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업 M&A, 중국에 다 뺏길라

2010. 7. 2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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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5. 핸드볼 스코어가 아니다.

헤럴드경제가 단독입수한 지식경제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은 지난해 전체 건수(26건)에 육박하는 22개 일본기업을 가져간데 비해 한국은 고작 5건을 M&A하는데 그쳤다. 지경부의 통계는 일본 M&A 컨설팅업체 레코프의 조사에 근거했다.

금융위기 이후 커진 일본기업 M&A시장에서 한국이 갈수록 중국에 뒤처지고 있다. 중국기업은 국가의 전략적 차원에서 무섭게 일본기업을 인수해 기술력을 키우고 있지만 한국은 금융지원 인프라나 시스템이 미흡하고 당초 적극적이던 기업들도 열의가 식어가는 모습이다.

이런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기술우위력마져 중국에 내주게돼 갈수록 치열해지는 한ㆍ중ㆍ일 경제전쟁에서 낙오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은 올해 상반기 의류ㆍ골프 등 유통업부터 태양전지ㆍ자동차금형ㆍ화학 등 부품소재업종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총 134억5100만엔 규모의 M&A를 성사시켰다. 지난 2월 랴오닝(遼寧)첨단에너지의 태양전지 소재업체 에바테크(Evatech) 인수, 5월 산둥루이커지(山東如意科技)의 의류업체 레나운(Renown) 인수 등 40억엔 이상 규모의 굵직한 M&A가 잇따라 체결됐다. M&A방식도 매수 11건, 자본참가 8건, 사업양도 2건, 출자확대 1건 등으로 다양하다.

반면 한국은 NHN이 4월 일본 검색포털 라이브도어(Livedoor)를 63억500만엔에 인수한 걸 제외하면 나머지 4건은 이렇다할 M&A라고 할 수도 없는 소규모다. 전체 M&A 금액 64억6700만엔 가운데 NHN이 차지한 비중이 97.5%로 절대적이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포스코ㆍ두산중공업 등 대기업의 일본 진출에 힘입어 중국보다 M&A 건수는 적어도 금액은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해는 건수(중국 26건ㆍ한국 14건)에서 뒤졌을 뿐만 아니라 금액에서도 한국(57억엔)은 중국(286억엔)에 크게 역전당했다.

그렇다면 일본 M&A 시장을 장악해가는 중국의 힘은 어디서 나올까. 중국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위안화 절상압력 완화라는 국가적 전략 아래 국유자본이 공격적으로 진출해 토대를 깔았다는 평가다.

이만용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투자공사(CIC), 외환관리국(SAFE) 등 국유 투자기관이 초기에 앞장섰다"며 "요즘은 후방에 있던 민간기업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M&A 전문가를 키우고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도 강점이다. 박기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금융위기 때에도 일본에서 변함없는 신뢰를 쌓았고 재일 외국인 1위(65만명)라는 탄탄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한 현지 M&A 네트워크가 협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또 "중국 내륙시장 진출이라는 시너지 포인트가 맞아떨어져 일본기업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핵심기술 육성과 대일무역 역조 개선 등을 위해 지난해 말부터 지경부가 '부품소재 경쟁력 제고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국내 중견ㆍ중소기업의 일본 중소기업 M&A를 돕겠다고 나섰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자금 조달 루트는 지경부가 산업은행을 통해 조성한 3000억원 규모의 '부품소재 M&A펀드'가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산은의 국내기업 심사가 지나치게 까다로워 중소기업들이 통과하기가 어렵고 목표수익률도 너무 높아 기업의 M&A 의욕을 꺽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산은은 "안정성이 떨어지는 기업에 투자할 순 없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중개기관의 숫자나 현지 네트워크도 여전히 취약하다. 현재 국내의 일본 M&A 중개기관은 지경부가 실행기관으로 선정한 리딩투자증권과 삼일ㆍ삼정ㆍ안진회계법인 등 4개와 자체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중개업무를 하고 있는 벡스톤투자자문 등 5개 정도에 그친다.

최근 일본의 반도체장비 기업 인수를 검토했던 한 코스닥업체 사장은 "참고자료나 매뉴얼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개척자처럼 접근했다"며 "소통과 신뢰의 문제가 컸다"고 말했다.

이같은 약점들이 보완되지 않으면 중국의 일본기술 싹쓸이를 견제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중국이 일본의 첨단부품소재 기술로 무장할 경우 한국의 부품산업은 위기에 처할 수 밖에 없다.더나가 중국의 기술확보와 일본과 중국의 직거래가 확대될 경우 대일ㆍ대중 무역수지가 점점 악화될 수 있다.

종국에는 일본의 첨단 부품소재 기술, 한국의 중.고급기술을 활용한 완제품 경쟁력, 중국의 노동력이라는 '동북아 경제 삼각분업구도'가 무너지고 일. 중의 2强체제로 전환돼 한국만 외토리 신세로 전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일본 기업 M&A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체계적인 정책ㆍ자금 지원 인프라 구축 ▷금융투자업계의 중개 네트워크 확산 ▷기업들의 적극적인 도전의식 등 3박자가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연구원은 "정부와 중개기관이 한국기업과 M&A를 하면 해외시장 개척 등 비즈니스 기회가 많아진다는 점을 집중부각해 시너지 포인트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는 제도정비, 규제완화, 벤처캐피털 육성 등을 통해 측면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동진 지경부 부품소재총괄과장은 "하반기에는 보다 큰 그림을 그려서 연말까지 2건 정도를 매칭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들도 머니게임이 아닌 일본기업과의 '결혼'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경부는 자금지원에 있어서도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하는 일본기업 전문 M&A 펀드 설립을 검토중이다.

이태경 기자/unipe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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