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생계비 체험 대학생 "한달나기 불가능"

2010. 7. 11.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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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달치 절반 넘게 써…생존도 벅찬게 현실"(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최저생계비가 아니라 '최저생존비'입니다. 우리야 한 달만 참으면 되지만 이게 생활인 분들은 어떻게 지낼지 상상이 안 갑니다."

9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삼선동 장수마을. 꼬불꼬불한 경사길을 따라 계단 수십개를 오르자 부서진 대문이 떨어지기 직전인 김모 할머니 집이 나왔다.

박은지(22·여)씨와 김만철(25)씨 등 대학생 3명은 이달 1일부터 한달간 김 할머니네 집 창고를 방으로 꾸며 '4인 가족'이 최저생계비로 살아보는 체험을 하고 있다.

이들 세명은 참여연대가 마련한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 UP 캠페인'에 참가했다.보건복지부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2007년 이후 3년 만인 8월 말 최저생계비를 새로 결정하는데, 참여연대는 정부에 제출할 시민 의견을 모으고자 이번 캠페인을 마련했다.

넓이 30㎡ 남짓한 김 할머니 집 창고는 지하방이나 다름없지만, 대학생들은 지대가 워낙 높아서 이곳을 '하늘 닿은 집'이라고 이름붙였다.

생활비를 줄이려고 집에서 옷과 부엌 용품, 선풍기, 이부자리 등을 챙겨왔다. 그러나 알뜰하게 살아보겠다고 다짐한 이들은 열흘도 안돼 벌써 '녹초'가 됐다.

김 할머니와 함께 '4인 가족'을 구성한지 일주일 지나 가계부 정산을 해보니 지급받은 법정 최저생계비(136만3천90원)의 60.5%나 썼기 때문이다.

창고에 도배만 한 열악한 수준의 방인데 한 달 임대료가 30만원이고 속옷, 겉옷 등 집에서 가져온 보유 물품 가격, 가구, 집기, 휴대전화 기본요금 등으로 14만3천원이 금세 날아갔다.

여기에 쌀(2만4천500원), 계란(2천300원), 간장(4천500원), 라면(2천890원), 소금(740원), 물(700원), 휴지(5천300원), 칫솔(2천원), 수세미(1천860원), 샴푸(1만1천원), 린스(9천570원), 주방세제(1천850원) 등 기본적인 먹을거리와 살림살이를 사느라 첫날에만 8만원 정도를 썼다.

방세와 가구, 집기, 보유물품 비용에 기본 생활비만 썼는데도 이렇게 많은 돈이 나가자 이들은 식비와 교통비를 더 줄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기에 이르렀다.

둘째 날부터 최대한 아껴 하루 평균 지출액을 2만∼3만원 선으로 유지했지만, 이들은 또 난관에 부딪쳤다.

김 할머니가 동네 병원에서 5만원짜리 영양제 주사를 맞아버린 것.가계에 엄청난 부담을 느낀 이들은 문화생활로 조조할인 영화를 한 차례 보러가겠다던 '당찬' 계획부터 취소했고, 벌레가 많아 살충제(3천원)를 사는 것조차 사치인 것 같아 수차례 고민을 거듭했다.

'2010년도 최저생계비 비목별 구성'을 보면 4인 가구는 주거비 23만5천85원, 가구ㆍ집기비 4만616원, 피복ㆍ신발비 5만3천938원, 교통통신비 14만2천964원 등을 한 달치 최저생계비로 지급받는다.

하지만 최저생활에 뛰어든 대학생들은 불과 일주일만에 "이 생계비가 턱없이 모자라는게 현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만철씨는 "진짜 아끼겠다는 다짐을 하고 지출을 하지만 돈이 나가는 변수가 많다. 지금의 최저생계비로는 '생존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가족 중에 누구 하나라도 아프면 가정이 무너질 것이다"고 털어놓았다.

박은지씨도 "사람을 만나거나 문화생활을 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고, 허기를 막으려 먹는 것만 가능하다"며 "한달 주거비로 23만원을 주고 방을 구하라거나 1년에 2차례 외식하도록 비용이 포함돼 있는 것들은 지나치게 비인간적이고 과학적으로 계산된 수치"라고 안타까워했다.

yjkim84@yna.co.kr < 뉴스의 새 시대, 연합뉴스 Live ><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 포토 매거진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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