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린 돈 2000조..이 많은 돈은 다 어디로

김희연 기자 2011. 1. 20. 21: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동성 7년 만에 곱절로.. 물가 자극 요인대기업 등에 집중.. 유통 잘 안돼 거품 우려

설을 열흘가량 앞둔 20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금고에서 직원들이 시중은행으로 방출할 자금을 옮기고 있다. | 김세구 선임기자 k39@kyunghyang.com시중에 풀린 돈이 2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설 대목을 앞둔 서민들의 주머니는 홀쭉하다. 돈이 일부 대기업과 거액 자산가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돈이 너무 풀려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취급기관의 유동성은 지난해 11월 말 현재 1982조원으로 집계됐다. 예금을 받지 않는 보험사를 제외한 전체 금융권에 2000조원이 풀려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예적금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예금취급기관 유동성 규모는 2003년에 비해 두 배로 커졌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같은 기간 50% 정도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금융의 덩치가 실물보다 2배 빨리 불어난 셈이다. 경제규모 확대에 따라 유동성이 증가한 영향이 크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을 명분으로 시중에 돈을 너무 많이 푼 탓도 크다.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경제가 회복하면서 유동성 조절에 나서고 있지만 금융위기 때 풀린 돈이 워낙 많아 여전히 규모가 큰 상황"이라며 "지나친 유동성은 물가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가운데 단기 유동성의 비중이 커지는 현상도 최근 깊어지는 추세다. 단기 유동성 지표인 협의통화(M1)가 광의통화(M2)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1월 현재 24.8%로 2007년 8월 25.0% 이후 3년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단기 유동성은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기회를 엿보다 언제든 특정 방향으로 쏠릴 우려가 크다.

LG경제연구원 정성태 책임연구원은 "막대한 유동성이 제대로 거둬들여지지 못한 결과 당국의 기대만큼 금리가 오르지 못하고 있다"며 "나라 밖에서 유입된 유동성이 증가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유동성 규모는 크지만 실제 돈의 유통 자체는 활발하지 않다.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금융기관에 묶여 있거나 기업이 투자하지 않고 쥐고만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민들로서는 돈이 많이 풀렸다는 사실을 체감하기 어렵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3·4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명목소득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에 그쳤다. 1·4분기 7.3%, 2·4분기 7.7%의 상승세에서 꺾여 4분기 만에 둔화된 모습이다.

반면 기업들의 사정은 다르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상장기업 553개사의 잉여금은 352조원으로 2009년 말에 비해 35조원가량 늘어났다. 특히 대기업들의 현금 유보액은 엄청나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엄청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6월 말 현재 삼성전자는 184억달러(약 20조원), 현대자동차는 73억달러, 포스코는 64억달러 등의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했다. 금융위기를 겪으며 경제상황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투자보다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현금을 쌓아둔 것으로 분석됐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윤기 경제조사실장은 "지난해 3·4분기 돈의 유통속도는 0.7 정도로 금융위기 전 수준인 0.8대에 아직 못미쳐 순환되지 않고 있다"면서 "지난해 기업들은 설비투자 등 순투자에 나서지 않고 개인도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으로 돈을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올 들어 경기회복세가 가시화하면서 최근 기업과 가계가 움직이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중의 유동성이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자산거품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이 때문에 나온다. 향후 시중의 유동성이 투기성 자금인 아닌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는 생산적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얘기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본부장은 "실제로 가계소득이 증가해야 개인들이 풍부한 유동성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도록 정부가 유인책을 써야 하고 기업은 적극적인 시설투자와 고용을 통해 기업이익이 가계로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희연 기자 egghee@kyunghyang.com >

[제윤경의 '안티재테크'] 전세대책 없이 '집값 바닥론'만

[구정은의 '오들오들매거진'] 기름값... 또 오르네

[장하준 시사자키 대담] "부자들 돈 몰아줘 잘된 사례 없다"

[박병률의 '숨은 경제'] 증권담당 기자들이 돈 못 버는 이유

경향신문 '오늘의 핫뉴스'

▶ 통학버스 기사 '살신성인'… 미끄러진 車 몸으로 막아

▶ 박지원 "靑, 수차례 제보" …정진석 "DJ에게 정치 배운…"

▶ 카라제국, 걸그룹지도에서 하루만에 멸망

▶ 카라 니콜 母 "돈 때문에 자식 인생 걸겠나"

▶ '여친이 안 만나줘'…아파트서 투신 자살

▶ 검찰 최고 수사팀 '개점휴업' 왜?

▶ '여교수와의 성관계 동영상' 유포 협박 승려 징역형

▶ 유가苦 모르는 별천지 '국회 앞 주유소'

▶ [포토] '미친몸매' 장윤주, 란제리 화보

▶ [화보] 팬들 유혹하는 소녀시대… 역시!

공식 SNS 계정 [경향 트위터][미투데이][페이스북][세상과 경향의 소통 Khross]-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