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동산 매입 나선 국외 교포들

2010. 4. 24.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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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강남' 아닙니까. 비록 집값이 추락하고 있지만 분명 반등하는 기회가 올 겁니다."(미국 교포 A씨)

'부동산시장 대장주'인 강남 재건축 집값마저 맥을 못 추고 있지만 교포들은 오히려 지금을 기회로 삼고 있다. 집값 하락기를 틈타 강남 요지의 부동산을 잇달아 매입하고 있는 것. 최근 서울 강남권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국외 동포들의 고가 아파트 매입 문의가 이어지면서 암암리에 거래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교포들의 국내 부동산 관심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8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교포들의 국내 아파트 매입은 꾸준히 이어졌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이 소유한 토지 면적은 여의도 크기의 25.7배(2억1845만㎡)로, 신고액으로만 30조7516억원에 달했다. 특히 외국인들은 지난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총 1720만㎡의 토지를 취득했다.

지난해 국내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외국인 중 무려 70%가 합작법인이나 순수 외국인이 아닌 교포였다. 용도별로는 공장, 주거용보다는 투자목적(79.7%)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소유자 국적은 미국이 1억2580만㎡(57.6%)로 과반수를 차지했고, 유럽 3288만㎡(15%), 일본 1918만㎡(8.8%), 중국 298만㎡(1.4%) 순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주로 강남권에 수요가 몰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강남, 서초구의 외국인 부동산 취득건수가 2008년보다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는 347건으로 전년 79건에 비해 4배 이상 늘었고 강남구도 187건(2008년)에서 512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아파트별로 보면 지난해 입주한 서초구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반포자이 등 새 아파트 미계약분을 대거 매입했다. 강남 외에도 교포들이 주목한 곳은 용산 고급주택들이었다.

올 들어서도 이런 추세는 이어지는 분위기다. 올 1분기 서초구의 외국인 부동산 취득건수는 8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7건)에 비해 2배가량 늘었다. 국외 부동산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교포들은 대개 한국 아파트에 대한 동경심이 있어 요지의 고급 아파트를 매입하는 경우가 많다. 간혹 노후 수익원이 되는 빌딩, 상가 투자를 문의하는 투자자들도 있다"고 전한다.

'환율효과' 사라져 대세로 보긴 어려워

사실 교포들의 국내 부동산 매입은 잘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국내 부동산 침체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일본식 장기 침체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 그나마 지난해 초까지 나타났던 '환율효과'도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지난해 3월 달러당 원화가 1600원에 육박했을 때만 해도 투자 메리트가 컸지만 현재 1100원 수준으로 달러당 원화가치가 꽤 상승했다. 그런데도 교포들이 국내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배경은 뭘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강남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 덕분이다. 비록 은마아파트 등 강남 주요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가 완연하지만 안전진단 통과 등 재건축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기대감은 점점 높아지는 분위기다. 2006년 고점보다 30~50%까지 떨어진 급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어 교포들의 움직임이 한층 빨라졌다. 교포들 입장에서는 고점 가격의 절반 혹은 그 이하 투자금으로 국내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는 '마지막 찬스'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둘째 글로벌 사회가 우리나라 시장 전망을 밝게 보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한국이 '경제회복 모범국'으로 불리면서 국제사회에서 투자에 대한 믿음이 다져졌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비록 집값은 침체됐지만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 부동산 가격도 덩달아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많다. 마침 국내 거주 외국인 인구가 1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미국, 일본 교포들의 '역이동'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한몫했다. 고종완 RE멤버스 사장은 "외국인이나 교포들이 국내에 와서 깔세를 내느니 차라리 돈을 더 모아 집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늘었다"며 "인기지역이면서 거주여건이 좋은 강남, 용산 등지에 실수요 중심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물론 교포들의 국내 부동산 투자가 언제까지 이어질진 의문이다. 박훈 인베스트USA 매니저는 "환율효과가 사라진 만큼 국내 부동산 투자 러시를 대세로 보긴 어렵다"며 "미국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장기적으로 보고 오히려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국내 투자자들 문의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53호(10.04.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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