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넘친다는데..한은 유동성 회수 카드는

2010. 3. 23.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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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고일환 최현석 김호준 홍정규 기자 = 시중에 돈이 넘쳐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와 적극적인 통화정책 결과로 시중의 유동성이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 일각에선 한국은행이 본격적인 유동성 회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경기 회복을 위해 기준금리를 일정기간 동결하더라도 유동성을 적절하게 조절해야 물가 불안 등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넘치는 시중 유동성

한은은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28조원을 시장에 공급해 유동성 고갈 위기를 막았다.

환매조건부채권 매입(16조8천억원)과 총액한도대출 증액(3조5천억원), 통안증권 중도 환매(7천억원), 국고채 직매입(1조원), 채권시장안정펀드 지원(2조1천억원), 은행자본확충펀드 지원(3조3천억원), 예금지급준비금 이자 지급(5천억원) 등과 같은 방법이 동원됐다.

여기에다 지난해 말부터는 외국으로부터 대량의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그리스의 재정 불안 탓에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되는 가운데 외국인들이 글로벌채권지수(WGBI) 편입을 앞둔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국내 증권시장에서 순매수한 주식은 3조5천억원에 달했고, 외국인들이 순매수한 국내 채권은 4조5천억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협의통화(M1) 평균 잔액은 1년 전보다 15.0% 늘어난 381조2천억원으로 집계됐다.

M1에 2년 미만 정기 예ㆍ적금을 비롯해 양도성 예금증서(CD) 등 시장형 상품과 기타수익증권 등을 포함한 광의통화(M2) 평균 잔액은 1년 전보다 9.3% 늘어난 1천574조2천억원을 기록했다.

증가세는 다소 둔화하고 있지만 유동성은 빠른 속도로 팽창하는 추세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 유동성 회수카드 만지작

시중에 풀린 돈이 늘어나면서 한은도 유동성 회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이다.

일단 한은은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 공급한 28조원 가운데 환매조건부채권 매입분 전액인 16조8천억원과 채안펀드 지원액 3천억원 등 총 17조1천억원을 이미 회수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말로 예상되는 기준금리 인상 전에 총액한도대출 한도와 자본확충펀드, 채안펀드 지원액 등 유동성 회수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채안펀드는 만기가 2011년 말이어서 오는 25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논의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자본확충펀드의 경우 한은이 대출금액과 기간을 변경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가 은행자본확충펀드가 매입한 후순위채 5천억원 중 2천억원을 시장에 매각해 한은 차입금을 갚기로 한 만큼 자본확충펀드 지원액의 규모는 3조1천억원 이하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총액한도대출 한도 축소 여부에 대해서는 시장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한국은행이 6월 첫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상징적인 조치로 이달 중 총액한도대출 한도를 1조원가량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반해 SK증권은 "총액대출의 첫 번째 감액분은 키코 거래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1조원이어서 아직 상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총액한도대출 한도 10조원 중 2조원이 투입된 중소기업 패스트트랙(신속지원 프로그램) 특별지원금은 올해 상반기가 지나야 종료된다.

한은 관계자는 "자본확충펀드의 경우 후순위채만 매각하려고 했는데 매각이 잘되지 않아서 고민 중"이라며 "2분기 총액한도대출 한도는 이번 주에 결정되지만, 중소기업 대출과 관련돼 있어 민감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유동성 회수 나서야" vs "시기상조"

전문가들은 통화당국의 시중 유동성 회수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과잉 유동성으로 인해 하반기 물가 불안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유동성 회수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아직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고 풀린 유동성이 실물로 잘 흘러가지 않고 있어 본격적인 유동성 회수는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금리를 올리는 것보다 유동성 흡수 정책이 필요한 시기"라며 "시중 유동성으로 인해 하반기에 물가 불안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 수석연구원은 "통안채를 발행해서 유동성을 흡수하고 중소기업 대출규모를 줄이기 위해 현재 10조원인 총액한도대출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이 밖에 한국은행의 자금이 들어간 채안펀드와 은행자본확충펀드에서 유동성을 회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반면 SK증권 염상훈 애널리스트는 "물가 상승 압박이 심각한 수준이 아닌 데다 유동성 과잉이 문제가 되려면 부채가 빠르게 늘거나 통화 승수가 커져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며 "당장 유동성 환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염 애널리스트는 "중소기업 대출도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며 "한은 입장에서는 유동성을 풀었는데 실물로 잘 흘러가지 않고 이를 회수하자니 좀 더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금융연구실장은 "단기자금 금리가 하방 압력을 받으면 적정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공개시장조작을 하는 게 맞다"면서 "하지만 물가가 여전히 목표치 안에 있고, 경기가 조정국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동성 환수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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