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만원 벌어 91만원 지출 '청년 빈곤' 탈출구가 없다

입력 2010. 6. 28. 19:40 수정 2010. 6. 28.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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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청년노동자 10명 가계부 보니

학원강사 비정규직 알바 등

열심히 일하고 허리 졸라매도

교육비·저축에 투자 10%뿐

대학 졸업반인 김형근(24)씨는 두 가지 일을 한다. 평일 낮에는 사무보조 일을, 주말에는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밤새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한다. 지난해까지는 부모님이 주는 생활비를 받아썼지만, 올해 초 집안 사정이 급격히 나빠져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달 그가 손에 쥔 돈은 67만7000원.

김씨의 가계부는 지난 5월 4만5240원 적자를 냈다. 서울로 유학을 온 처지라 한달 사글세(32만원)로 수입의 절반 가량이 나간다. 여기에 교통비 9만8300원, 통신비 10만원, 식비 8만원 등을 제하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 지난 5월 김씨가 교육·오락·문화에 쓴 돈은 0원. 김씨는 "영화관은 지난 3월에 간 게 마지막인 것 같다"고 했다. 적자가 날 때면 김씨는 부모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친구들에게 돈을 빌린다. 학자금 대출 1200만원도 자신이 짊어져야 할 빚이다.

2011년치 최저임금 결정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28일, 노동자 권익단체인 '청년유니온'이 지난 5월 김씨 등 청년노동자 10명의 가계부를 분석해 공개했다. 학원강사와 구직자,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비정규 사무직 등으로 구성된 10명은 모두 1인 가구로 평균나이는 29.4살이다.

청년유니온이 한국은행의 권장가계부 양식에 따라 이들 10명의 가계부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한달 평균 수입은 84만9000원인데 반해 91만5000원을 지출해 매달 6만6000원가량 적자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수입의 절반인 49.5%는 의식주와 보건 비용으로 들어갔고, 저축 등 비소비 지출은 8%에 지나지 않았다. 문화생활과 교육에 관심이 많은 청년층임에도 오락·문화비와 교육비의 비율이 2.7%와 1.2%로, 통계청의 2/4분기 가계동향에 잡힌 9.7%와 5%에 견줘 매우 낮았다.

김씨는 "아르바이트 때문에 일주일에 3일 밤을 새다 보니, 평일에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러다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청년들의 절대다수가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점을 감안할 때 청년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면 반드시 최저임금이 인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택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금 청년들은 부모세대에 의존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빈곤하게 살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갇혀 있다"며 청년빈곤의 해결을 강조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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