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20년 전부터 실소유주" 허위로 주주명부 작성해 탈세

김영진 기자 2011. 7. 13.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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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업체인 A사 사주 B씨의 아들 2명은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620억원의 증여세를 추징당했다. 아버지 B씨가 두 아들에게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회사 지분을 넘겼기 때문이다. B씨는 자신이 경영하던 A사 주식 일부를 계열사 임원 이름으로 관리하던 중 1998년에 본인 명의로 바꿔 국세청에 신고했다. 당시 정부는 차명(借名)주식의 실명(實名)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1997~1998년 중에 실명으로 바꾼 주식은 증여세를 물리지 않았다.

B씨는 그러나 2004년에 주식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해 본인 명의 주식 일부를 다시 임원 명의로 돌려놨다. 비(非)상장사인 A사를 상장하기 위해서였다. 상장사가 되려면 최대 주주의 지분이 70%를 넘지 않아야 하는데, B씨 지분은 실명 전환 때문에 이미 70%를 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장 후 2년 뒤인 2008년에 벌어졌다. B씨가 욕심을 부려 아들 2명에게 지분을 넘긴 것이다. B씨는 허위로 주주명부를 작성해 임원 명의로 된 주식의 실제 소유주가 20년 전부터 아들 2명의 것인 양 바꿨다. 증여한 지 15년이 지나면 증여세를 물리지 않는 세법을 악용한 것이다. 하지만 국세청 세무 조사에서 10여년간에 걸친 B씨의 편법 증여 사실이 들통났다. 국세청은 아들 2명에 대한 증여세 추징과 함께 B씨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국세청이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에 칼을 빼들었다. 국세청은 지난 상반기 중 편법적인 증여를 통해 2세를 위한 경영권 승계에 나선 중견기업 사주 등 204명을 세무 조사해 총 4595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이현동 국세청장은 이날 본청 대회의실에서 전국 조사국장 회의를 열고 세금 없는 부(富)의 대물림 차단과 대기업에 대한 세무 검증 강화, 역외(域外) 탈세 근절 등 세 가지를 하반기 세무 조사 역점 과제로 삼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세금 한 푼 안 내고 경영권이나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기업인에 대한 세무 조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임환수 본청 조사국장은 "하반기에는 탈세 개연성이 높은 고액 자산가와 중견기업 사주들을 중심으로 주식·부동산 등 재산 변동 내역을 정밀 분석하고 변칙 상속·증여 혐의자에 대해서는 관련된 기업까지 세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유명 제조업체 사주 C씨도 B씨처럼 임원 이름으로 해놓은 주식을 활용해 자녀에게 회사 지분을 넘기다 발각됐다. C씨는 지난 2006~2007년 중 임원에게 맡긴 회사 주식을 시가(時價)의 절반 가격에 자녀가 대주주인 회사에 넘겨 146억원이나 싸게 팔았다. C씨는 또 임원들에게 돌아간 배당금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자금 출처 조사가 면제되는 무기명채권(일명 '묻지마 채권')을 구입했고, 이를 다시 판 돈으로 계열사 지분을 지인(知人) 이름으로 사들인 혐의도 받고 있다. C씨는 명의신탁한 주식들에 대해 증여세 720억원을 추징당했고, 저가(低價)에 지분을 사들인 자녀 회사는 270억원의 법인세를 추징당하는 등 총 970억원의 세금을 부과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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