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경색..공기업 매각 '제동'

2008. 9. 2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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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윤정 최현석 김호준 기자 = 미국발 한파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과 기업,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등의 민영화 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리먼브러더스 파산 보호 신청 등으로 불안 심리가 확산되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증시가 추락해 당장 올해 우리금융 지분 매각이나 내년 상반기 산업은행 상장 등의 민영화를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 산업은행 민영화 지연 불가피

산업은행 민영화는 내년 2월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5월께 증시에 상장하면서 기관투자자와 일반인을 상대로 공모를 하는 일정인데 지금과 같은 증시 상황이 계속된다면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안에 상장을 목표로 삼았던 포스코건설과 금호생명 등 우량 기업들도 증시침체와 신용경색 영향으로 기업공개(IPO)의 연기 혹은 포기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은 증시 상장 전에 지분의 10~15%를 해외 투자은행(IB)에 먼저 매각해서 일종의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어 국제 금융계에서 관심도 끌고 몸값도 높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아 보인다.

미국 4위의 IB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보호 신청을 하고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어메리카(BOA)에 인수된데다 AIG가 구제금융을 받아 간신히 살아나는 등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이 생사기로에 놓여있어 투자는 커녕 신흥시장 등에서 기존 자금을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이준재 애널리스트는 "엄청난 규모의 IB들이 매물로 쏟아지는 상황에서 산업은행에 선뜻 돈을 넣겠다는 투자자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한 프리 IPO가 어려울 경우 은행 등 국내 금융기관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들 역시 신용경색에 시달리고 있어 선뜻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메리츠증권 임일성 애널리스트는 "지금과 같은 증시 상황에서는 상장과 지분 매각이 모두 만만치 않은 것 같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 민영화 회의론까지 대두

게다가 이번 사태로 IB모델에 대한 회의론이 등장하면서 민영화 이후 세계적인 IB로 성장하겠다는 구상까지 흔들리고 있고 민영화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까지 등장하고 있다.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여야 의원들은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망해가는 투자은행을 인수하려한 경위를 추궁하면서 산업은행이 무너지고 있는 투자은행 모델을 추구하는 것이 타당하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민영화는 상업기능과 정책기능을 분리하는 차원에서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것인만큼 당장 시장이 어려우면 일정을 조금 늦출 수는 있지만 취소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리먼브러더스와 같은 증권계 IB가 아니라 위험관리나 충격완충 구조 등이 갖춰진 도이체방크, UBS, JP모건체이스 등 은행계IB(CIB)를 지향하고 있다며 무너지고 있는 미국식 투자은행을 추종하고 있지 않다고 이 은행은 주장했다.

명지대 조동근 교수는 "미국에서 건전성 규제가 약했던 것은 문제지만 전체 IB를 매도해서는 안되며 실패사례를 냉정히 분석해서 위험을 피해가면 된다"며 "시장상황이 내년에 변할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예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 공기업 민영화 '가시밭길'

산업은행 말고도 정부가 추진 중인 공기업 민영화는 증시침체와 신용경색 여파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지분 매각이 예정된 우리금융지주도 매각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우리금융의 주가는 19일 현재 1만1천700원으로 넉달 전인 지난 5월 19일의 2만850원에 비해 9천150원(43.9%) 낮은 수준이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 달 28일 정부가 공적자금을 전액 회수하기 위해서는 주가가 2만원을 넘어야 한다며 지분 매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작년 5월 지분 5%를 매각할 당시 가격은 2만2천750원이었다.

몇 년 후로 논의되고 있는 기업은행이나 한국전력기술, 지역난방공사의 정부 지분 매각 역시 계획대로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기업은행 정부지분은 2011년 이후 완전 매각하고 한전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작업을 진행해 2012년까지 지분 49%를 매각하며 지역난방공사도 상장해서 지분 49%를 민간에 넘기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 공적자금 투입기업 매각도 차질 예상

산업은행과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가 보유한 현대건설과 하이닉스 등 10여 개 공적자금 투입 기업의 매각도 지연될 공산이 크다.

올 들어 증시침체 영향으로 이들 기업의 주가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기업을 싸게 내다 팔 경우 쏟아지는 비난 여론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헐값 매각 논란을 잠재우고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매각시기를 조절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게다가 금호아시아나와 유진 등 무리한 인수.합병(M&A)의 후유증으로 일부 그룹이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 데다 금융권의 신용경색으로 자금 조달도 쉽지 않아 적당한 인수자를 찾기도 쉽지는 않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구조조정 기업 매각은 적절한 타이밍을 놓쳤다"며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측면에서 본다면 시장 여건이 좋을 때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 분산 매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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