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대추락..투자자 '탈진'(종합)

2008. 10. 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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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1,000 붕괴 환율 1,500원' 공포(서울=연합뉴스) 정성호 최윤정 김호준 기자 = 악몽같은 종합주가지수 1,000선 붕괴, 환율 1,500원 돌파가 정말 현실화 되는 것일까.

정부의 잇따른 고강도 처방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이 바닥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실물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만연한 가운데 신흥국가들이 잇따라 국제통화기금(IMF)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이 패닉(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져 부정적인 소식들을 부풀려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시장이 공포의 도가니 속에서 헤매고 있다. 투자자들은 탈진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한 방'은 없는만큼 정부는 인내심을 갖고 실물을 회복시킬 수 있는 내수 진작책을 확실하게 추진해야한다고 주문했다.

◇ "바닥이 안 보인다"23일 국내 금융시장에선 전날에 이어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와 주가가 동반 폭락했다. 정부와 통화당국이 전례 없이 강력한 조치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금융시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끝없이 추락하는 형국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한때 달러당 1,436.00원까지 치솟았다가 45.80원 폭등한 1,408.80원으로 마감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98년 9월 이후 10년여 만의 최고치다.

파키스탄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아르헨티나도 국가부도 위험에 직면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 매집세가 커졌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여전히 적은 거래량도 변동폭을 키웠다.

정부가 은행들의 외화 차입을 지급보증한다는 조치는 겨우 하루 약효를 발휘했다. 환율은 발표 다음날인 20일 하루 하락세를 보이며 진정되는 듯하더니 이후 사흘 내리 폭락했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84.88포인트(7.48%) 추락한 1,049.71을 기록하며 연중 최저점을 경신했다. 장중엔 1,028선까지 내려가며 1,000포인트에 근접하기도 했다.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26.58포인트(7.92%) 급락한 308.95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 사상 최저치(종전 2004년 8월.324.71)를 갈아치웠다.

이날도 한국은행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2조5천억원 늘리겠다고 발표했고, 금융위원회도 자산운용사와 증권사가 보유한 국공채를 사들여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미국 증시와 유럽 증시의 급락에 환율 상승,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도세 등이 폭락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며칠째 정부가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은 해외발(發) 악재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외국에선 암울한 소식들만 날아든다. 아르헨티나의 국가부도 가능성, 파키스탄의 구제금융 신청, 서유럽 선진국들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사실상 '제로(0)'에 가까운 0.2%에 불과할 것이라는 IMF의 전망 보고서,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일본의 경기 침체 등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GM, 야후, 르노, 볼보, 펩시콜라 등 해외 주요 기업들이 감원 및 공장 폐쇄에 잇따라 나서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자동차, 반도체, 철강 업체들이 감산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침체 국면이라는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문제는 이런 악재들이 과도하게 금융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연구위원은 "전체적으로 경기 부진이 심화되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며 "경기가 나빠지고 기업 실적도 나빠질 텐데 바닥이 어디인지에 대한 감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토러스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악재만을 인식하는 심리적 공황이 주가 폭락의 배경"이라고 진단했다.그는 "표면적으론 실물경기 및 실적 악화가 배경으로 지목되지만 이들은 금융위기가 가장 극심했던 3분기의 결과물"이라며 "이런 후행적인 지표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심리적인 패닉 현상"이라고 혀를 찼다.

◇ "'한 방' 대책은 없다..인내심 가져야전문가들은 당장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없다며 정부가 인내심을 갖고 내수를 진작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대우증권 고유선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금융위기가 신흥시장 국가의 유동성 위기로 번졌다가 이제 전면적인 경기 침체로 확산되는 악순환에 빠졌다"며 "탈출 모멘텀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금융기관에 대해 미국식 준(準)국유화급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더 할 만한 것도 없어 보이며 한다고 해서 효과적으로 발휘되기도 힘들다"며 "국제적인 공조가 공격적으로 이뤄져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푸르덴셜증권 이영원 투자전략팀장은 "정부가 (경제 위기를) 한 방에 해결할 뾰족한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해 아프지만 포기해야할 부분도 감수하면서 대책을 내놔야한다"고 지적했다.

감세나 재정 확대 등의 카드는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려는 정책이겠지만 재정 악화로 정부 신용의 개선을 막아 신용 위기를 잠재우는 데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어떤 처방을 내놓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심리가 회복되는 게 관건"이라며 "이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실물 쪽 내수를 진작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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