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리스크' 직격탄에 금융불안 최고조

2010. 5. 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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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남유럽 위기·미 금융규제

남북 대결 등 '3재' 덮쳐

당국, 달러 풀어 환율방어

연기금 주가방어 '미봉책'

유럽 재정위기의 파장에 천안함 사태의 후폭풍이 겹친 국내 금융시장에 '코리아 리스크'가 다시 등장했다. 대외 악재로 먹구름이 잔뜩 낀 시장에 한반도 정세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적 위기감이 더해져 주가가 연일 곤두박질치고 환율은 폭등하고 있는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로도 불리는 코리아 리스크란, 남북 대치 상황이라는 지정학적 위험 때문에 우리 경제에 대한 평가가 떨어지는 현상으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이 나온 뒤 국내 금융시장에선 잠잠했다가 10년 만에 재현하는 셈이다.

■ 시장 덮친 '3재' 25일 국내 주식과 원화 가치는 장중 한때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천안함 사태에 따른 '대북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외환시장은 패닉(공황) 상태에 빠졌다. 불안을 느낀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원화를 내던지고 달러를 사들이는 현상이 나흘째 이어졌다. 정부가 천안함 침몰 원인을 북한 어뢰공격으로 발표한 뒤, 거래일 기준 나흘 만에 원-달러 환율이 9%(103.4원)나 치솟았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개입해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 참가자들의 투매를 멈추게 하진 못했다. 한 외환 딜러는 이날 "숫자도 레벨도 의미가 없는 장세"라며 "당국의 매도 개입이 없었다면 환율 1300원선도 뚫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내 금융시장이 유독 요동친 건, 스페인 은행 국유화 등 지속적인 유럽발 악재에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규제, 여기에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험까지 '삼재'가 겹쳤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안 좋은 얘기가 한꺼번에 몰아치니까 투매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1500선까지 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아시아 증시가 유럽 리스크의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2% 정도 빠졌는데, 국내 시장은 대북 리스크로 1% 정도 더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 정부 "국가신용등급 영향 줄라" 긴장 정부와 금융당국은 초긴장 상태다. 정부는 지난 주말 천안함 사태에 따른 영향을 점검할 때만 해도 "천안함 여파는 일시적 악재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빠른 경제회복세, 재정 건전성, 충분한 외환보유고 등을 고려할 때 우리 경제가 외부의 영향을 흡수할 능력은 충분하다는 게 주된 근거였다. 하지만 국내 금융시장이 예상과 달리 큰 폭으로 요동치자 긴급회의에 이어 2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경제·금융분야 합동대책반 회의를 재소집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에 적극 대처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정부의 천안함 대응책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평가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채권시장은 대체로 안정세를 유지했는데,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 경제의 양호한 기초여건을 평가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금융시장에서 과도한 불안심리가 오래 지속되어 쏠림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이날 뉴욕 무디스를 직접 방문해 천안함 사태가 한국 경제에 끼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적극 설명했다. 신 차관보는 "대외 불확실성이 있기는 하지만 펀더멘털이 좋기 때문에 한국의 신용등급에 끼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변동성 큰 상황 지속될 듯" 금융시장에서는 대북·유럽 리스크가 단기간에 해소될 문제가 아니어서 국내 시장의 변동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더구나 코리아 리스크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규모를 지금으로서는 가늠하기 어려운데다, 그 자체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을 더 키우는 특성이 있다. 이미 주요국 금융시장에서 한국 국채의 신용도 잣대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천안함 사태 발표 이후 연중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 불안한 모습이었다.

금융시장에선 안전자산 선호도가 갈수록 커져 신흥국 통화와 주식에 대한 기피현상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유럽 문제가 단기에 해소될 불안요인이 아니어서 당분간 불안한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달러뿐 아니라 엔화 등 안전자산을 찾는 추세여서 시장의 변동성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회승 이재성 황보연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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