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함투성이 '리콜제도'는 리콜 안되나
최근 7살된 어린이가 세탁기 안에서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사용자 부주의로 결론났지만 해당 제품을 생산한 LG전자는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다. 드럼세탁기 문이 안에서 잠기지 않도록 하는 '안전캡'을 나눠주고 안전 캠페인도 벌였다.
녹색소비자연대는 19일 이 사고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잘못된 리콜 관행을 분석했다.이 단체는 "관련 법률을 검토한 결과 해당 업체는 생산자제조물책임법에 따라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과 함께 리콜을 해야 하지만 그대로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제품은 '대체설계'를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도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LG전자는 2008년 9월 전주와 경기 고양시에서 드럼세탁기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안전캡을 제공하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결국 안전캡으로는 세탁기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제조업체는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설계변경보다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 문제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세탁기 사고는 제품결함이 아니기 때문에 현행 생산자제조물책임법이나 리콜제도와 무관하다"며 "최근 리콜은 사용자의 사용상 부주의까지 책임지겠다는 태도를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기업이 리콜에 소극적이고 소비자들에게 선심을 쓰듯 시행되고 있는 게 문제"라며 "사고 원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지할 의무를 지게 하고 리콜 정보를 통합관리하는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의 잘못된 리콜 관행 때문에 제품에 하자가 있어도 소비자는 늘 '봉' 취급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심각한 결함이 발생한 공산품에 대해 강제로 리콜을 명령할 수 있도록 제품안전기본계획법 시행령을 바꿔 내년부터 시행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강제 리콜이 '공산품'에 제한된 데다 리콜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 리콜 제도는 기준과 절차, 공표 방식, 시행기관이 제 각각이라 신속한 대응에 한계가 있다. 자동차 리콜은 교통안전공단, 식품·의약품 리콜은 식약청, 공산품은 기술표준원에서 공지하고 있다.
리콜이 거의 전적으로 기업 손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도 문제다.노트북이나 휴대전화 배터리의 경우 내부 절연막이 손상을 입으면 폭발하거나 화재가 날 수 있는데도 리콜을 꺼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폭발은 외부 원인에 의한 것이라는 게 과학적 결과"라며 "전자업체들이 배터리를 리콜해 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외부 원인'은 소비자 과실로 결론짓는 게 대부분이다.
리콜 기간도 최소 15일 이상으로 규정돼 있지만 소비자가 이를 알고 응하기엔 짧은 기간이라 회수율도 낮다. 이물질이 문제됐던 농심 새우깡의 경우 회수율이 6%에 그쳤다.
녹색소비자연대 이주홍 정책팀장은 "리콜 정보에 대한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소비자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가 모든 리콜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리콜을 얼마 이상 해야 한다는 하한선 규정이 없다"며 "식품의 경우 10~15%, 가전·전자제품은 50~70% 이상 리콜이 이뤄지도록 하는 강제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김주현 기자 amicus@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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