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번호 6034번!"..한 달 뒤에 돈 찾으러 오라고?

2011. 2. 1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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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장규석 기자]

18일 오후 3시 쯤 예금을 찾으러 겨우 짬을 내 부산2저축은행 해운대지점에 들른 박현수(56·가명) 씨는 지점 관계자가 손수 나눠주는 대기 번호표 6034번을 받아들었다.

이어지는 직원의 설명, "6천3십 번 대면…3월 23일날 오시면 됩니다."

거의 한 달 뒤에야 예금을 찾을 수 있다는 설명에 박 씨는 "사람들이 예금을 이렇게 많이 빼가는데 은행이 그 전에 망하면 어떡할거냐"고 직원에게 쏘아붙였다.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틀째인 이날, 불안해진 예금자들은 박 씨처럼 예금을 찾으러 계열사인 부산2저축은행을 찾았다가 아침부터 장사진을 치고 있는 인파를 보고 한 번 놀라고, 몇 시간을 기다려 받아든 번호표의 숫자를 보고는 아예 질려버렸다.

이날 아침부터 부산2저축은행 해운대지점에는 무려 4천여 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려들어 번호표를 뽑기 위해 길고 긴 줄을 섰고, 남천동 지점은 아예 은행 건물을 한 바퀴 휘감고도 남는 줄이 이어졌다. 덕천동 본점에도 예금자들이 몰려 주변 일대 교통이 큰 정체를 빚는 사태도 벌어졌다.

이날 아침 일찍부터 긴 줄을 서서 몇 시간을 기다린 사람들은 그나마 빠른 번호를 뽑았지만, 오후 늦게서야 번호표를 받은 예금자들은 자신이 돈을 인출할 차례가 올 때까지 은행이 버텨 낼 수 있을지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은행 관계자는 창구로 몰려드는 고객들을 향해 확성기를 들고 "아직 여유자금이 충분하다"며 예금자들을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부산2저축은행에 따르면 부산지역 4개 지점에서 영업정지 당일인 17일 1천억 원의 예금이 인출된데 이어 이날도 1천억 원 가까이 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2저축은행이 자체 보유한 가동 유용성 자금이 8천억 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대규모 인출사태가 계속될 경우 부산2저축은행도 모기업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사태의 추이를 살펴보고 부산저축은행 3개 계열사에 대해 조만간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금 지급이 계속되면서 이날 오후들어 창구가 다소 정상을 찾는 등 예금자들의 막연한 불안감도 차츰 걷혀가는 분위기여서, 다음주 초 쯤이 부산2저축은행을 비롯한 계열 은행들의 운명을 가르는 고비가 될 전망이다.

haho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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