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와 성장 사이.. 옴짝달싹 못하는 MB

권대열 기자 dykwon@chosun.com 2011. 3. 12. 03: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대론 안 된다" 측근들 잇단 건의에 뒤늦게 '물가와의 전쟁'"성장 역시 포기 못해".. 두 토끼 잡기 힘든 싸움

이명박대통령의 요즘 최대 걱정거리는 물가다. 올해 국정 목표로 "2011년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해"라며 "5% 성장과 3% 물가"를 제시했으나, 전문가들은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는 물가에 대한 대응이 늦은 감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MB, 왜 총력 대응 지시했나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금년 국정 중에서 성장과 물가 문제가 있는데, 우리가 물가에 더 심각하게 관심을 갖고 국정의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사실상 '선(先)물가 후(後)성장'을 선언한 데는 이유가 있다. 임태희대통령실장과 백용호정책실장 등 청와대 경제통(通)들이 이 대통령에게 최근 물가고(高)에 대한 상세한 보고를 했고, 이동관언론특보와 박형준사회특보까지 지난주 "이대로는 안 된다.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여권에서도 "금융위기를 세계에서 가장 빨리 탈출해 경제를 성장 궤도에 올려놓은 공(功)이 물가가 치솟아 서민들의 원성이 높아지면 '말짱 도루묵'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최근 "성장은 그 혜택이 서민에게 가장 늦게 돌아간다. 하지만 물가 상승은 그 피해가 가장 먼저 서민에서부터 생긴다"며 "서민생활에 직결되는 물가에 전 장관들이 나서서 뛰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늑장 대응 논란

이 대통령은 작년 12월 초까지만 해도 물가보다는 성장 쪽에 관심이 많았다. 물가에 관한 언급은 작년 가을 배추값 파동 때 집중된 것을 제외하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였다. 이 대통령은 작년 12월 2일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내년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성장이다. 경제 성장이 있어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12월 14일 2011년 경제정책 방향 보고에서 "서민 물가 안정은 사전에 노력하면 어느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연초부터 굉장히 물가 관리를 집중적으로 해 달라"고 말했다. 보름 뒤인 30일 장·차관 합동토론회에서는 "내년에 5% 경제 성장도 중요하지만 3% 물가도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당시 12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5%로 11월에 이어 연속 3%를 넘어섰고, 국제 유가도 90달러를 훌쩍 뛰어넘었을 때였다. 이 대통령은 올 1월 첫 국무회의에서 "서민을 위해 물가와의 전쟁이라는 생각을 갖고 물가 억제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한 이래 거의 모든 회의 때마다 '물가'를 강조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났다는 기쁨에 도취된 나머지 물가가 오르는 것에 대해 청와대나 한은이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했다"며 "작년에 금리 인상을 주저하다가 대출이 급증해 가계 부채 부담으로 돌아온 꼴"이라고 말했다. 2009년 하반기부터 경기 회복세가 뚜렷했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작년 말부터 뒤늦게 물가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한국은행도 작년 7월이 돼서야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저금리 기조 속에 대출이 증가하면서 가계 부채는 작년 말 800조원에 달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경제연구본부장도 "작년 초에 발생한 구제역과 이상 한파 등을 고려할 때 올해 농·축산품 물가 급등은 충분히 예견 가능한 것이었다"며 "하지만 정부가 농축산물 수입 유통 경로를 다변화 등을 통해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물가 상승 요인이 해외에서 비롯된 측면이 많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수요 증가가 아닌 이상 기후와 중동사태라는 두 가지 이유로 물가가 최근 갑자기 올랐다"며 "이 요인들이 단발성으로 그칠지 지속될지 판단하기 어려워 긴축 대책을 내놓는 게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중동의 정치 불안과 유럽의 재정위기가 잠복해 있으므로 자칫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긴축정책을 사용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래도 성장 포기 못한다"

청와대는 물가에 신경을 곤두세우면서도 성장 역시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 업적 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10일 "물가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한 직후 김희정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결코 성장을 뒤로 돌린 게 아니다"며 "두 가지 모두 중요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성장률이 1% 줄어들면 일자리 6만~7만개가 축소된다"며 "유류세도 당장은 인하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물가를 확실하게 잡으려면 통화량을 건드리면 된다"며 "그러나 그렇게 할 경우 그에 따른 부작용은 훨씬 더 크기 때문에 고민"이라고 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결국 두 토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것을 결과로 보여주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물가와 성장 사이에 끼어 옴짝달싹도 못하고 있다.

  • 조국 서울대 교수 "박근혜 인기, 환장할 노릇"

  • "그는 술에 취한 척하면서 첫 관계를 했는데…"

  • '삼성' 이부진, 롯데와의 면세점 경쟁서 또 웃었다

  • 쓰나미가 삼켜버린 열도… 초토화된 일본 현장

  • 르윈스키 "여전히 클린턴 전 대통령을 사랑해"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