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국증시 '2조원 매물 폭탄' 사건

전수용기자 jsy@chosun.com 2011. 1. 2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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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도이치뱅크(독일 최대 은행) 부당이득 드러나면 검찰고발 검토

지난해 11월 11일 한국 증시에서 2조원이 넘는 매물이 갑자기 쏟아져 나온 이른바 '매물(賣物) 폭탄'과 관련, 우리나라 금융감독 당국이 독일최대은행인 도이치뱅크에 대해 부당이득 혐의로 제재에 나설 방침이어서 국제적 파장이 예상된다.

도이치뱅크가 매물 폭탄이라는 불공정 거래를 통해 수백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도이치뱅크로서는 국제적 신뢰도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3000조원 자산의 도이치뱅크는 전 세계 70여개국에 1977개 지점과 8만명이 넘는 직원을 갖고 있는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이다. 하지만 금융감독 당국이 도이치뱅크의 부당이득 혐의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에는 자칫 우리나라 금융감독이 국제적 망신을 자초할 수도 있다.

매물 폭탄 사건은 작년 11월 11일 주식시장 마감 10분 전인 오후 2시 50분부터 2조원이 넘는 대량 주식 매도(賣渡·파는 것)가 쏟아지면서 코스피지수가 50포인트 가까이 급락한 것을 말한다. 특정 매도 세력이 공개적으로 주식을 대거 팔아치워 주가를 급락시키고 이익을 얻은 경우는 우리나라 증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어 사건 당시 국내 증시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왔다.

당시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투자에 나섰던 한 자산운용사는 불과 10분 만에 900억원의 손실을 입고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반면 매물을 쏟아낸 세력과 증시가 급락할 경우 수익이 나는 상품에 투자했던 일부 개인 투자자는 10분 만에 수십 배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사건 발생 직후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특별조사팀을 구성해 매물 폭탄의 장본인을 찾아내고 이들이 고의로 주가를 떨어뜨려 부당이득을 취하려 했는지를 가리기 위해 특별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 당국의 조사 결과 도이치뱅크 런던법인이 도이치증권 홍콩 현지법인과 도이치증권 서울지점 창구를 통해 매도 주문을 냈고, 이 과정에서 도이치뱅크는 400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도이치뱅크는 이와 별도로 주식을 팔아 얻은 원화를 미국 달러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약 1000억~1500억원에 달하는 환(換)차익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도이치뱅크가 얻은 400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이 정상적인 거래를 통한 이득인지 아니면 불공정 거래에 따른 부당이득인지의 여부다. 금융감독 당국은 도이치증권 홍콩법인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실시하는 등 지난 2개월 동안의 강도 높은 조사를 했다. 그 결과 도이치뱅크가 부당 이득을 얻은 혐의를 잡고 제재 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다.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과 단순 검찰 통보 등 두 가지 방안을 놓고 금융감독 당국이 내부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검찰 고발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은 이와 함께 일부 개인들도 매물 폭탄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파생 상품에 투자해 거액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파악하고 이들에 대한 검찰 고발 여부 등도 함께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거래소관계자는 "다음에는 2조원이 아니라 20조원의 매물이 나올 수도 있다"며 "우리나라 증시를 우습게 보는 외국 세력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이치뱅크측은 "정상적인 상품 거래"라고 주장하며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A자산운용사 임원은 "도이치뱅크가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해 매매 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커 금융감독 당국이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매물 폭탄 사건

'옵션(일종의 파생상품) 만기 쇼크'라 불리기도 한다. 작년 11월 11일 증시 마감 10분 전인 오후 2시 50분부터 외국인들이 2조원이 넘는 주식을 한꺼번에 팔아치우면서 코스피지수가 10분 만에 50포인트 급락했다. 이날의 주가 급락으로 주가가 오르면 수익이 나는 파생상품에 투자한 개인과 자산운용사·증권사들이 최소 1400억원 이상 손실을 입었다. 반면 주가가 급락하면 큰 수익이 나는 파생상품을 산 투자자들은 수십 배의 수익을 올렸다.

☞도이치뱅크

1870년 독일 베를린에서 설립된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이다. 소매금융은 물론 자산관리 서비스와 투자은행(IB)을 주업으로 한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동유럽, 남아메리카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신흥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작년 9월 말 현재 자산규모는 3000조원(1조9580억유로)에 달한다. 전 세계 70여개 나라에 1977개 지점과 8만2504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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