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뷰] 한숨 돌린 日 시장..문제는 '공급 사슬'

양이랑 기자 rang@chosun.com 2011. 3. 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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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대지진으로 몸서리쳤던 일본 시장이 안정을 되찾았다.

이번 주 아시아, 유럽, 미국 증시가 강력하게 반등 출발한 데 이어 춘분절 휴장으로 하루 늦게 시작한 일본 증시도 22일 4% 넘게 급등한 채 마감했다. 일본인의 해외 투자 회수 전망에 초강세를 보였던 엔화 가치도 후퇴하기 시작, 환율은 80엔대 이상으로 회복됐다(엔화 가치 하락). 따라서 일본 수출기업의 후쿠시마 원전의 전력 복구 작업이 진행되면서 투자자의 우려가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대지진 충격으로 일본의 부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기업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동시에 일본으로부터 부품을 조달받는 글로벌 기업들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 이른바 '공급 사슬(Supply Chain)' 문제가 일본 경제는 물론 세계의 문제로 급부상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 시장의 급변동은 심리적인 충격을 반영한 서곡에 불과했고, 점차 실물 경제의 타격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증시 강세..엔화는 약세

22일 닛케이 225 주가 평균은 전 거래일보다 4.4% 급등한 9608.32에 장을 마쳤다. 이날까지 지난 2거래일의 오름폭은 2009년 4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주요 기업의 주가도 급반등했다. 3ㆍ11 대지진 직격탄을 맞은 후쿠시마 다이치 원전을 운용하는 도쿄전력의 주가는 16% 상승했고, 원전 공급 업체인 도시바도 13% 올랐다. JX 홀딩스는 정유 시설 가동 재개 소식에 12% 뛰었고, 신일본제철,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도 7~8%의 오름폭을 기록했다.

HSBC 홀딩스의 프레드릭 노이먼 경제 리서치 부문 공동 대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지난주보다 우려가 경감했다"며 "전력 공급이 부분적으로 복구되면서 원전 사태가 극심할 것이라는 공포가 누그러졌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MBC 프렌드 증권의 나카니시 후미유키 전략가는 "원전 문제가 조용해지고 있다"며 "저평가된 종목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 시장도 안정을 되찾았다. 런던 외환시장에서 22일 오전 6시54분 현재 달러당 엔화 환율은 80~81엔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7일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치인 76.25엔까지 떨어졌다가 반등했다(엔화 가치 하락). 하루 뒤인 18일에 선진 7개국(G7)이 외환 시장에 개입한다고 밝힌 이후 엔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도쿄 미쓰비시 UFJ 은행의 호시노 아키라 운용역은 "위험 기피 심리가 완화하면 엔화도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일본 부품 공급 차질…글로벌 기업 발 동동

그러나 대지진으로 일본 부품 제조업체의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이 제조업체들은 물론이고 이곳으로부터 부품을 조달받는 기업들이 부품난에 시달리는 공급 사슬 문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씨티그룹의 요한나 추아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부품) 공급 능력 문제는 초기 예상보다 심각하다"며 "이는 자동차, 정보기술(IT), 조선업계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주요 기업들은 대지진에 따른 인프라스트럭처 훼손, 전력 공급 중단 등의 문제로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세계 5위 반도체 제조업체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는 지난 19일 북서부 지역 야마가타현의 공장 가동을 재개하긴 했지만 22개 공장 중 6곳은 계속 가동이 중지된 상태다. 히타치건설은 가동을 중단했던 이바라키현의 5개 공장 중 3개를 재가동할 예정이지만 나머지 두 개 공장의 가동 시기는 아직 불확실하다. 혼다 자동차는 "일본 상위 (자동차) 부품업체의 5분의 1이 지진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혼다 역시 부품 조달 문제로 조업 중단을 27일까지 4영업일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일본 기업들의 공장이 멈추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부품난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프랑스 자동차 업체 르노의 한국 자회사에 이어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 법인도 일본산 핵심 자동차 부품 부족 사태에 대비해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미국 2위 반도체 기업인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는 일본 지진으로 생산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품난에 불안한 곳은 제조업체뿐만이 아니다. 브라질의 발레, 호주의 리오틴토와 같은 광산업체들은 광산 장비 조달 차질로 회사 확장 계획도 늦춰야 할 상황이다. 리오틴토의 샘 월시 철광석 부문 대표는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 충격은 다방면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조업을 중단하는 철강업체, 중장비업체들이 있다"고 말했다.

◆ 日 제조업 '적기생산체제' 빨간불

세계 3위 경제 대국인 일본은 자동차와 전자제품 부품 주요 생산국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일본은 세계 웨이퍼의 57%를, 반도체의 20%를 생산한다. 미래에셋 증권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7조2000억엔(913억달러)의 전자부품을 수출했다. 픽텟 재패니스 에퀴티 셀렉션 펀드의 샘 페리 운용역은 "그 누구도 일본 기업과 같은 품질과 일관성을 갖고 있지 않다"며 "LCD 필름과 반도체용 실란트 생산의 경우 일본 기업이 거의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대지진으로 일본 제조업체들의 적기생산체제(Just In Timeㆍ저스트인타임) 방식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이 체제는 비싼 재고 보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재고를 최저 수준으로 유지하고 부품을 즉각적으로 생산에 투입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GM이 루이지애나 공장의 픽업 트럽 생산과 스페인의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도 이같이 재고가 빡빡한 생산 체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공급라인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력히 권고해왔다. 하지만 이번 위기에서 역시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여전히 극소수의 공급처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공급라인 다변화의 중요성은 다시 물 위로 부상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 2001년 미국의 9·11 사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지난해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등 예기치 못한 재해 때에도 특정 공급처 의존이 문제시 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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