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고분양값 배짱 '소비자 반격' 시작됐다

2009. 12. 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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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마포 펜트라우스' 청약 21%…'고덕 아이파크' 계약 48%

주변 시세보다 턱없이 높아…"언젠가 부메랑" 지적

서울지역 새 아파트 분양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분양만 하면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던 열기는 어느덧 '옛이야기'가 되었다.

지난 11월 동부건설이 분양한 용산구 동자동 '센트레빌 아스테리움'은 청약 1~2순위 접수에서 미달해 청약통장 없이도 되는 3순위에서 겨우 청약을 마감했다. 서울역 주변에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던 동부건설로서는 자존심이 구겨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역시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 '마포 펜트라우스'의 3순위 청약을 마감했지만, 259가구 모집에 54명(21%)이 접수하는 데 그쳤다. 서울 도심에서 빚어진 이례적인 참패다.

청약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지만 실제 계약이 저조한 경우도 있다. 당첨자들이 막상 계약을 하려니 분양값이 부담스런 탓이다. 지난달 청약을 마친 서울 강동구 '고덕 아이파크'는 3.3㎡당 최고 3000만원이라는 높은 분양가에도 3순위 내 청약을 마감했다. 하지만 현재 계약률은 48%에 머물고 있다. 고덕 아이파크는 한때 분양가보다 싼 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 수요자 눈높이 못 맞추는 분양가 노른자위로 꼽히는 곳에서 벌어진 청약 미달 사태의 원인은 과도하게 높은 분양가다. 동자동 센트레빌 아스테리움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2650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700만원가량 비싸다. 신공덕동 펜트라우스의 청약 실패도 고분양가에서 비롯됐다는 게 주변 부동산중개업소의 한결같은 얘기다. 신공덕동 일대 주상복합아파트의 시세가 3.3㎡당 1400만~1700만원인데, 펜트라우스 평균 분양값은 2365만원이다. 주변에서 가장 비싸다는 '롯데캐슬 프레지던트'(3.3㎡당 2272만원)에 견줘서도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 이미영 분양팀장은 "주변 시세를 고려하지 않고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들고 나오는 단지가 있다"며 미분양의 원인을 업체 탓으로 돌렸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가 조사한 서울지역 월평균 분양가 추이를 보면, 3.3㎡당 올해 초 1137만원이던 것이 11월에는 2671만원으로 치솟았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역시 1월 1282만원에서 11월엔 1359만원으로 올랐다.

건설업체들이 겁없이 분양값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새 아파트 분양시장에 시중자금이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9월 이후 부동산담보 대출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분양 아파트의 집단대출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요자 눈높이를 한참 벗어난 가격은 언젠가 철퇴를 맞기 마련이다.

■ 대량 미분양사태 재발 우려 새 아파트 분양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지만 아파트 공급업체들간 분양가 높이기 경쟁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서울 동작구 '래미안 트윈파크'가 3.3㎡당 2300만~2500만원에 분양했는데도 청약에 성공하자, 내년 2월께 흑석4구역에서 분양할 예정인 아파트단지들이 분양가를 3.3㎡당 2500만원까지 올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런 고분양가 전략에 대해 '시장의 반격'을 경고한다. 분양값을 마구 올렸다가 미분양이 속출했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07년 하반기엔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임박해 건설사들이 초고가 아파트를 몰아 분양했다가,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전국 미분양 물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미분양 해소 지원에 나서고, 여기에는 사실상 공적자금까지 투입됐다.

올해 들어 부동산 경기 회복에 힘입어 미분양 물량이 줄어드는 추세이긴 해도 여전히 건설사들에는 짐으로 남아 있다. 실제 2007년 1월 역대 최고 분양값 기록을 세웠던 서울 서초동 '아트자이'는 지난 6월부터 입주가 시작됐지만, 164가구 가운데 20%가량이 아직 미분양 상태다. 당시 분양가는 3.3㎡당 3387만~3395만원이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소장은 "아직 경기회복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설사들이 높은 분양가로 물량을 쏟아내면 언젠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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