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락한다더니..

송복규 기자 2009. 4. 27.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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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송복규기자][최근 강남 등 집값반등 수요자 당혹…전문가들 "경기회복이 관건"]

#1. 중소기업 사장인 L씨는 얼마전 부부싸움을 했다. 지난해 처분한 아파트가 싸움의 발단이 됐다. L씨는 부인의 만류를 뿌리치고 6년간 보유했던 강남 아파트 1채를 지난해말 헐값에 처분했다. 당시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 경제가 술렁인데다 부동산 대폭락론까지 확산돼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서둘러 집을 팔아 현금을 보유하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처분한 아파트값은 몇개월새 2억여원 올랐고 부인의 불만이 쏟아졌다. 자존심이 상해 부인과 말다툼을 했지만 후회스럽긴 L씨도 마찬가지다.

#2.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J씨는 올해초 집을 사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 아파트 급매물을 잡을 기회가 있었는데 집값이 더 떨어지면 어쩌나 망설이다 다른 사람에게 매수 기회를 뺏겼다. 경기도 안 좋았지만 무엇보다 부동산 대폭락론이 마음에 걸렸다. J씨가 사려던 아파트는 몇개월새 7000만원이나 올랐다.

최근 서울 강남 등 수도권 집값이 반등하면서 부동산 폭락론을 믿었던 수요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세보다 수천만원 싼 값에 주택을 처분한 집주인이나 매수시기를 저울질하다 매물을 놓친 매수대기자 모두 몇개월새 훌쩍 뛴 호가 때문에 속이 상한다.

부동산 폭락론은 경기침체와 인구감소, 미분양물량 급증, 공급량 초과 등으로 집값이 폭락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으로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 시장 최대 이슈였다. 마침 집값이 수개월째 하락세를 지속하던 상황이어서 부동산 폭락론은 순식간에 확산됐다.

하지만 올들어 시장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서울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호가가 오르기 시작하더니 지난 2006년 고점 대비 80∼90% 수준을 단숨에 회복했다. 시세보다 싼 값에 나왔던 급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집을 사고 싶어도 매물이 없어 못 사는 상황도 벌어졌다.

◇부동산 폭락론 기우였나=

부동산 폭락론은 정책 방향, 실물경기, 주택수요 등 국내 부동산 시장 특성을 무시한 주장인 만큼 허구로 밝혀지는 게 당연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손재영 원장은 "1980년대 일본이나 지난해 미국의 경우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 금융이 부실화됐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며 "지난해 가을 국내 집값이 하락한 것은 부동산 가격 거품이 아닌 국제경제 악화, 금융시스템 불안, 실물경기 침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손 원장은 이어 "폭락론자들의 주장대로 집값에 거품이 있었다면 정부가 어떤 경기 부양책을 내놔도 회복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수년째 공급이 줄어든 수도권은 경기가 풀리고 돈이 돌면 언제든지 집값이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한은행 고준석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실물경기가 위축되면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발표해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는 건 기본 상식"이라며 "이같은 매커니즘을 배제한 채 극단적인 상황을 전제로 논리를 편 부동산 폭락론은 오류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회복이 관건…지나친 낙관론은 경계"=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지나친 낙관론도 폭락론 못지 않게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가 많다. 최근 집값 상승은 시장에 풀린 유동성과 저금리 기조에 따른 것인 만큼 언제 다시 떨어질 지 모른다는 분석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연구소장은 "지난해말 집값 대폭락론이 대세였다면 지금은 집값 바닥론 등 낙관론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집값이 많이 떨어졌다가 오른 만큼 상승률은 커보이지만 실제로는 고점 대비 마이너스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시중에 풀린 돈이 기업 투자 등 생산적으로 연결되기 보다는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며 "집값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물경기 회복이 관건이라는 주장도 있다. 손재영 원장은 "외환위기 당시 급락했던 집값은 거시경제가 안정되면서 단숨에 회복됐다"며 "최근 자산시장 회복세가 탄력을 받으려면 실물경제 회복이 필수조건"이라고 말했다.[관련기사]☞ 고삐잡힌 강남재건축, 시동걸린 노원분양시장 블루칩 청라, '훈풍' 이어갈까"경매아파트 잡고보자" 고가낙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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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복규기자 clio@<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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