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대란 현장]수도권 남부 '암흑도시'..학교마저 텅 비어

김정수 2010. 7. 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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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정수 기자] 지난 2008년 6월 대형건설사들이 한꺼번에 3700가구나 공급한 용인 성복지구. 새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22일 이곳의 한 아파트 단지를 찾았다.

브랜드 인지도를 내세우며 3.3㎡당 평균 1600만원대에 분양했다가 60%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아파트다.

미분양 탓인지 인적이 드물어 단지 안은 적막하기만 하다. 지상에 조성된 공원은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지만 텅 빈 모습은 안타까움을 준다.

해가 서편으로 기울자 인근 중개업소의 말대로 실상이 명확히 드러났다. 불을 환하게 밝혀야할 집들이 드물어 마치 '암흑도시'처럼 변한 것이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미분양에다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입주대란까지 가중된 상태"라며 "웃돈은커녕 현재 50평형대가 분양가보다 5000만원까지 내려가 있다. 인근 단지가 다 그렇다"고 털어놓았다.

인근의 신봉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곳 한 아파트 단지의 지상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입주센터에 단지 내 차량들이 없는 이유를 묻자 지상에는 주차공간이 많지 않아 지하에 주차를 한다고 설명했다.

지하주차장으로 발길을 옮겼지만 이곳에도 몇 대의 차량이 지하주차장 전체를 전세 낸 듯하다. 아름답게 꾸며진 아파트지만 '불 꺼진 집'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입주센터 관계자는 "분양이 많이 안 된 상태에서 그나마 분양된 아파트마저 입주가 안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경기 사정이 좋지 않다보니 입주예정자들이 입주를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인 공세지구도 입주대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이곳 인근의 한 초등학교는 지난해 하반기 2000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하며 개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학생 수가 300여 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인근 아파트의 입주율이 40%대에 머물면서 이 학교는 학생이 부족해 24개반 가운데 불과 7개 반만 운영되고 있다.

용인 구성지구 J아파트는 지난 5월부터 입주를 시작했지만 309가구 가운데 불과 20여가구만이 입주해있다.

용인지역은 경기 침체 전인 2008년까지 물량이 대거 공급된 지역이라 미분양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항상 거론되는 지역이다.

지난 2008년 이후 2만2000가구가 공급된 용인은 올해에만 모두 1만3000가구가 입주 중이거나 입주예정이다. 이 가운데 상반기에만 흥덕지구와 신봉동, 성복동 중심으로 6361가구가 입주를 시작했다.

그러나 2008년 하반기 금융위기 이후 계속되는 부동산 경기침체로 용인 지역은 미분양의 늪에 빠졌고, 여기에 입주기피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수원 역시 입주대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06년말 수원시 망포동지역에 공급해 최근 입주를 시작한 임광그대가(872가구)는 입주예정자들과 마찰을 빚으며 입주대란을 겪고 있다. 입주예정자들은 분양가 인하를 요구하며 입주를 기피하고 있다.

인근의 중앙하이츠(549가구), 현진에버빌(530가구) 등도 마찬가지다.사업시행자가 절반이나 되는 미분양아파트를 할인판매에 나서자 기존 계약자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항의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최고 5000만원 웃돈보장제나 중도금 2년 이자 대납 등의 서비스가 제시되고 있지만 별 효과는 없다. 경기 남부지역 주택시장이 미분양 늪에 깊숙이 빠져들며 입주대란의 한복판이 된 셈이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도 입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규모 중대형 사업장에서 미입주가 대거 발생하면 유동성 문제로 직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입주율을 높이기 위해 잔금납부 연장 및 이자대납 등적극적인 입주 촉진책들을 내놓고 있다.

용인 성복지구와 신봉지구에 분양한 건설사들은 잔금 20%의 납부일을 입주 1년 후로 연장해 주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입주율을 높이는 것이 미분양으로 어려운 사정을 조금이나마 해결하는 방법"이라며 "특히 입주예정자들이 기존 살던 집을 팔지 못해 입주를 기피하고 있어 촉진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입주예정자들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H아파트 인터넷 카페의 한 입주예정자는 "기존 집이 팔리면 입주하고 싶다"며 "매매가 안되니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막막한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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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기자 kjs@<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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