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대수술]①허술한 대형화의 암운

정영효 2011. 1. 18. 13: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업권간 형평성 맞춘 '8·8클럽制'..PF대출 급증한 계기
5천만원 예보한도·업계내 M&A로 부실 더 커지고 깊어져

[이데일리 정영효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규모 부실로 위기에 직면한 저축은행업계에 대한 대수술이 시작됐다. 삼화저축은행의 영업정지는 그 신호탄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저축은행업계의 고질적인 부실을 더이상 방치할 경우 금융권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속도전에 나섰다. 이데일리는 서민금융기관으로 출발한 저축은행의 부실 잉태 배경을 비롯해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니었던 저축은행 부실을 치유하지 못한 원인, 금융당국의 해법과 한계점,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대안 등을 주제로 4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편집자주]

저축은행 부실은 대책없이 몸집만 커져버린 `대형화`로부터 촉발됐다. 여기에 전횡이라고 불릴 만한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를 비롯해 대형화의 문제점을 간파하지 못한 금융당국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감독정책 및 사후관리가 대형화의 그늘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당국의 본래 의도와는 달리 부실의 기폭제로 작용한 `8·8클럽`, `예금자보호한도 5000만원`, 부실 저축은행을 또 다른 저축은행이 인수하도록 한 일 등이 대표적인 정책실패로 꼽히고 있다. 이렇게 잉태된 저축은행의 뇌관은 저축은행들을 비대한 공룡으로 만들었고 부동산경기 침체가 낳은 `PF 부실`이라는 지뢰를 밟고 결국 터져버렸다.

◇ PF 대출을 먹고 자란 공룡들..30%룰 무용지물

"사실상 PF대출이지만 일반대출로 분류해놓은 대출이 3조1000억원 규모나 됐습니다"

금융감독당국이 지난해 3월과 4월 실시한 저축은행 PF사업장 전수조사에서 적발한 내용이다. 3조 1000억원이면 저축은행 전체 PF대출의 25%에 달하는 규모다. 저축은행의 대출 쏠림 현상과 당국의 부실 감독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런 편법을 저축은행들이 PF대출을 일반대출로 둔갑시켜 놓은 이유는 PF대출이 전체 대출의 30%를 넘지 못하도록 한 동일업종 여신한도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쏠림과 거품을 막기 위해 `30%룰`을 만들긴 했지만 관리와 감독이 제대로 안됐던 것이다.

저축은행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고유 영역 상실→새로운 투자처 모색→소액신용대출 부실→정부의 규제 완화 및 업계내 M & A→대형화→PF 부실 직격탄`이라는 궤도를 그리며 생존해왔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몸집이 계속 커졌고 시중은행 보다 높은 수신금리를 만회하기 위해 고수익을 쫓는 `쏠림현상`이 나타났다. 쏠림의 결과는 늘 `부실 대출`이었다.

첫번째 실패는 2002~2003년 카드사태(가계신용위기)로 불거진 소액신용대출 부실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 은행의 대출금지 대상이었던 음식, 숙박, 유흥업소 등 이른바 `장탕대출` 규제가 1998년 1월 폐지되면서 은행들에게 영업무대를 내줬다. 저축은행들은 개인신용대출로 눈을 돌렸다.

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 규모는 2002년말 2조8261억원으로 저축은행 전체 대출의 14.7%에 달할만큼 늘어났지만 2004년말 연체율이 60.8%로 치솟으며 완전히 망가졌다. 결국 저축은행의 소액대출은 2007년 6월말 총대출의 1.8%(7583억원)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PF대출은 위축됐던 저축은행의 영업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로 다가왔다. 수익성이 높은 만큼 위험도 큰 대출이었지만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었기 때문에 부실 가능성도 낮아 보였다. 특히 PF 사업장 한 곳의 대출수요가 수백억원으로 소액신용대출 1인당한도인 300만원 이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에 달콤한 유혹이었다.

