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가 쇼크] "곧 계란 파동.. 배추·콩·고등어도 줄줄이 오를 것"

이천=정성진 기자 sjchung@chosun.com 입력 2011. 3. 4. 08:33 수정 2011. 3. 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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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전 경기 이천시 설성면의 한국양계TS의 제2종계장. 닭 소리는커녕 옆 야산에서 개 짖는 소리만 들렸다. 지난 1월 이곳에 있던 17만 마리의 산란종계(産卵種鷄)가 AI(조류 인플루엔자) 탓에 모두 살처분됐다. 국내 산란종계의 무려 4분의 1이었다.

이천 지역 양계업자들은 이 상황을 '병아리 대란'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산란종계는 계란을 낳는 산란계(産卵鷄)를 낳는 닭이다. 산란계가 부족하면 계란 생산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 바이어들은 '구제역 파동'에 이어 '계란 파동'이 닥칠 것이라고 겁내고 있다. 산란계는 6개월을 자란 뒤부터야 비로소 계란을 낳을 수 있다. 품질 좋은 계란은 약 1년 동안만 생산할 수 있다. 이마트의 윤경수 바이어는 "계란은 수입도 못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앞으로 점점 더 부족해질 것"이라며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 공급 부족이 언제쯤 끝날지 가늠이 안 된다"고 말했다.

계란은 앞으로 가격이 폭등할지 모르는 품목의 극히 일부분이다. 물건을 구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는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의 3대 대형마트 바이어들은 이구동성으로 "지금 상황을 보면 가격이 오를 품목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이 가격 추가상승 가능성이 큰 품목 1순위로 꼽은 것은 채소와 곡물. 오락가락한 작년의 날씨가 올해 채소와 곡물 가격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홈플러스 바이어들은 콩·시금치·찹쌀 등의 가격이 심상치 않다고 지목했다. 홈플러스의 임정균 바이어는 "콩은 개화기인 작년 9~10월에 비가 많이 와 꽃이 많이 떨어지는 바람이 출하량이 작년에 비해 30% 정도 감소했다"며 "가격이 많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 우영문 바이어는 배추·고구마를 가격 급등 위험 종목으로 지목했다. 우 바이어는 "지금은 계절적으로 전남 해남 배추가 나오고 있는데 지난겨울 추위로 품질도 나빠지고 수확량도 줄었다"며 "이 여파가 봄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마트 안상훈 바이어는 토마토를 꼽았다. "토마토는 충남 부여 쪽의 최대 산지가 다른 용도로 개발되면서 올 생산량이 10~15%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비닐하우스 난방을 위한 기름값이 오른 것도 겹쳤다"고 말했다.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수산물도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홈플러스 서대동 바이어는 "오징어는 2년째 잘 안 잡히고 있다"며 "냉동 오징어, 수입 오징어 모두 재고가 바닥"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 이용호 바이어는 "참조기는 난류성 어족인데 수온이 떨어지면서 고기의 크기도 작아졌다"고 말했다. 고등어의 경우 크기가 문제다. 이마트 윤경수 바이어는 "아주 작은 고등어만 잡히고 가장 잘 팔리는 450g 정도의 고등어는 1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바이어들은 정부가 제시한 '소비자물가 3% 이내 억제' 목표는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바이어는 "이상 기후, 기름값 상승, 해수온 하락같이 최근 물가 상승의 배경이 되는 요인은 정부의 통제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비현실적인 목표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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