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그린스펀 유산' 앞에 서다

황은재 기자 2009. 6. 1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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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황은재기자][[BOK Watch] 잔여 임기 9개월...거품 화근 제거 정책 펼칠 것]

지난해 금융위기 후 한국은행이 보여준 대응은 과감했다. 5.25%였던 기준금리를 2.00%까지 단숨에 내렸고,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렸다는 표현은 과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했다.

그런 한국은행이 6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통화완화기조의 종료를 선언했다. 명분은 '경기 하강 종료와 인플레이션 우려' 였다.

한은의 전향은 금융시장의 예상보다 한박자 빨랐다. 최근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또다시 주저앉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적지 않다. 때마침 터진 북핵 리스크, 금리상승에 따른 경기 재위축 가능성으로 금융시장은 조마조마한 상태다.

어느 누구보다도 성급한 긴축전환의 부작용을 두려워할 곳이 한은이다. 그런 한은이 서두른다는 인상까지 주면서 통화완화정책의 종료를 선언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린스펀의 유산'을 후임자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이성태 총재의 심정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

◇ 경제대통령에서 금융위기 주범 된 '앨런 그린스펀'

앨랜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RB) 의장. 1987년부터 2006년까지 미 연준 의장을 역임하며 '전세계 경제 대통령'이자 '오라클(예언자)'라는 칭송을 받았다. 그는 '검은 화요일'(1987년 주가 대폭락)'과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경제위기,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붕괴, 2001년 9·11 등에 의연히 대처하며 세계 경제를 구원(?)했다.

위기 때 마다 나온 처방은 저금리였다. 상상할 수 있는 수준 이하로 기준금리를 떨어뜨려 '위험으로부터의 도피처'를 찾던 시중자금의 투자본능을 되살렸다. 그의 신기에 가까운 버블 관리 능력은 경기를 골디락스(Goldilocks)로 이끌었다.

긍정적인 평가는 퇴임 이후 오래가지 않았다. 이번 금융·경제 위기가 그린스펀으로부터 시작됐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낮춰 과잉 소비를 촉발시켰고 엄청나게 풀린 유동성이 금융회사들의 투기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경제학자인 라비 바트라 교수는 최근 저서인 '그린스펀 경제학의 위험한 유산'을 통해 "그린스펀은 위기가 닥칠 때마다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하지 않고 빚을 늘리는 미봉책 저금리로 해결하려 했다"고 말했다.

◇ 이성태 한은 총재 임기 後, 한국판 그린스펀?

2008년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촉발된 금융위기와 가파른 경기 하강은 한은의 통화정책을 180도 방향을 바꿔놨다. 전폭적인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과거 그린스펀이 취했던 방법이기도 했다.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들도 같은 처방책을 내놨다. 달리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중앙

은행이 취할 수 있는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기도 했다. 오히려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 돈을 더 뿌려야 한다는 여론에 한은이 대응은 '만만디'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쨌든 금융시장은 한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과감한 대응으로 안정을 되찾고 있다. 주가는 오르고 금리는 하향 안정됐으며 금융 중개 기능도 살아나는 모양새다. 한은의 대응이 시의적절 했음을 결과가 확인시켜주고 있다.

한은의 고민은 이제부터다. 그린스펀의 처방으로 꺼진 불을 되살려 놓기는 했지만, 불씨가 희망이 아닌 화근이 될지 걱정이다.

6월 금통위에서 한은이 정책기조의 변화를 예고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총재는 위기의 화근을 후임자에게 넘겨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재임기간에는 '경제대통령'이니 '예언자', '구원자'라는 칭찬을 받다가도 임기 이후에 '실패한 중앙은행 총재'라고 비판을 받은 그린스펀의 모습이 임기 9개월을 남긴 이 총재의 뇌리에 맴돌고 있는 것은 아닌지.[관련기사]☞ '출구전략' 출구 국내선 언제 열릴까한은 총재 "고유가·집값으로 물가 우려"한은 총재"경기하락 끝나도 불확실성 남아"한은, 물가인식 미묘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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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재기자 hejsome@<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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