◇ 저축은행 대형화의 기폭제 `8·8클럽`..또다른 촉매 `5천만원 예금보호`

저축은행의 `PF 몰빵`은 때마침 지난 2005년말 나온 `8·8클럽(BIS비율이 8% 이상이면서 고정이하여신비율이 8% 이하인 우량저축은행)`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가 기폭제가 됐다. 우량 저축은행으로 분류된 `8·8클럽`에 한해 동일인 여신한도를 `80억원 이내`에서 자기자본의 20%까지 완화한 것. 이는 저축은행 대형화의 단초를 제공한 대표적인 조치로 평가받는다.

예를들어 2010년 6월말 현재 자기자본이 6146억원(금감원 통계기준)인 서울 소재 한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8·8클럽`이었기 때문에 PF대출한도가 일반 저축은행 80억원의 15배인 1229억원까지 늘어났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들에 `PF몰빵`을 기대하고 8·8클럽을 만든 것은 당연히 아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등 다른 업권의 여신규제가 `자기자본의 20% 이내`인 반면 저축은행만 `80억 또는 20% 이내`로 이중규제를 받고 있었다"며 "이중규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우량 저축은행에 대해서만 규제를 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취지는 서민금융을 활성화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차원이었다"며 "저축은행들이 PF대출을 집중적으로 늘릴 때 사후관리를 잘못해서 나타난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예금 전액보호제도를 부분보호제도로 전환하면서 저축은행 예금의 보장한도를 은행 등 다른 업권과 같이 5000만원으로 정한 2001년 1월 조치도 저축은행 대형화를 촉발한 중요한 순간이었다. 이로 인한 수신 급증은 대출자산 버블과 대규모 부실로 이어지는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보다 위험도가 높은 저축은행의 예금보장한도는 훨씬 낮았어야 했다"며 "예금보장한도를 이용해 저축은행이 고금리 예금을 대거 유치하면서 대형화의 군불을 땠다"고 분석했다.

◇ 퇴출 대신 저축은행간 M & A 장려..부실의 확대 재생산

대형저축은행을 의미하는 계열 저축은행의 토대는 2005년 12월27일 마련됐다. 금감위는 저축은행간의 자율적인 M & A를 활성화하기 위해 인수 이후에도 BIS비율이 7% 이상이거나 일정 기간내에 7% 이상을 달성할 수 있으면 다른 저축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감독규정을 바꿨다. 그 전에는 자기자본의 80% 및 다른 저축은행 발행주식의 15% 이내만 취득할 수 있어 저축은행간 M & A가 제한돼 있었다.

저축은행간 M & A 활성화 조치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이어졌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인 2008년 9월말 금융위와 금감원은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한 저축은행에 서울 등 영업구역 외에 지점을 최대 5개까지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저축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말 이후 저축은행의 숫자는 106개에서 105개로 1개가 줄어드는데 그쳤다. 부실 저축은행을 퇴출시키지 않고 다른 저축은행에 매각하거나 가교저축은행 방식으로 정리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1개가 준 것도 영업정지된 전북저축은행과 제주 으뜸저축은행을 가교은행인 예쓰저축은행 한 곳에 합쳤기 때문이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2004년 사이 정리된 저축은행이 130곳에 달했던 것에 비교하면 저축은행의 퇴출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PF 부실이 악화되면서 이처럼 부실 저축은행을 저축은행에 넘긴 것은 부실을 확대 재생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계열 저축은행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PF사업장 한 곳에 집중적으로 대출하는 등 쏠림현상을 보인 탓에 동반부실 위기를 맞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한 측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을 할 수 밖에 없어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한 저축은행이 또다시 부실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 찌라시는 가라!.. 스마트브리프 하루 두번 무료로 만나보세요.▶ 이데일리ON, 문자로 시세,추천,진단,상담정보 - #2200▶ 이데일리 모바일 - 실시간 해외지수/SMS < 3993+show/nate/ez-i > ▶ 가장 빠른 글로벌 경제뉴스ㆍ금융정보 터미널, 이데일리 MARKETPOINT<ⓒ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안방에서 만나는 가장 빠른 경제뉴스ㆍ돈이 되는 재테크정보 - 이데일리TV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