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三修)없다!" 지경부, 대어 낚을까?

박준호 2011. 8. 2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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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가스관·터키원전 수주… 지경부, '그림의 떡' 앞에 속앓이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지식경제부가 '그림의 떡'을 눈앞에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러시아와 남북한을 잇는 가스관연결 사업이나 터기 원전 모두 한 차례 쓴 맛을 본 '재수생' 지경부는 자칫 이번에 또 대어(大魚)를 놓치면 자칫 삼수(三修)할 처지에 놓일지도 모른다. 이 때문인지 지경부는 가급적 말을 아끼면서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신중한 자세로 접근하고 있다.

지경부는 지난 주말부터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행보에 여느 때와는 달리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실익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최근 러시아 정부로부터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에 대한 구상을 전해들으면서 이 사업이 급진전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한국가스공사가 가스공급의 다변화 차원에서 2015년부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연간 750만t의 PNG(파이프라인천연가스)를 30년 동안 도입하는 안(案)으로, 2006년 한·러 정부간 가스부문 협정을 맺고, 이 내용을 구체화해서 2008년 9월 가스공사와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회사인 가즈프롬간 MOU체결로 가시화됐다. 이후 실무적으로 공동연구와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2년 전에도 러시아 천연가스를 북한을 경유해 들여오는 방안이 설득력 있게 제기됐지만 당시 우리 정부는 '현실성이 낮다'는 이유로 계획을 철회했다.

당시 한국가스공사는 러시아 시베리아 천연가스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한 육상을 경유하는 PNG 방식으로 운송할 예정이었으나, 북측이 너무 높은 '대가' 지불을 요청하면서 사업을 접었다.

이후 정부와 가스공사는 시베리아 천연가스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액화시킨 뒤 LNG(액화천연가스) 형태로 국내 가스비축기지에 운송하는 방안과 동해상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한 운송방안 등을 놓고 고심해왔다.

하지만 최근 북한 내부 사정이 경제난 심화로 악화되면서 김 위원장이 위기를 타개할 '돈벌이 수단'으로 남북을 잇는 가스관 연결사업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는 내·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지경부도 사업 타당성을 놓고 분주해졌다.

일각에서는 북측이 2009년 9월께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한 것은 경제적 실리보단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불만이 반영된 정치적 선택으로 해석하고,이번에는 수세에 몰린 김 위원장이 경제적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사업가능성을 논의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현재 북한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남북관계라는 변수가 불안한 해결과제로 남아 있지만, 북한과의 가스관 사업추진이 예상보다 순항할 경우 이들 문제도 자연스레 해소되지 않겠냐는 낙관론도 흘러나온다. 특히 경제위기에 봉착한 김 위원장이 매년 가스관 통과에 따른 수수료 수입만 1억 달러에 달하는 사업 가치를 무시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북 전문가들도 긍정적인 관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북한을 통해 가스관을 연결할 경유 유사시 북한이 가스관을 차단할 개연성도 있지만 남측의 경우 가스를 전적으로 러시아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부담은 조금 있지만 남·북·러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사업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지경부도 북한을 통해 수입하는 PNG 방식이 가장 경제적이라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PNG방식을, 우리 정부는 LNG와 CNG(압축천연가스) 방식을 연구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지경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기존에 합의한 MOU에 입각해서 실무협의를 진행중이다. 러시아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일단 북한을 통해 들여오는 게 가장 경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우리 입장에선 지금 상황이 난감한 건 아니지만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국익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사업 못지않게 요즘 지경부가 속내를 드러내진 않아도 부쩍 신경쓰고 있는 사업이 또 있다. 바로 터키 원전이다.

터키 원전건설 프로젝트는 흑해 연안인 시노프 지역에 2019년까지 원전 4기(140만㎾급)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수주 규모만 20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터키 정부와 길고 긴 협상을 거듭해온 지경부는 당초 G20 정상회의 시점에 맞춰 수주성공을 발표해 대내·외적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었지만, 가격측면에서 끝내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난항을 거듭하다 협상테이블을 빠져나왔다.

세계 최초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을 제시한 최경환 전 지경부 장관은 당시 "너무 싸게 (가격협상)하면 그 다음에 어떻게 팔아먹나. 우리로서는 최선의 안을 제시했다"며 "대부분 의제 조율을 다 했고 가격만 쓰면 된다"며 가격부문에서의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당시 지경부는 평균 판매가격에서 ㎾당 1센트 깎을 때마다 연간 4000억원, 20년동안 8조원을 절약하는 방안을 계산할 만큼 가격협상에서는 소수점 자리까지 양보할 뜻이 없음을 내비췄다.

결국 우리나라는 지난해 6월 터키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12월에 우선협상 종료를 통보받았다.

이후 터키 정부가 판을 접고 일본 정부와 협상을 이어갔지만 이 역시 난항을 겪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꺼져가던 터키 원전의 불씨가 살아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탈(脫) 원전을 선언하면서 기대감은 무르익고 있다.

지경부는 이미 물밑접촉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자페르 차을라얀 터키 경제부 장관은 지난 10일 최중경 지경부 장관과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지경부는 한국기업의 현지시장 진출 등 양국간 FTA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공식입장을 내놓았지만 터키측 고위관계자가 일본과의 협상이 결렬되자 곧바로 한국을 찾은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터키 경제부 장관이 최 장관의 비공개 접촉 이후 "터키 원전 프로젝트는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게 협상의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우리나라를 직접 거론한 점도 양국간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는게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이같은 시각에 대해 지경부는 "양국간 자유무역협정을 포함한 전반적인 경제협력을 논의한 것일 뿐"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우선협상자 배제 이후 우리 정부나 터키측에서 서로 협상과 관련된 요청이나 논의를 한 적이 없고 현재로서도 물밑접촉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일본과의 협상 추이는 계속 지켜보고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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