 중 만기 상환을 위해 찍어낸 회사채가 8조3천억원으로 빚내서 빚을 갚은 비율이 50%를 넘었다.
이러한 추세는 6월까지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채 만기 물량이 4월 4조6천455억원, 5월 6조4천685억원, 6월 3조8천854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7월이후 11월까지 만기 물량이 매월 2조∼3조원대에 그쳐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겠지만, 12월에는 7조485억원으로 대폭 늘면서 연말 이후 기업들의 자금확보전은 다시 전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SK증권 이수정 연구원은 "신용등급이 우량한 기업들은 상반기안에 만기 상환을 위한 자금을 미리 조달하려 할 것"이라며 "일부 기업은 1분기중에 자금을 상당 규모 확보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앞으로 0.50∼0.75% 정도 추가로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수요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증권사의 기업금융(IB) 담당자는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저금리 상황이 이어져 발행 환경이 아직은 좋지만, 금리 인상 가능성에 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1분기에 회사채로 미리 자금을 확보한 기업들이 워낙 많다 보니 당분간 발행이 둔화할 수는 있겠지만, 아직도 금리인상 여부를 저울질하며 회사채 발행 시기를 고민하는 기업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의 회사채 인수 담당자는 "신용등급이 낮거나 재무상태가 다소 약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금리를 높여 발행해야 하는 만큼 금리인상에 대한 민감도가 크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이번주에는 주간 기준으로 3월 이후 최대치인 1조5천2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이 예정돼 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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