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 삼성'에 7개 노조 존재 첫 확인

2011. 5. 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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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경제부 권민철 기자]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노조는 안된다"

1977년 제일제당 노조설립 움직임에 삼성 이병철 회장이 이렇게 쐐기를 박은 이후 삼성은 이른바 무노조 경영의 기조를 유지해 오고 있다.

실제 삼성은 이후 노조설립을 억압하거나 설립된 노조를 해산하는 식으로 노조를 탄압해 몇 차례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렇다면 삼성에는 과연 노조가 없는 걸까?

고용노동부가 2010년 6월에 발간한 '2009년 노동조합 조직현황 보고서'를 보면 전국적으로 4520개의 기업에 노조가 조직된 것으로 돼 있다.

이들 기업 가운데 어느 것이 삼성 계열사인지는 별도로 구분돼 있지 않다.

그래서 이 기업 리스트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집단별 기업공개 현황에 나와 있는 삼성 계열사 78개와 대조해봤다.

그랬더니 뜻밖에도 7개가 일치했다.

삼성 계열사의 노조 조직 여부가 공식 자료를 통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가 설립된 삼성 계열사는 호텔신라, 에스원, 삼성중공업, (삼성)메디슨, 삼성정밀화학, 삼성생명보험, 삼성증권이다.

이 가운데 호텔신라와 에스원은 상급단체에도 가입돼 있지 않았고 노조원도 각각 2, 3명으로 신고 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이들 기업의 지난해 말 정규직 사원은 각각 1892명, 4574명이다.

노조의 설립을 방해하기 위해 사측에서 동원한 유령노조일 가능성이 커 보이는 대목이다.

삼성중공업 노조 역시 수상해 보인다.

본사나 주요 사업장이 아닌 엉뚱하게도 경기도 화성에 설립한 이 회사의 노조원은 37명. 이 회사는 12734명을 종업원으로 두고 있다.

조합원 301명을 둔 삼성메디슨 노조는 이 회사가 지난해 말 삼성에 인수되기 전에 이미 조직된 노조로 확인됐다.

◈3개 노조는 상급단체에도 가입 정상활동…7월 이후 삼성노조 증가 예상

반면 나머지 삼성 노조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진짜 노조로 파악된다.

삼성정밀화학(조합원 431명)은 88년 6월, 삼성생명보험(조합원 4334명)은 62년 12월, 삼성증권(조합원 50명, 삼성증권통합 조합원은 312명)은 83년 6월에 설립됐다.

특히 삼성정밀화학은 한국노총 화학노련에 가입돼 있고, 삼성생명보험과 삼성증권은 민주노총 사무금융노련 소속으로 지극히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이들의 실체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건, 노동계와 삼성그룹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노동계의 한 인사는 "노동계로서는 무노조 삼성을 통박하기 위해 삼성 노조의 존재를 적극 알릴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삼성도 노조가 있다는 사실이 다른 계열사에 알려져 봤자 이로울 게 없기 때문에 쉬쉬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심은 복수노조 시대가 열리는 7월 이후다.

2명 이상이 신고만 하면 노조를 설립할 수 있어 노조가 없는 삼성계열사에서도 노조가 조직될 기회를 맞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각계에서도 삼성노조 만들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진보신당이 '삼성 노조설립 지원센터'를 2일 출범시킨데 이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삼성 계열사가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노조 가입을 위한 선전 활동을 벌이고 있다.

1977년 호암의 무노조 경영 표방 이후 3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삼성 무노조 신화가 7월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기로에 서 있다.twinpine@cbs.co.kr

진보신당 '삼성노조만들기' 센터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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