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좋아졌다는데 국민 호주머니는 '썰렁'

2010. 12. 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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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국민 소득이 경제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올해 6%대의 높은 성장률이 확실시되지만 좀처럼 와 닿지 못하는 이유다.

더구나 최근 발표된 지표들은 국내 경기의 둔화를 예고, 체감경기는 더욱 냉각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민간 부문이 주도하는 성장 방식이 확연해진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우리 경제의 자생력을 회복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률 밑도는 소득 증가율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을 나타내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올해 3분기에 전기 대비 0.7%로 집계됐다. 지난 10월 발표한 속보치와 같은 수준이다.

1분기나 2분기와 비교하면 낮지만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수치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은 올해 전체적으로 성장률이 6%를 기록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6%대의 성장률이 국민에게는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GDP가 늘었다는 것은 경제 전체의 덩치가 커졌다는 뜻일 뿐,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3분기 GDP 잠정치를 발표하면서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기 대비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물가를 고려하면 소득은 사실상 제자리에 머물렀다는 의미다. 실질 GNI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의 -0.7% 이후 가장 낮았다.

실질 GNI 증가율이 성장률을 밑도는 현상은 올해 들어 계속되면서 지난해 1분기의 -0.7%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분기와 2분기에도 전기 대비 성장률은 2.1%와 1.4%를 기록했지만 실질 GNI 증가율은 0.9%와 0.5%에 그쳤다.

한은 정영택 국민계정실장은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 무역손실 규모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면서 "GNI 증가율이 성장률에 못 미쳐 장기적으로 체감 경기가 지표 경기보다 악화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장마저 더뎌지는데 물가는 뛰고

그래도 지금까지는 높은 성장률이 소득 증가를 이끈 측면이 있었지만 이제는 성장률마저 둔화할 조짐이 역력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광공업 생산은 9월보다 4.2% 감소했다. 전월 대비 감소폭은 22개월 만에 가장 컸다.

앞으로의 경기 흐름을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는 작년 동월 대비 3.4%로 9월보다 1.5%포인트 하락했다. 전월 대비 하락세는 10개월째 계속됐다.

정영택 실장은 "10월 지표가 예상보다 상당히 안 좋게 나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고 우려한 데 대해서는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단정했다.

우리 경제의 성장 전망이 차츰 어두워지는 가운데 물가는 계속 뛰고 있어 국민 부담은 커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9월 3.6%, 10월 4.1%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3.3% 올라 한은이 목표로 삼은 물가안정 중심치(3.0%)를 석 달 연속 웃돌았다.

특히 채소, 생선 등 신선식품 가격이 작년보다 37.4%나 올라 장바구니 물가는 폭등세를 이어갔다.

결국 생산이 둔화하는 가운데 소득은 이에 못 미치고 물가는 오르는 등 피부에 와 닿는 경기는 더욱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지금까지 경기 회복 기조가 이어졌지만 체감 경기는 회복하지 못하는 우리 경제의 현실을 보여준다"며 "경기가 앞으로 점차 둔화할 수밖에 없어 더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간부문 주도 성장세는 긍정적

한 가지 희망적인 소식은 국제 금융위기 이후 잔뜩 움츠려 있었던 민간 부문이 이제 경제 성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은은 올해 3분기 민간 부문의 지출액이 194조2천억원으로 집계돼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분기별 민간 지출액은 2008년 3분기 193조원에서 지난해 1분기 167조2천억원으로 급감했다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내수의 주체를 정부와 민간으로 나눠 성장기여도를 살펴보면 정부는 올해 1분기 1.6%포인트에서 2분기 -0.8%포인트로 낮아진 반면 민간은 1.1%포인트에서 2.3%포인트로 높아졌다.

3분기에도 전체 0.8% 가운데 민간이 0.7%포인트를 기여했고, 정부의 기여도는 0.1%포인트에 머물렀다.

그러면서 민간 지출의 증가율은 2분기와 3분기 3.0%와 1.0%를 기록, 정부 지출 증가율(1.5%, 0.8%)을 웃돌았다.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려 경기 회복세를 이끈 위기 이후의 국면이 이제 민간이 회복세를 주도하는 형태로 전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민간 부문의 소비와 투자가 성장을 끌고 가기 때문에 민간 자생력은 충분히 회복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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