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칸〉금리 최저수준에 이자는 역대 최대, 한국판 서브프라임?

2010. 3. 4. 17: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의 징후인가. 기준금리가 거의 최저수준을 맴돌고 있어도 가계의 이자비용 부담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가계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가격은 정체·하락하면서 전국에 미분양 주택이 쌓이고 있다. 바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징조다. 재계에서는 일자리 감소와 기업 구조조정 등이 가계부실로 이어져 경제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가구의 월평균 이자비용은 명목 기준 6만6981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보다 3.1% 증가한 수치다. 문제는 매달 물어야 하는 이자가 소득 증가율(1.5%)의 두 배에 달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이자비용을 연간으로 계산하면 80만3772원으로, 여기에 통계청 추계가구(1228만가구)를 적용하면 전체 가구의 이자비용은 9조8703억2016만원으로 10조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실제 가계가 지출하는 이자비용은 이보다 훨씬 더 크다. 이는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에서 1인 가구나 농어가는 조사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까지 포함한 총가구(1667만가구)의 이자비용은 10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게다가 통계청이 조사에 반영하는 이자비용에는 주택구입을 위한 대출과 가계지출 및 운영을 위한 비용이 포함된 반면 사업상 목적의 가계대출이나 수익 목적의 건물 임대를 위한 가계대출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전체 가구가 물어야 할 이자비용은 이보다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통계청 조사에 포함되지 않는 이자비용은 사업체 조사 등에 반영된다"며 "이런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매우 크다"고 말했다.

여기에 가계의 최대 자산인 부동산 버블은 꺼지는 추세다. 일부 언론과 부동산 업자만 사실을 왜곡하고 있지만 이미 부동산 현장에는 부동산 버블이 꺼지고 있는 증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주택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전국의 미분양·미입주 주택은 지방은 물론 수도권까지 확산되고 있다.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2월말 현재 15만여가구를 기록했다. 하지만 본사보유분 등을 합하면 실제 미분양 아파트는 이보다 많은 20만가구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은평뉴타운은 분양이 됐지만 입주를 하지 않은 이른바 불꺼진 아파트가 60%를 차지하는 곳도 있다. 최근 위기에 몰린 건설업체는 "환란때보다 심각하다"며 양도세 감면연장, 대출만기연장 등을 사실상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미래경제사회포럼은 지난해 '한국 경제위기 국면의 전개와 정책 대응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도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 따른 위기상황에 들어섰다고 밝힌 바 있다. 보고서는 국내 주택담보대출 금액의 17.8~28.5%가 고위험 계층 대출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맞은 미국(16%)보다 훨씬 높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게다가 실물자산 처분 없이 금융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나라가 43.3%(2007년 기준)로 영국(35.4%), 미국(31.8%), 일본(23.4%)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는 것.

송기균 경제연구소장은 "서브프라임 사태의 진행과정은 첫번째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두번째 주택 등 자산가격에 버블이 형성되면서 세번째 자산가격의 버블이 붕괴되어, 네번째 국면에서 가계부채가 감소한다"면서 "서브프라임 사태의 전개과정을 우리 경제에 적용하면 우리의 가계부채는 위험수위를 넘어서서 적색 경고등이 켜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실물경기 침체, 고용사정 악화 등이 맞물리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가계의 부채상환 위기가 본격화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경고다.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경향신문이 만드는 生生스포츠! 스포츠칸, 구독신청 (http://smile.khan.co.kr) -ⓒ 스포츠칸 & 경향닷컴(http://sports.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