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없음"으로 끝난 저축銀 부당인출 수사.. 의혹은 무성했는데 '팩트' 없었나 밝히지 못했나

2011. 6. 2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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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구체적인 것은 없었다. 검찰이 전수 조사를 통해 '팩트'는 없었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봐 달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우병우 수사기획관이 21일 부산저축은행 예금 부당인출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한 말이다. 정·관계 유력 인사의 예금 특혜인출이나 금융감독 당국의 영업정지 비밀 유출 등 핵심 의혹에 대해 '실체 없음'이란 결론을 낸 데 대한 설명이다.

그러나 검찰이 검사 2명과 수사관 23명 규모의 전담팀을 꾸려 60일간 벌인 수사가 변죽만 울리다 끝났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줄곧 검찰을 지지해 왔던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은 결과 발표에 "납득할 수 없다"며 허탈해했다.

지난 4월 21일 예금 부당인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5일 뒤 공식자료를 내고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 민·형사상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날 국무회의에서 "가진 사람들이 저지르는 이런 비리(특혜인출)로 국민들의 불만이 많아진다"며 엄중 조사를 요구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계열 5개사 임직원 133명과 영업정지 전날인 2월 16일 업무시간 마감 후 인출한 978명, 금융당국의 영업정지 방침이 정해진 1월 25일부터 영업정지 직전까지 5000만원 이상 정기 예·적금 중도해약자 579명을 차례로 조사했다. 통화내역 분석만 20여만건에 달했다.

검찰은 영업정지 전날 부산·대전저축은행에서 VIP 36명에게 85억2000만원이 부당 인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부당인출 과정에 정·관계 고위층의 개입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우 기획관은 "사전 인출자는 고액 예금자이거나 경영진과 친분이 있던 재단이나 기업, 퇴직 공무원, 자영업자 등 대부분 고만고만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금융당국이 2월 15일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에게 영업정지를 신청하라고 요청한 것이 부당인출의 계기가 되기는 했지만, 이를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행정절차 이행 과정의 반사적 효과일 뿐 고의성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사용 가능한 모든 수사방법을 동원한 결과다. 없는 사실을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부당인출 수사는 착수 당시부터 관련자들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마땅찮아 형사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검찰이 비등한 여론과 정치권 압박 등에 밀려 수사에 뛰어든 측면도 없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당인출 예금 85억원을 환수하겠다는 검찰 발표 역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는 부산저축은행이 파산절차에 들어간 뒤 재판을 거쳐야 결정될 문제인데다 환수 절차 주체는 예금보험공사이기 때문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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