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위기감 고조..환율 폭등이 기폭제

권소현 2008. 8. 2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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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돌아야 하는데 되레 유출..기업 자금조달 어려움

- "당분간 어렵다"..`위기설` 다시 고개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금융시장에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위기로 국내 증시가 곤두박칠 치고 있고, 환율이 폭등하면서 9월 위기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가계와 중소기업 부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신용시장도 얼어붙는 모습이다.여기에 외국인들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계속 짐 싸들고 나가고 있는데, 해외 차입여건이 악화되면서 해외에서 유동성을 들여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 다시 고개드는 `위기설`

외국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 만기가 대거 돌아오는 9월, 금융시장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이를 진화하려는 금융당국의 부단한 노력에 어느정도 진정되는 듯 했지만 최근 환율이 폭등하면서 이같은 우려가 재차 불거지고 있다.

이달초까지만 해도 1010원대에서 안정된 흐름을 보였던 환율이 한달새 70원 이상 폭등해 1080원선을 넘어서면서 외국인들의 환차손이 늘어났고, 결국 금융시장 이탈을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한 금융시장 전문가는 "환율이 안정되면 우리나라 포트폴리오 투자자금도 동요하지 않겠지만 외국인들 대부분이 환헤지를 하지 않기 때문에 환율이 오를수록 더 빨리 빠져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9일부터 6일째 거래소에서 주식 매도에 나서 6일간 누적 순매도 1조4500억원 가량을 쌓아놓은 상태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위기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자금이 이미 이머징 마켓을 떠나 안전자산으로 회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외환위기의 방패막인 외환보유액은 당국의 환율방어로 지난 7월까지 석달째 감소해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 신용경색, 남의 얘기 아니다

<자료 : 국제금융센터>

경제여건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을 중심으로 신용경색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1년만에 금리를 인상하면서 중소기업과 가계의 이자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

여기에 건설사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국내 은행채에 이어 회사채 발행 여건 악화도 겹쳐있다.

한 채권 매니저는 "건설업종 유동성 위기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은 실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눈에 보이는 상황만으로는 어려워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투자컨설팅업체인 BIBR의 신동준 이사는 "돈이 돌지 않으면서 금융시장 자금경색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신용위기의 시작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화차입 여건도 악화됐다. 우리 정부가 발행한 2013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미국 채권 대비 가산금리는 지난 5월 140bp에서 최근 175bp까지 올랐다.

국가 신용도의 중요한 지표인 CDS 프리미엄도 지난 5월 62bp에서 최근 100bp를 넘어선 상태다.

신 이사는 "국내에서 돈이 돌지 않으면 외부에서라도 유입돼야 하는데 되레 유출되고 있다"며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 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들도 국내 투자금을 회수해서 나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IMF까지는 아니어도..`당분간 어렵다`

이에 따라 IMF 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기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한 금융시장 전문가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문제는 공통적인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만 피해갈 수는 없는 것이고 시장 불안심리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기에는 불확실성이 높다"며 "하반기중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석태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가계나 중소기업이나 빚이 너무 많다는 점이 근본 원인"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극단적으로 IMF와 같은 상황으로 가거나 저성장 구조를 인정하고 다 같이 허리띠를 졸라메는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 정부가 성장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외환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신용카드 사태에 버금가는 어려움을 맞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신 이사는 "현재로서는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돈을 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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