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의 '눈물' .. "구제역에 소비 줄라" 시름 .. 수출 길도 막혀

이수기 2011. 1. 13.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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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수기] 구제역 파동이 우유업계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가뜩이나 소비는 늘지 않는데 유제품의 안전을 의심하는 괴소문이 돌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젖소들이 대거 살처분되면서 신학기 등 성수기가 돼도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업체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소비자의 불신이다.

익명을 요구한 우유업계 관계자는 "하루 종일 인터넷에 '구제역 우유'라는 단어를 검색하며 초조하게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모든 식음료가 그렇지만, 우유는 성장기 청소년들이 주로 마신다는 점에서 소문에 특히 민감하다.

 1995년 '우유 속에 고름이 섞여 있다'는 고름 우유 파동으로 업체별로 소비량이 10~20%가량 줄어드는 고통을 겪은 바 있다.

 하지만 구제역에 걸린 젖소는 살처분돼 유통 자체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구제역균은 열에 약하다. 구제역에 감염된 소에서 생산된 우유라도 국내 우유업체들이 쓰고 있는 초고온 살균(130℃에서 3초간) 등의 소독에 따라 구제역균을 100% 없앨 수 있다.

 가격 인상 소문도 나돈다. '공급량이 줄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논리다. 하지만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의 하루 우유 매입량 손실도 10% 정도인 200t가량에 불과하다. 제품 생산에는 별 지장이 없다는 얘기다. 또 우유 원유 가격은 낙농육우협회(농가 측 대표)와 한국유가공협회(유업체 측 대표), 농림수산식품부(정부) 등 3자 협의를 통해 결정되는 구조여서 생산농가나 우유업체가 당장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리기 어렵다.

 업계가 가장 걱정하는 점은 구제역 때문에 성장동력 자체가 약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국내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소비가 정체된 가운데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혀온 수출이 구제역 여파로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330만 달러의 유제품을 중국에 수출했던 매일유업은 지난해 1월 구제역 때문에 수출을 중단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중국 수출을 재개했다가 구제역 재발병으로 일부 분유제품을 제외한 우유 수출은 무기한 보류했다.

 업체들은 예상치 못한 구제역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조합 소속 2100여 낙농가에 생석회와 방역약품, 방역복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 상봉동 공장 및 우유 매입장에는 방역시스템을 24시간 가동 중이다. 당분간 각종 협찬 및 기부도 우유 대신 주스로 대체하기로 했다.

 남양유업과 매일유업 등도 살균강화는 물론 생산공장 출입인력의 소독관리를 강화했다. 업체들은 구제역 바이러스가 살균 과정에서 100% 사라지기 때문에 우유가 안전하다는 점을 앞으로 적극 알려 나갈 계획이다.

이수기 기자 < retaliajoongang.co.kr >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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