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상점 최후의 날 "SSM은 절대강자, 발버둥쳐도.."

2010. 10. 2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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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산업부 윤지나 기자]

기업형 슈퍼마켓 SSM을 규제하기 위한 2개 법안이 법사위에서조차 통과되지 못하고 표류하는 동안, 동네상점들은 그야말로 '최후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SSM 처리방법을 놓고 여야가 갈등의 폭을 줄이지 못하는 시점에서, 이들을 바라보며 관련법 통과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동네부터 이미 상점들이 문을 닫고 떠나기 시작하는 동네까지 현장을 둘러봤다.

# 최후의 날, 불과 며칠 후

"새벽 4시에 일어나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가져오고 가게 문을 엽니다. 오전 내내 가게를 보다 점심 때가 되면 홈플러스 입점 저지 집회에 참여합니다. 대충 끼니를 때우고 가게를 보다 보면 저녁이 되는데, 이때부턴 개점공사 저지를 위해 보초를 서야 합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월드마트를 운영하는 이성노 씨의 일과표에는 고단함이 묻어난다. 벌써 6개월째다. 지난 2월 직영점으로 문을 열려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가맹점으로 업태를 바꿔 가며 개점 의지를 보이자, 이 씨를 비롯한 동네 상인들이 돌아가며 입점 저지를 위해 보초를 선다.

이 씨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상계점이 사업조정신청 건으로 사업이 일시정지된 상태임에도 개점을 위한 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피곤하지만 법안 통과 때까지는 직접 지키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경 500M 내에 위치한 20개 가까운 상점 상인들이 돌아가며 보초를 서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홈플러스 측과 몸싸움이 벌어진다.

이 씨는 "가맹점으로 편법개점하는 SSM을 막아내기 위해서라도 상생법안이 유통법안과 함께 처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최후의 날, 불과 며칠 전

"심야에만 공사를 하고 외부는 철저히 막아 놓아서 롯데슈퍼 일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피자가게인 줄만 알고 있엇는데 막을 수도 없게 갑자기 기습개점을 한 거죠. 요즘 동네 상점들은 사업조정신청을 위한 동의서를 모으고 있습니다"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럭키할인마트의 이진철 이사는 바로 옆 건물에 문을 연 롯데슈퍼 때문에 열흘사이 매출이 30% 나 떨어졌다며 울상이었다. 개점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피자집으로 알려져 있던 가게는 지난 11일 갑자기 롯데슈퍼 간판을 달았다.

대학로는 전통적으로 중소상인들이 상권을 형성해온 곳이지만 주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들이라 롯데슈퍼에 몰리는 분위기다.

특히 시장 1위 상품을 대폭 할인해 미끼상품으로 내놓는 롯데슈퍼의 전략에는 상인들이 손 쓸 여력이 없는 모양이다.

이 씨는 "미끼상품 말고 다른 제품들은 실제로 싸지도 않은데 손님들이 그리로 몰려가니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 최후의 날, 벌써 한 달 전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나들가게로 점포도 바꿔보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있는데 상황이 점점 나빠지네요. 내 몸도 말을 안 듣는데 아내까지 누워 있고 가게는 매출이 떨어지니...그냥 버텨보는 거지요"

송파구에서 나들가게를 운영하는 김용민 씨는 불과 300미터 못 가 위치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매출은 벌써 반쪽이 났다.

62살 적지 않은 나이에 파킨슨병으로 몸까지 성치 않다보니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단다. 홈플러스가 문을 연지 한 달 반 밖에 안됐지만, 그 사이 벌써 동네 상점 하나는 못 버티고 문을 닫았다.

김 씨는 "우리 이야기를 한 번만 들어 달라고 하는 데도 구청에서는 모른 척을 한다"면서 "정부도 구청도, 국회까지 아무도 이런 상황을 들여다보지 않는다"고 절망감을 나타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배재홍 사무국장은 "유통법과 상생법을 분리처리 하자는 정부여당 입장은 SSM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며 "동네 상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상생법"이라고 말했다.jina13@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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