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없는 사람은 전세값 인상에, 집가진 사람은 금리 인상에 등골 휘네

김형섭 2011. 1. 1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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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민자·김형섭 기자 = 전세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마저 인상함에 따라 집없는 가구는 전세값 상승에 고통받고,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사람들은 금리부담에 힘겨워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값은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의 전세값은 2009년 6.0% 상승한데 이어 작년에도 6.4%의 높은 상승률을 이어갔다. 새해 들어서도 1월 첫째주 0.2%, 둘째주 0.5% 등으로 계속 올라 전세 비수기가 무색할 정도다.

◇전세 매물 "씨가 말랐다"

방학 학군 수요와 내년 봄 이사철을 대비한 이사수요가 겨울철 전세난의 주범이다. 특히 우수 학군 지역으로 평가받는 반포 등 강남과 입주 2년차 단지가 많은 송파, 강동 등에서는 전세물건이 씨가 말랐다는 말까지 나온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삼성래미안의 경우 총 732가구 규모지만 지난 한 달간 전세 물건이 한건도 나오지 않았다. 인근 도곡렉슬도 3002가구에 달하는 대단지 아파트지만 전세 매물이 한달에 1~2건 정도만 나오는데 즉시 계약이 돼 사라진다.

도곡동 우리공인중개사 대표는 "도곡삼성래미안 115㎡가 재계약 시점에 1억원이나 올라 나왔는데 세입자가 다른 곳을 둘러 보니 물건이 없어 하루만에 재계약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전세값 상승세가 강남, 송파, 서초 뿐만아니라 노원, 도봉 구로, 금천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서울 구로구 고척동 월드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집주인이 2000만원 올려 내놓았던 전세매물이 다음주에는 3000만원, 또 그 다음주에는 4000만원, 이런 식으로 호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빌라나 연립의 전월세도 덩달아 올라 전세 수요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고 말했다.

◇세입자들,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전환

게다가 최근에는 전세값 상승세가 연립, 다세대 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집주인들이 반(半)전세나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전세는 찾아보기 힘든 반면 오른 전세값 일부를 월세로 돌린 반전세나 월세 등은 매물은 쌓이고 있다. 저금리 기조 때문에 집주인들이 은행 이자 대신 월세를 소득원으로 택한 탓이다.

장완진 드림부동산 대표는 "고덕 주공9단지 1260가구 중 전세로 나오는게 거의 없는 반면 월세로 돌린 물건은 20여개 가까이 쌓여 있다"며 "새로 이사를 오려는 사람들은 월세가 부담스러워 발길을 돌리곤 한다"고 말했다.

오른 전세값을 충당하지 못해 월세로 '내려 앉는' 경우도 있다.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 2차전용 84㎡에 사는 김성한씨는 2년전 2억원에 계약한 전세가 4000만원 가량 오르자 한달에 30만원씩을 내는 반전세로 재계약했다.

김 씨는 "수 천만원에 이르는 목돈을 당장에 마련할 방법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월세로 눌러 앉았지만 부담이 크다"며 "시중은행 전세자금 대출은 금리 부담이 크고 국민주택기금 대출은 조건이 까다로워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숨 지었다.

아파트에서 시작된 전세난은 연립 및 다세대까지 번지고 있다. 이들 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인데도 수천만씩 뛰어 체감 상승폭은 더 크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의 연립주택 전세값은 전년대비 6.0% 올랐다. 같은 기간 아파트 전세값 상승률(7.4%)에는 못 미치지만 2009년(3.8%)에 비해서는 오름세가 2.2%포인트나 확대됐다.

송파구 방이동에 거주하는 주부 장모씨는 "52㎡짜리 빌라 전세를 1억1500만원에 살고 있었는데 집주인이 1억5000만원까지 올려 달라고 했다"며 "자녀 교육비 부담도 커지고 있어 전세값이 저렴한 지하 방으로 옮길까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김원 우주공인중개사 대표는 "방이동은 연립, 다세대가 많은데도 워낙 매물이 없다보니 괜찮은 물건은 30분도 안되서 나가버린다"며 "부동산마다 대기수요가 2~3건 정도는 다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금리인상으로 가계 이자부담만 7조원 증가

집없는 서민들이 전세값 이상때문에 고통을 짓는 반면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중산층들은 금융당국이 6개월 사이에 기준금리를 0,75%나 인상함에 따라 금리부담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해 초 1억2000만원의 대출을 끼고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38평형 아파트를 구입한 직장인 조모씨(45)의 경우 이번 금리인상으로 월 10만원 정도 이자를 더 물게 생겼다.

조씨는 "1년 단위로 대출이자율이 결정되는데 은행 직원으로부터 대출 금리가 1% 가량 오를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는데 금리가 1% 오르면 한달에 이자부담이 10만원 정도 늘어난다"며 "물가가 올라 생활비 지출도 늘었는데 이자부담까지 늘어나니 큰 일"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가계대출+판매신용)는 약 770조원에 달한다. 특히 오는 3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조치 만료를 앞두고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지난해 12월 기준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은 379조3000억원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12월 증가액도 4조9000억원으로 4년여 만에 최대치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초저금리가 가계대출을 큰 폭으로 늘렸고,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이자 부담이 커져 저소득층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90% 이상이 변동금리대출로 이뤄져 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이자부담은 7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중은행들도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일제히 인상했다. 국민은행은 17일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지난주보다 0.18%포인트 올렸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0.12%포인트 인상했다.

전세자금 대출 금리도 0.1%포인트 안팎으로 인상해 세입자들이 이중고에 시달릴 전망이다.

이처럼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서민들의 빚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이라고 판단, 3월 중 거시 정책수단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rululu20@newsis.com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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