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환율, 1100원 눈앞
당국 사실상 개입 중단 추가상승 우려물가 7% 넘을수도.. 추석 앞두고 비상정유·화학·항공업체 수익 악화 '울상'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원"달러환율이 26일 1080원선 마저 돌파해 조만간 1100원대까지 갈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계가 1100원선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고환율로 인한 각종 휴유증이 우려된다.
이미 고물가, 고금리로 중산층과 서민가계가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집값은 떨어지고 펀드 가치도 하락한데 이어 환율까지 고공행진하면서 말 그대로 가계에 직격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환율 상승은 한달도 남지 않은 추석물가에 상당한 충격을 가할 것이 분명해 서민들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킬 전망이다.
◇손놓은 당국
..개입도 무용지물=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개장과 함께 2.1원 오른 1081.2원으로 매매를 시작했다. 전일에도 무려 16.4원이나 급등한 1078.9원으로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달러 강세 속에 당국의 개입 여력에 대한 의구심까지 커진 데다 전 세계 외환시장에서 강 달러 기조가 일반화되면서 원화값 하락에 대한 시장의 기대심리가 다시 커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외환당국 역시 현재로서는 관망세를 유지하며 개입을 자제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정부와 한국은행은 '환율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외환보유액으로 갖고 있던 달러를 무차별 살포했다. 지난달 9일엔 점심시간에 약 50억 달러를 풀어 환율을 990원대로 끌어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주 환율이 치솟는데도 당국은 잠잠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현재의 환율 급등 움직임에서 특별히 코멘트할 상황이 아니다"고 발언했다.이는 환율상승 압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좀 더 흐름을 지켜보자는 입장인 셈.
홍승모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차장은 "당국의 인식이 바뀌었다고 시장이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모두 달러를 살 기회만 노리고 있다"며 "당국이 나서도 막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구멍뚫린 외환시장에서의 환율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권오현 우리은행 과장은 "당국의 개입은 미세조정 수준의 소량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환율은 1100원 선까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추석 앞둔 가계 직격탄
=이같은 환율 급등은 국내 물가에 상당한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원"달러환율이 1% 오를 경우 소비자물가는 0.07%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1000원에 머물던 원"달러환율이 불과 한달 만에 1080원선까지 올랐기 때문에 이 기간의 환율효과만으로 0.5%포인트 이상의 물가상승 요인이 나타나는 셈이다.
또 국제유가는 하락했지만 그 폭은 크지 않고 오히려 6월과 7월 높은 가격에 수입된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시차를 두고 반영돼 8월 소비자물가는 7%선에 육박하거나 7%를 뚫고 올라갈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7월 수입물가 역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50.6% 상승, 1998년 2월(53.9%) 이후 10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생산자물가는 1~2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8월 소비자물가가 직격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수입물가 상승은 한달도 남지 않은 추석물가에 상당한 충격을 가할 것이 분명해 서민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보인다.
실제 추석을 앞두고 차례용품 물가도 들썩이고 있다. 특히 공급이 달리면서 가격이 급등한 과일이 그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농산물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산업계도 먹구름
=원달러 환율 상승은 국내 산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주요 원자재를 달러로 구매하거나 외화 부채가 많은 정유"화학"항공업체는 원화 가치 급락으로 수익이 곤두박질칠 가능성이 커지면서 환율 추이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프타를 수입하는 석유화학업체들도 최근 환율 급등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따라 가뜩이나 하반기에 중동 물량 급증, 제품 수요 감소 등 예고된 악재들이 많은 석유화학업체들은 울상이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원료인 나프타 구매에 있어 환율 급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상사들은 환율이 오른다고 해도 좋을 게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종합상사 관계자는 "환헤지를 하고 있어 환율이 많이 오른다고해서 꼭 좋은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환율이 내릴 때를 대비한 환헤지가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익을 상쇄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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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 4년여만에 1080원 돌파(상보)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nomy.co.kr김정민 기자 jmkim@asiaeconomy.co.kr손현진 기자 everwhite@asiaeconomy.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nomy.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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