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대수술]④들판에 버려진 예금자들

이진우 2011. 1. 2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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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 높다고 안심못해..실적시즌 매일 홈페이지 확인해야실적 공시 기다리다가 영업정지 소식 먼저 들을 수도예금후 별일 없기만을 기도해야 하는 구조 개선 절실 예금자 보호가 먼저냐 뱅크런 방지가 먼저냐 고민

[이데일리 이진우 기자] 지난 14일 영업정지를 당한 삼화저축은행. 여기에 5000만원 이상 예금했다가 피해를 본 예금자들은 1500명이 넘는다.

이들은 왜 이렇게 위험한 선택을 했을까. 우량 저축은행을 잘 골라 예금하면 되지 않았을까. 부실의 징후를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 `갑작스런 영업정지`에서 자유로운 저축은행은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방법은 없다. 우량한 것처럼 보이는 저축은행이라도 어느날 갑자기 영업정지를 받을 수 있고,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예금자들이 이를 가늠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영업정지된 삼화저축은행은 예금자들이 어떻게 갑작스런 피해를 볼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BIS 비율 8%가 넘으면 우량 저축은행으로 간주한다. 삼화저축은행의 BIS 비율은 2009년 12월말 기준으로 7.37%였다. 지난해 2월 발표된 수치다. 그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9개월 동안 삼화저축은행 예금자들은 그 수치를 삼화저축은행의 BIS비율로 알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저축은행은 6개월에 한번씩 재무제표를 공시해야 하는데 삼화저축은행은 지난해 6월말 기준 재무제표를 공시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6월말 결산자료는 9월말까지 공시되어야 하지만 지연되더라도 과태료만 내면 되기 때문에 불리한 재무정보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무제표 제출 기한이 지나도 공시를 하지 않는다면 눈치껏 예금을 정리한다` 정도가 예금자 입장에서는 최선의 생존 요령인 게 현실인 셈이다.

삼화저축은행은 지난해 12월초에야 -1.42%라는 BIS 비율 수치를 공개했다. 즉시 영업정지가 가능한 수준이다. 눈치가 빠른 예금자라면 이 수치를 보고 5000만원 이상 예금은 빼낼 수 있었겠지만 그마저 쉽지는 않다.

해당 저축은행 홈페이지에 예고도 없이 게시하는 방식이어서 매일 저축은행 홈페이지를 열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저축은행은 BIS 비율이 1% 이하로 하락하면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저축은행들은 단시간에 BIS 비율이 급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출채권을 우량한 채권으로 분류해놨다가 갑자기 충당금을 쌓아야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정보는 예금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감독시스템이나 행정절차가 뱅크런을 막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도 "저축은행들의 재무제표가 투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5000만원 이상의 예금은 갑자기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 저축은행 실적공시 안해도 영업정지 가능..예금자에겐 날벼락

삼화저축은행의 사례는 예금자들에게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6월말 결산보고서 공개가 마감시한을 넘어 2개월이나 늦어지고 있다는 것도 확인할 기회가 있었고 마이너스로 떨어진 BIS 비율을 확인한 후에도 영업정지까지 약 1개월 이상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낌새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고 영업정지를 당할 수도 있다는데 있다.

저축은행의 실적공시에 앞서 금감원에 먼저 보고한 BIS비율이 5% 미만이면 금감원이 정확한 수치 파악을 위해 현장 검사를 진행한다. 만약 삼화저축은행이 끝까지 재무제표를 공개하지 않더라도 금감원은 자체 검사결과를 토대로 영업정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게 현행 시스템이다.

예금자의 입장에서는 금감원과 삼화저축은행이 물밑에서 실적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졌더라도 할말이 없었다는 얘기다.

예금자들은 그래서 불안하다. 저축은행들의 지난해 12월말 기준 재무제표들이 오는 2월말까지 공개될 예정이지만 문제가 생긴 저축은행들은 뱅크런을 우려해 재무제표를 끝까지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 검사 결과 BIS 비율이 5%이하이거나 3% 이하인 경우는 6개월~1년의 기한으로 시정을 요구하거나 권고하는 수준이어서 예금자들의 피해는 없다. 오히려 사전에 경고를 한 번 더 해주는 셈이어서 예금자들 입장에서는 판단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검사결과 BIS비율이 1% 미만으로 떨어졌을 경우는 심각해진다. 예고도 없이 영업정지로 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해당 저축은행으로부터 경영개선계획을 보고받고 경영평가위원회도 열지만 이 절차는 예금자들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그동안 물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까맣게 모르던 예금자들은 자기가 돈을 맡긴 저축은행의 12월말 실적이 언제 나올지 궁금하게 기다리다가 갑자기 영업정지 뉴스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김석동式` 속전속결 예금자 피해 커질수도

삼화저축은행의 경우는 금융당국도 영업정지를 피하기 위해 새 주인을 찾아서 인수합병을 시키는 쪽으로 오래동안 노력했다. 지난해 8월말까지 제출해야 하는 재무제표가 12월에야 나왔지만 그 이전에 아무 조치가 없었다는 게 그 증거다. 눈치를 챘다면 예금을 뺄 시간이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른바 `김석동식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가뜩이나 정보에 어두운 예금자들의 피해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외부에 적절한 인수대상자를 미리 대기시켜 놓고 저축은행 매물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속전속결로 주인을 바꾸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석동식 구조조정은 가교저축은행을 거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수자가 5000만원 이상의 예금도 보호해 줄 가능성이 생긴 측면도 있다"면서도 "인수 후보자가 대기하고 있다는 판단이 서면 저축은행의 자구노력 등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예보기금을 투입하고 주인을 바꿀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예보기금이 투입되기 위해서는 영업정지 조치는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 "내 예금에 별일 없기를…" 기도만이 최선?

예금을 맡기고 별일 없기만을 기도해야 하는 이런 구조는 어떤 식으로든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거기엔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보다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먼저 고려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는 지적이 들어 있다. 뱅크런은 막아야한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정보비대칭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학 교수는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소비자의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이라면 양쪽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관이 토론과 협의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소비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이 없는 게 문제"라며 "이런 구조라면 5000만원 넘는 예금은 아예 받지를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러나 "영업정지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금융 시스템과 예금자, 시장 중에서 누구를 먼저 보호해야 할 것인가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언급하면서도 "어찌 보면 소비자들이 겪게 되는 이런 정보 비대칭성을 보상하기 위해 예금보호제도가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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