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자마자 55억 들고와 최대한도 신청까지"

2010. 5. 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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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자마자 55억원을 가져와 개인 최대청약한도(10만주)까지 신청한 고객도 있었어요."(오진영 한국투자증권 명동지점 업무팀장)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 규모인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 첫날, 무려 3조원 이상의 자금이 몰려들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유동성의 위력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총 9,776억원 규모의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 3조1,820억원의 자금이 쇄도했다. 주식 수량을 기준으로 하면 6.5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증권업계는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 규모가 지난 3월 대한생명의 최대 청약증거금 기록(4조2,000억원)을 아주 쉽게 갈아치우는 것은 물론 10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생명 공모가격이 비교적 높은 수준인데다 청약경쟁률까지 치솟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첫날부터 1억원 이상의 뭉칫돈 속속 유입=3일 오전까지만 해도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 창구는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다. 특히 청약 채널이 온라인이나 전화 ARS 등으로 분산됨에 따라 실제로 증권사 창구를 직접 방문하는 고객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정오를 넘기면서 지점을 직접 방문, 청약하는 고객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오후에는 청약자금이 불과 1시간 사이에 5,000억~7,000억원씩 불어나기도 했다.

홍성임 한투증권 신압구정지점장은 "은행 예금금리가 워낙 낮은데다 부동산시장의 매력도 떨어지다 보니 공모주 청약 기회를 노리는 고객들이 가족 명의의 통장까지 가져와 한꺼번에 몇십억원씩 신청하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며 "지금까지 주식에 한번도 손을 댄 적 없는 고객도 '삼성생명이라면 공모주 청약에 나서보겠다'고 말할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청약자금은 5,000만~1억원 단위가 가장 많고 20억~30억원이나 개인 청약한도(55억원)를 채우는 사례도 있었다. 삼성증권의 경우 개인 최대청약한도인 10만주(55억원)를 신청한 사람이 첫날부터 10명에 육박했다. 이보형 삼성증권 명동지점장은 "55억원으로 풀 베팅한 경우가 10명 정도인데 내일은 더 늘어날 것 같다"며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 삼성그룹의 양대 축인 만큼 장기적으로 포트폴리오에 넣어두겠다는 심리가 강하다"고 말했다.

김동익 신한금융투자 명동지점장은 "줄을 설 정도로 고객이 많이 방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공모주 청약 첫날 억대 자산가들이 잘 안 나서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일은 훨씬 더 많은 자금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청약경쟁률 20대1 웃돌 듯=증권업계는 삼성생명의 첫날 경쟁률에 미뤄볼 때 최종 청약경쟁률이 20대1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종원 신한금융투자 광교지점장은 "현재의 청약 열기를 대한생명과 단순비교하면 20대1은 당연히 넘어갈 것 같고 30대1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공모가격이 높다는 생각은 들지만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며"당장 상장차익을 노리기보다는 국민주 개념으로 긴 안목을 가지고 투자하겠다는 고객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예상 투자수익에 대한 증권사 직원들의 설명을 듣지도 않고 '묻지마 투자' 의지를 밝히는 경우도 있었다. 이한용 한투증권 목동지점장은 "일부 고객들의 경우 경쟁률이 높으면 실제로 배정 받는 주식 수가 적어 실익이 적다는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고 청약에 나서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전했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대출금으로 청약에 나서거나 은퇴자금이나 은행 적금을 한꺼번에 붓는 등 과열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첫날 경쟁률이 너무 높아 중도 포기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을 접수 중인 증권사 지점의 한 관계자는 "자산 규모가 큰 고객들은 삼성생명 청약경쟁률이 20대1을 넘기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경쟁률이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드러나자 눈치를 보는 분위기"라며 "원하는 만큼 청약할 수 없다면 중도에 포기하는 투자자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황정수기자 pao@sed.co.kr> ▶[알파클럽] 재야고수 추천! 오늘의 승부주는?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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