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 절반이 백수인 스페인..한국도 남의 일 아니다

입력 2010. 2. 3. 17:43 수정 2010. 2. 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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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RA 마드리드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인 로드리고 살바도르 씨(24). 살바도르 씨는 인턴을 마치는 대로 아일랜드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까지 마쳤지만 인턴 후에도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영어연수를 떠나기로 한 것이다.

김윤희 KOTRA 마드리드 KBC 과장은 3일 "스페인의 청년 실업이 심각해지며 살바도르 씨처럼 체재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아일랜드 등으로 잠시 연수를 떠나 향후 취직 기회를 엿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스페인의 지난해 4분기 실업률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에서 가장 높은 18.8%를 기록했다. 청년(15~24세) 실업률은 44.5%로 더 심각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12년에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금융위기 전의 2배에 달하는 74%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침체는 고용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재정에도 부담 요인을 주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청년실업률이 높은 유럽 국가들의 국가 리스크가 높아지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OECD 고용전망 2009'를 분석한 결과 그리스는 청년실업률이 전체 실업률보다 2.82배나 높게 나타났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4번째로 높고 OECD 평균(2.06배)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것이다.

최근 그리스 청년실업률은 24~25%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스와 함께 국가 재정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이탈리아는 3.13배에 달해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일자리를 늘리는 데 한계를 겪는 일부 유럽 국가들은 신규 채용 능력이 떨어지면서 신규 노동시장에 진입해야 할 청년층의 실업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손 연구원은 "이런 국가들은 재정을 통한 일자리 대책을 연쇄적으로 내놓으며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실업률, 청년실업률이 비교적 안정된 국가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전체실업률 대비 청년실업률 비중을 보면 심각한 상황이다.

OECD가 2009년에 발표한 기준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전체실업률보다 2.81배 높다. OECD 회원국 중 5번째로 높다. 전체실업률과 청년실업률이 각각 3%, 9% 안팎으로 안정돼 있지만 청년실업이 상대적으로 더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이 비율이 가장 낮은 국가는 독일로 1.37배 수준이다. 네덜란드(1.87배), 캐나다(1.87배) 등이 비교적 청년실업률이 전체실업률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로 분류됐다. 미국은 이 비율이 2.21배를 기록해 OECD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청년실업률이 19.1%로 치솟으며 1948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경기가 나빠지자 기업들이 업무숙련도가 낮고 임시직이라 해고가 쉬운 청년층부터 인원을 줄여나간 것을 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도 잠재성장률이 점차 하락하면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청년실업 대책이 다른 어떤 일자리 대책보다 우선시돼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신규 노동시장 진입 시 임금이 낮은 풀(pool)에 편입되면 평생 저임금 근로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통계에 잡히지 않는 잠재적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우리 기업들은 해고가 유연해지기보다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노동의 유연성을 높이지 않으면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특히 원전 등 새로운 분야에서 창출되는 일자리는 노동의 유연화를 기해야 더욱 많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예경 기자 /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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