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 전쟁 ①] "한국, 통화전쟁에 포위돼있다"

2011. 11. 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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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속수무책입니다. 어떤 투자전략도 무용지물이에요." 올해로 15년째인 외국계 은행의 고참 외환담당자 P상무는 최근 치열해진 글로벌 환율전쟁 탓에 서울 외환시장 딜러들이 완전히 압도당하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P상무는 "글로벌 환율전쟁 소용돌이에서 어느 나라 중앙은행이 사고를 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며 "이번주 일본 외환당국이 선진국들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단독 개입을 강행하는 바람에 그 불똥이 서울 외환시장에 튀면서 원화값마저 순식간에 약세로 돌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외환딜러들은 그리스 위기가 다시 고조되는 상황에서 시작된 주요 20개국(G20) 회의 진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위안화 절상 압박, 일본의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제동 등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결론을 맺을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 외환딜러 8년차인 L씨는 지난달 31일 일본 외환당국이 하루 동안 7조엔에 달하는 엔화 매물을 쏟아내던 날 아찔했던 순간을 소개했다. 그는 "오전 10시 20분께 평온하던 서울 외환시장에서 갑자기 엔화값이 순식간에 3%나 급락했다"며 "뒤늦게 일본 외환당국이 대규모 무력 시위에 나섰다는 소식을 듣긴 했지만 이미 1000만달러가량의 엔화 매수 포지션을 갖고 있던 터라 1초 만에 5억원을 날리는 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미국의 양적 완화에 따른 엔화 강세 압력을 일본이 단독으로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딜러들이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일본 재무상이 엔고에 대해 연일 구두경고했지만 그동안 시장은 코웃음만 쳤기 때문이다. 일본의 단독 외환시장 개입이 번번이 실패했던 학습효과 탓에 시장은 다시 엔화 매수 기회도 노려 보지만 사상 최대 개입이라는 소식에 섣불리 덤비기도 어려웠던 상황이다.

이처럼 가뜩이나 유럽 재정위기 때문에 시장 불안감이 높은 상황에서 서울 외환딜러들이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 딜러나 외환 관련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올해를 외환위기 이래 최악의 한 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금융시장에서 국제적 공조가 전혀 이뤄지질 않고 주요국들의 독자적인 외환 개입이 늘면서 외환딜러들 입지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모 증권사 외환담당인 P모 이사는 "지난 9월 6일 스위스 중앙은행이 대규모 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스위스 프랑화값을 10%나 끌어내렸다"며 "추석 직후인 9월 14일에 원화값이 1100원 선까지 무너진 것도 그 후폭풍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 외환시장이 외풍에 쉽게 휘둘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는 으레 G20 정상회의 등을 앞두고는 위안화 변동폭을 넓혀 미리 절상 압박을 피해가고는 했다"며 "중국 정부는 절대 자신들이 손해보는 방향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미국 채권 보유국이면서 외환보유액도 풍부한 중국을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 외에 중국 변수까지 겹치면서 딜러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도리어 순간순간 자동적으로 대처하는 매매가 늘었다.

선물회사 외환딜러인 C씨는 한국과 외국 외환당국간의 개입 틈바구니 속에서 쉽게 주문을 내기 어려운 상황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의 제2차 양적완화 후폭풍이 최정점에 달했던 올해 7월 우리 외환당국이 뒷수습을 한다고 달러 매수 개입을 치열하게 펼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미국을 보면 달러를 팔아야 할 것 같고, 한국을 보면 달러를 사야 할 것 같은 순간도 많았다"고 말했다.

수십억 달러를 우습게 베팅하던 헤지펀드 매니저들도 자신없어 하는 모습이다. 환율전쟁에 따른 원화 강세 압력과 유로존 위기에 따른 원화 약세 압력이 교차하면서 한국 외환당국은 8월 초까지 원화 강세를 막기 위해 1050원 선에서 달러 매수 개입을 했고 9월 하순에는 원화 약세를 막기 위해 1100원대에서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그 차액만큼 외환당국에 돈을 털린 셈이라는 볼멘소리도 터져나왔다.외환당국 처지에선 선방했지만 회사 이익을 추구하는 딜러들에겐 고통스러운 순간이었다는 설명이다.

[송성훈 기자 / 한우람 기자] ◆ 유럽안정 공조냐 자국통화 방어냐 G20의 딜레마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야심차게 준비한 글로벌 거버넌스 논의와 농업개발 의제는 유로존 위기 해결과 환율전쟁의 딜레마 속에 이미 뒷전으로 밀려난 모습이다.

이번 G20 정상회의의 최우선 과제는 단연 유로존 위기 해결과 이를 위한 글로벌 금융안전망 조성이다. 지난 1일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과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G20 관련 공동성명을 통해 "유럽 문제가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는 만큼, 지난 회의에서 합의한 사항에 대한 세부안들이 지체 없이 논의돼야 한다"며 국제공조를 외쳤다.

이미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이번 G20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환율 유연성 확대를 위해 각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내용을 담을 것이라는 소식을 타전했다. 외환보유액 감축에 대한 언급도 포함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유로존 위기 대책이 마련될지는 미지수라고 입을 모은다. 각국의 입장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공조를 위해선 환율공조가 불가피하다"며 "하지만 누군가의 평가절하는 다른 국가의 평가절상을 의미하는 만큼 동의를 이끌어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장 큰 난관은 역시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상에 동의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미 미국은 위안화 평가절상을 위해 중국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 상원이 지난달 통과시킨 '통화환율감독개혁법안'은 외국 정부가 환율조작을 통해 자국의 수출경쟁력을 높인 것으로 판단될 경우 미국 정부가 이를 보조금으로 간주해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독일과 프랑스 등이 위안화를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구성통화에 포함시키는 데 찬성하고 있어, 이 문제가 정식 안건으로 상정될 경우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키우려는 야심을 가진 중국이 전향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지난 10월 올해 세 번째로 환율 개입을 단행한 일본도 관심사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달 31일 전격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7조엔(약 100조원)이 넘는 엔화를 매도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물론 얼마 전 유로존 채무 협상을 가까스로 타결 지은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동일본 대지진과 최근 경기침체로 엔고 저지가 불가피한 일본 정부도 마냥 양보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통화전쟁이 '혼전' 양상을 띠면서 G20 산하 기업인 모임인 B20는 위안화 등 주요 신흥국 통화의 역할을 확대해 '다극 기축통화 체제'를 구축할 것을 G20 정상회의에 촉구했다. 2일 B20는 공동성명을 통해 "달러가 지배하는 지금의 기축통화 체제가 세계경제 위험을 증폭시켰다"면서 "다극 체제가 구축되면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기업의 결제 비용이 줄어드는 등 혜택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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