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0억 들인 모노레일(인천 월미은하레일), 또 300억 들여 철거할 판

태백=홍원상 기자 wshong@chosun.com 2011. 4. 12.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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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하지 않고)연명하기도 힘들어요. 매달 리조트 운영비와 대출 이자를 내기도 벅찹니다."

지난 8일 강원 태백시 함백산 중턱에 있는 '오투리조트'. 뾰족 지붕의 이국적인 외관과 달리 1층 로비에 들어서자 내부는 썰렁했다. 특산품점과 기념품 가게는 문을 닫았고 단체여행 온 고등학생들만 가끔 눈에 띄었다.

태백시는 지역 주력 산업이던 탄광이 문 닫고 인구가 줄자 대안으로 2001년 자본금 1000억원으로 태백관광개발공사를 설립, 골프장과 스키장·콘도를 갖춘 오투리조트 개발에 들어갔다. 리조트가 운영되면 2만개 이상 일자리가 생기고 1조3000억원대 생산 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금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당초 2800억원으로 예상했던 사업비는 4400억원으로 늘었지만 회원권 판매가 목표의 4분의 1에 그치는 바람에 빚만 2300억원을 지고 있다. 태백시 관계자는 "경제성보다 민선 단체장의 핵심 공약이었기 때문에 빚을 내서라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총부채 46조원, 연간 금융이자만 1조원에 달할 만큼 전국 51개 지방공사의 경영이 손을 쓰기 어려운 최악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원인은 선심성 행정과 방만 경영으로 집약된다. 2002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붐을 타고 자치단체장들은 선거 때마다 개발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경제성이나 효율성은 외면한 채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진행해 수익은커녕 빚만 늘었다.

◆853억원 투자한 은하레일 철거할 판

경인전철 인천역 역사(驛舍) 옆에 붙어 있는 '월미은하레일역'. 월미도 문화의 거리와 월미공원을 잇는 8.3㎞ 순환 모노레일의 출발역이다. 지상 약 8m 높이 교각 위에 설치된 레일은 화사한 하늘색 페인트칠까지 마쳤지만, 정작 있어야 할 전차는 보이지 않고 철로만 썰렁하게 남아 있다.

인천교통공사가 853억원을 투자해 만든 은하레일은 당초 2009년 7월 개통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험 운전 과정에서 사고가 난 데다 건설업체가 싸구려 부품을 사용한 사실이 밝혀져 운행은커녕 철거 위기에 놓여 있다. 철거엔 혈세 300억원이 추가로 들어가야 한다. 월미은하레일은 당초 '노면 전차'로 만들 계획이었다. 그런데 2007년 뚜렷한 이유 없이 '모노레일'로 바뀌었다. 그 바람에 사업비만 두 배로 늘어났다.

지방공사의 방만 경영은 이뿐 아니다. 경기도시공사는 광교신도시사업을 하면서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회의가 '불필요하다'고 지적했음에도, 96억원을 들여 저수지 정화시설 공사를 강행했다가 감사원으로부터 공사 중단 조치를 받았다. 헛돈을 쓴 셈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지방도시공사 대부분이 한계선까지 빚이 쌓여 허덕이지만 단체장은 선거를 앞두고 공약 이행과 업적을 위해 사업을 멈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선 4기 지방선거를 1년 앞뒀던 2005년 한 해 동안 서울도시개발공사(SH)의 부채는 3조3600억원에서 7조3700억원으로 배 이상 늘었고, 인천도시개발공사도 같은 기간 4200억원에서 1조1800억원으로 3배쯤 급증했다.

◆결국은 주민 부담으로 돌아와

지방공사의 경영 위기는 지자체의 재정 악화로 이어져 결국엔 지역 주민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지방공사가 빚을 갚지 못하면 대주주인 지자체가 재정을 투입해 대신 갚아줘야 한다. 현재 태백시는 산하 태백관광공사가 소유한 오투리조트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걱정이 태산이다. 리조트를 팔아도 공사가 진 빚을 갚는 데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백시에서 만난 식당 주인 김모(49)씨는 "결국 시민들 빚으로 고스란히 돌아올 텐데…"라고 했다.

지역 주민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월미도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박모(50)씨는 "'은하레일만 완성되면 관광객이 몰려온다'고 하더니 요즘엔 하루 고객이 네 팀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실장은 "지방공사 경영이 정상화되려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가 사업 범위와 타당성을 정밀하게 검증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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