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환매 '둑 터질라'

박병률 기자 2010. 4. 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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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 건질 기회" 지난 5일 역대 두번째 유출기록증권사, 상승기 매도랠리 우려 대책 마련 부심

"펀드 어떻게 하실 건가요."(현대증권 관계자)"이제 본전을 찾았으니 환매를 할까 해요. 그동안 마음고생이 너무 심했어요."(중년 여성투자자)

한 증권사가 지난 5일 개최한 지방의 투자설명회. 이 자리에 참석한 펀드 투자자들의 상당수는 이제 그만 돈을 빼겠다는 뜻을 비쳤다. 금융위기에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막대한 투자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원금을 회복하자 펀드에서 돈을 빼내는 환매러시가 본격화되고 있다. 환매러시는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돌파하면서 더 강해지는 흐름이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국내 주식형펀드(ETF 제외)에서 5307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는 전날(5003억원)보다 더 확대된 것으로 유출규모로는 사상 두번째다.

앞으로도 환매될 자금은 더 많다. 현대증권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06년 6월 이후 코스피지수 1700대 이상에서 유입된 자금은 17조~21조원으로 추정된다. 1700~1800 사이에서 6조5800억원, 1800~1900 사이에서 10조4500억원이 순유입됐다. 다만 주가 1500~1600 사이에서는 2조7300억원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나 1700 이하에 들어온 자금들은 상당부분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됐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2007년 펀드 환매러시 당시 주가 1700 언저리에서 자금이 유입된 만큼 주가가 1700에 도달하면 일정 정도 펀드 환매요청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해왔다. 하지만 3년 전 유입된 적립식펀드의 만기가 올 들어 집중되고 장기적립식펀드에 대한 세제혜택이 종료되면서 펀드 환매는 예상보다 거세다는 우려다.

펀드자금의 대량유출이 계속될 경우 국내 증시의 상승흐름에 제동이 걸리면서 펀드에 대한 신규유입 자금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 비중이 커져 증시에 대한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투자 리스크가 커지는 부담도 있다.

이틀 연속 대규모 환매가 이어지자 자산운용사들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비상대책을 논의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이날 주요 자산운용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집합투자위원회를 열고 '주식형펀드 환매에 대한 특별대책반'을 운영하기로 결의했다. 이들은 또 정책당국에 펀드 수요확대를 위한 정책방안을 건의키로 했다. 요구 사항은 자본시장통합법으로 복잡해진 펀드 가입절차 간소화와 장기적립식펀드에 대한 세제혜택 부활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가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금융위기와 같은 급박한 상황이 아닌 데다 펀드 환매가 자산운용사 수익이나 지수 급락을 부를 정도도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시장이 급변할 수 있는 만큼 증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기관투자가의 매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이어지며 1포인트 상승, 마감했다.

현대증권 양창호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주가가 1700에서 보합하면서 서서히 오를 경우 환매에 대한 욕구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증시가 급상승하며 지수 2000을 다시 향하면 상승 기대감으로 자금유입이 재개되겠지만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라고 말했다.

<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출시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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